[박상길의 부동산 톡] 전세 규제 ‘아비규환’… 세입자도 집주인도 출구없다
언론기사2026.01.13
서울 송파구 주공5단지를 비롯한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 모습. [연합뉴스]

"전세를 주고 싶어도 보증 가입이 안 돼 방법이 없다"는 집주인, "대출이 막혀 전세를 구할 수 없다"는 세입자들.

전세 시장이 정부의 규제로 아비규환이다. '전세사기 예방'이라는 명분 아래 설계된 규제가 시장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면서, 세입자와 집주인 모두를 출구 없는 상황으로 내몰고 있다.

정부는 전세사기 대책의 일환으로 전세금반환보증 가입 요건을 강화하고 전세자금 대출 기준을 높였다. 보증 한도를 줄이고 전세가율이 높은 주택에 대한 보증·대출을 제한한 것이다.

표면적으로는 위험한 전세 거래를 걸러내겠다는 취지지만, 제도의 기준이 아파트 중심으로 설계되면서 다세대·다가구·연립·오피스텔 등 비아파트 전세시장은 이 규제 속에서 제도 밖으로 밀려났다.

비아파트 시장은 전세 비중이 크고, 실수요 임대가 중심을 이루는 구조다. 아파트처럼 매매가격이 빠르게 오르지 않고, 매매 거래도 활발하지 않다 보니 전세가율이 상대적으로 높게 형성되는 것이 특징이다.

그럼에도 전세금반환보증과 전세대출 심사에서 아파트와 동일한 전세가율 기준을 적용하면 비아파트 전세는 구조적으로 위험 거래로 분류될 수밖에 없다.

집주인 입장에서 선택지는 많지 않다. 전세금을 받아도 보증 가입은 어려운데 향후 집값 변동이나 세입자 퇴거 시 반환 리스크는 고스란히 떠안아야 한다. 울며 겨자 먹기로 보증금을 낮추고 월세를 받는 구조로 전환할 수밖에 없게 된다.

세입자도 부담은 크다. 계약갱신청구권이 소진된 이후 전세대출이 막힌 세입자는 집주인이 올리는 월세를 받아들이거나, 더 외곽으로 밀려나야 하는 현실에 놓인다. 전세사기 방지 대책이 월세 난민만 확산시키는 셈이다.

가장 큰 오류는 정책 설계의 기준을 모든 주택 유형에 적용했다는 점이다. 전세가격이 매매가격의 선행지표인 만큼 전세금반환보증과 전세자금 대출이 매매가격까지 간접적으로 통제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아파트는 시세 투명성, 유동성, 담보 가치 안정성이 상대적으로 높다. 반면 비아파트는 개별성·지역성·소규모 임대 구조가 강하다. 이 두 시장을 동일한 보증·대출 기준으로 관리하면 비아파트 전세는 제도권 금융과 보증 체계에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지금 필요한 것은 전세를 없애는 정책이 아니라, 위험을 통제하면서도 시장의 현실을 반영하는 정교한 제도다.

비아파트 전세에 맞춘 별도의 보증 기준 마련, 지역별·유형별 전세가율 차등 적용, 소액 전세에 대한 맞춤형 안전장치 등이 대안이 될 수 있다. 전세대출 역시 획일적 규제가 아니라 실제 거주 목적의 실수요자를 보호하는 방향으로 재설계할 필요가 있다.

전세 제도는 완벽하지 않지만 수십년간 서민 주거 시장의 균형을 지탱해온 안전판 역할을 해왔다. 그러나 시장 현실을 반영하지 못한 과도한 규제가 계속되면 전세 시장은 지금보다 더 불안하고 취약해질 수 밖에 없다. 위험 관리와 주거 안정을 대립 개념으로 놓고 정책을 설계해선 안 된다. 두 목표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는 제도 개선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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