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성 미분양 막아라”…집값 떨어져도 분양가에 되팔 권리 준다는데
언론기사2026.01.15
정부 ‘주택 환매 보증제’ 대책 분석
지방 준공 후 미분양 3만 가구 육박
공공 매입 대신 수분양자에 ‘풋옵션’
정해진 가격에 리츠에 되파는 구조
시장선 기대감 있지만 실효성 의문도

미분양 아파트 [이승환 기자]악성 미분양으로 분류되는 준공 후 미분양 물량이 전국적으로 3만가구에 육박한 가운데, 정부가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미분양 대책을 내놓았다.

공공이 미분양 물량을 매입하는 등 건설사의 부담을 덜어주는 데 집중됐던 기존의 정책과는 달리, 소비자에게 추후 미분양 주택을 정해진 가격에 ‘되팔 수 있는 권리’를 줘 가격 하락에 대한 위험을 분산하는 점이 특징이다.

정부는 지난 9일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지방 미분양을 해소하겠다”며 ‘주택 환매 보증제(가칭)’를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지방주택 수분양자가 일정 기간 주택을 보유한 뒤 정해진 가격으로 주택매입 리츠에 분양주택을 환매할 수 있도록 하는 제도다.

수분양자에게 ‘풋옵션’(정해진 가격에 자산을 팔 수 있는 권리)을 부여하는 셈이다. 사업 구조를 보면 일단 주택을 공급하는 시행사가 금융기관 등과 함께 ‘주택매입기구’를 만들어야 한다. 이들은 미분양 주택 등을 공급할 때 수분양자에게 ‘매수청구권’을 부여한다.

수분양자는 2~3년 동안 주택을 소유하다 만기가 되면 주택을 되팔지를 결정한다. 만약 주택을 되판다면 분양받은 가격 그대로 주택매입기구에 팔 수도 있다. 이 경우 주택매입기구는 리츠 등을 통해 해당 주택을 임대주택으로 운용하거나 재분양한다.

사실 이 같은 구조의 ‘부동산 보호약정 서비스’는 이미 민간에서 활용되고 있다. 한국자산매입은 2023년 아파트 소유주에게 ‘매수청구권’을 부여하는 ‘헷지했지 안심매입약정’ 서비스를 출시했다. 그리고 ‘더샵 퍼스트월드’ 등 다수의 단지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주택환매 보증제국토교통부는 여기에 공공의 자금을 지원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리츠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보증 지원을 통해 주택 매입비의 70%까지 조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주택매입 리츠를 구성하는 데 한국주택도시공사(LH) 등이 출자하는 방안이 거론된다.

정부는 이 같은 ‘주택 환매 보증제’가 지방 부동산 시장의 매수 심리를 회복시켜 미분양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매수 후 2~3년이 지나 집값이 떨어졌다고 해도 그 손실을 수분양자가 그대로 떠안지 않기 때문이다.

일례로 ‘부동산 보호약정 서비스’를 도입했던 군산의 e편한세상 디오션루체의 경우, 도입 초기 58.5%에 불과했던 분양률이 8개월 만에 81.5%에서 23.0%포인트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서비스를 도입하지 않은 인근 7개 단지의 평균 분양률은 73.1%에서 81.0%로 7.9%포인트 상승하는 데 그쳤다.

환매 주체를 건설사가 아닌 리츠로 설정한 점 또한 장점이다. 건설사의 부도나 사업 실패와 관계없이 리츠를 통해 환매가 이뤄질 수 있어 안정성이 높다. 공공이 미분양 주택을 매입해 임대주택으로 운용하는 기존 모델보다 한 단계 진화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황우곤 신화회계법인 전문위원은 “기존의 공공 부문의 공급자 지원 중심 정책에 비해 공공의 부담은 최소화하면서 효과는 극대화할 수 있다”며 “가격 하락에 대한 위험을 분산하면서 주택 매수 심리를 회복하고 분양을 통한 자금을 선순환해 지역 경제를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임대주택의 소셜믹스를 활성화시킨다는 점 또한 ‘주택 환매 보증제’의 장점이다. 입주 초기에 분양받은 주택들이 2~3년 후 임대주택으로 변모하며 분양주택과 임대주택 가구 구분이 모호해지기 때문이다. 공공의 자금이 많이 투입된 주택매입리츠에서는 이들이 공공임대주택으로 활용될 수도 있는데, 이 경우 공공임대에 대한 ‘낙인 효과’를 줄일 수 있다.

다만 한편에서는 이미 미분양 물량이 넘쳐나고 시장 전망 또한 좋지 않은 상황에서 ‘주택 환매 보증제’를 활용할 단지들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방 사업장을 최소화하고 미분양 물량은 최대한 빠르게 털자는 기조”라며 “집값이 하락하는 단지를 굳이 사들여 임대주택으로 운영하거나 재매각할 유인이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