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 안 드는 저층을 집도 안 보고 계약” 다주택자 압박하자 1주택자 ‘갈아타기’ 열렸다 [부동산360]
언론기사2026.02.04
강남·성동 매물출회 일부 나타나
3억씩 빠지는 강남…1주택자 매물 혼재
“빨리 팔고 상급지” 갈아타기 현상도

서울 남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시내 곳곳에 아파트 단지가 빼곡하게 들어서 있다. [연합]

도곡렉슬 33평은 시세가 40억 정도였는데, 최근에 저층 2개가 37억과 38억에 거래되는 등 2~3억원씩 빠졌습니다. 하지만 이들 중 다주택자 비중은 얼마 안 돼요. 도곡동보다 상급지인 반포 등으로 갈아타기 위한 1주택자 매물이 섞여 있죠. 원하던 지역의 매물 가격이 조금 내리면, ‘저쪽이 빠지는 만큼 나도 빼서 빨리 간다’는 심리에요강남구 도곡동 A 공인중개사 대표
[헤럴드경제=홍승희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못박으면서, 가격을 내린 급매물이 하나, 둘 나오고 있다. 이에 보다 더 상급지로 옮겨가려는 ‘똘똘한 한 채’ 수요도 급매물을 잡기 위해 발빠르게 움직이면서, 서울 부동산 시장이 ‘갈아타기’ 장세가 되고 있다.

40억→37억 떨어지자 집도 안 보고 계약

3일 찾은 강남구 도곡동 일대는 가격이 5~6%씩 빠진 매물 출회가 일부 나타나는 모습이었다. 84㎡(이하 전용면적)가 40억원에 거래됐던 도곡렉슬 아파트는 최근 2층의 한 매물이 37억원에 급출회됐다. 이 매물은 나오자마자, 반나절 새 팔렸다.

A 공인중개사 대표는 “37억원에 나온 한 매물은 2층이라 해가 잘 안 드는데, 그 깜깜한 물건을 한 매수자가 집도 안 보고 계약했다더라”고 전했다.

실제 65억원에 거래되던 같은 아파트 176㎡도 5억원 내려 매물이 나오자, 바로 계약이 체결됐다.

현장에선 급매물을 기다리던 대기 수요가 빠르게 계약하고 있다고 전한다. 같은 강남 안에서도 더 인기가 많은 반포 등의 지역으로 이동하기 위해 “빨리 팔고 빨리 간다”는 심리가 도미노처럼 번지고 있다.

A 대표는 “다주택자들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 9일 중과유예 종료를 예상해 연말에 시세보다 1~2억원씩 낮춰 거래를 많이 했다”며 “지금 나오는 매물은 기존 월세를 받고 보유세를 버텨보려고 했던 마지막 다주택자이거나, 비거주 장기특별공제 축소를 의식해 이 기회에 상급지로 빠르게 이동하기 위한 1주택자”라고 전했다.

서울 성동구 상왕십리동에 소재한 센트라스 전경. 이건욱 PD

다주택자의 경우 사실상 매도차익이 적은 곳부터 처분하다 보니, 강남보다 가격이 조금 낮은 성동구는 매물 출회가 더 많은 편이다.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업소는 “어떻게 될지 모르니 5월 9일까지 무조건 잔금을 맞춰달라는 다주택자 급매가 한꺼번에 5개가 나왔다”고 전했다.

다만 낙폭은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성동구 상왕십리동에서 4000세대에 달하는 센트라스·텐즈힐을 중개하는 B 공인중개사 대표는 “대치동 은마아파트 등을 포함해 4주택을 보유하고 있는 한 매도자도 가격을 약 5000만원 내린 게 전부”라며 “22억원에 거래되던 59㎡이 21억5000만원에 나왔지만 서대문구 등 다른 지역에서 집을 팔고 온 손님들은 ‘오히려 돈을 버는 기회’라며 닥치는대로 계약하고 있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 참에 평수 옮길까” 단지 내 갈아타기도

이 틈을 타 아파트를 매도하는 1주택자들은 이 기회를 역이용해 단지 내 ‘평수 넓히기’를 단행하기도 한다. ‘좁아도 상급지’ 기조가 확대되며 59㎡의 인기가 치솟자, 59㎡에 살던 이들이 가격 차이가 거의 나지 않는 84㎡로 갈아타게 된 것이다.

실제 네이버부동산에 따르면 성동구 하왕십리동에 소재한 텐즈힐 아파트는 59㎡ 매물이 20억7000만원, 84㎡가 21억원에 나와 있다. 약 3000만원만 더 주면 평수 갈아타기가 가능한 상황이다.

서울 시내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

전문가들은 연일 다주택자를 향한 메시지의 강도를 높여가는 대통령·정부의 의지와 달리, 예상보다 매매가 하락폭은 적고 매수 대기 수요의 ‘눈치싸움’은 더 커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서울 아파트는 이미 계급화돼 있다”며 “정부가 시장 안정을 위해 강한 메시지를 내는 건 이해되지만 공급이 현실화되지 않은 상황에서 수요가 억제되면 정책 의도대로 시장에서 효과가 나지 않을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