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낀’ 다주택자 퇴로 열어준다 [H-EXCLUSIVE]
언론기사2026.02.05
정부, 양도세 중과 보완책 마련
세 낀 다주택자 매물 케이스별로 검토
세입자 계약갱신요구권 행사된 경우
매수자 실거주 의무 유예 방안 유력
갭투자 우회로 악용 우려 목소리도



이재명 대통령이 다주택자는 물론 비거주 1주택자에 대해서도 매도 압박을 높이고 있는 가운데, 정부가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주택 매도 시 관련 규제 적용 유예를 검토중이다.

5일 정부 관계자에 따르면, 재정경제부와 국토교통부는 토지거래허가구역 내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한 임차인이 거주하는 주택에 한 해 매수인의 실거주 의무를 늦춰주는 안을 검토 중이다. 또 세입자의 남은 임차 기간에 따라 세분화한 보완책을 마련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관련기사 3면

이재명 대통령은 지속적으로 ‘세 낀 주택은 팔라’고 강조해왔다.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 면제 종료에 쐐기를 박은 데 이어 이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에 “똘똘한 한 채로 갈아타기요? 분명히 말씀드리는데 주거용이 아니면 그것도 안 하는 것이 이익일 것”이라고 밝혔다. 다주택자에 이어 비거주 1주택자를 겨냥한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에 정부도 ‘비거주 주택 매도’에 나설 수 있도록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과 상충하는 부분 해소에 나섰다. 지난해 발표한 10·15 대책에서 서울 전역 및 경기 12개 지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토허구역)으로 묶여, 매매 계약을 한 매수인은 4개월 내 전입해 2년 간 실거주 해야 한다. 이에 따라 이 지역에선 ‘세입자 퇴거’가 전제 돼야 매도할 수 있어, 팔고 싶어도 팔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국토부 관계자는 “임대차 계약에도 다양한 사례가 존재하는 만큼, 남은 임대 기간 등을 고려한 세분화된 보완책을 마련 중이다”고 말했다.

현행 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에게 1회(2년) 계약갱신요구권을 보장한다. 이미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했다면 최장 2년 임차 기간이 남은 셈이다.

정부는 지난 3일 국무회의서 다주택자가 5월 9일까지 매도 계약을 맺을 경우 강남3구(강남·서초·송파구)와 용산구 등 기존 조정대상지역은 3개월, 지난해 10·15 부동산 대책을 통해 신규 지정된 서울 비강남권과 경기 일부 지역은 6개월 이내에 잔금을 내거나 등기를 치면 기존 양도세 감면 조치를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안을 공식화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세를 낀 주택은 매도를 위해선 임차인의 퇴거가 필요해 세입자의 주거 불안이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금 살고 있는 세입자의 임대 기간까지는 예외적으로 한다든지 해서 그 이후에는 반드시 들어가게 하도록 할 것”이라고 일종의 ‘퇴로’를 시사했다. 김윤덕 국토부 장관도 전날 주택 사업지 현장서 기자들을 만나 “(다주택자 중과 유예 종료로) 세입자가 쫓겨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다만 전문가들은 이 같은 정부의 안이 자칫 ‘갭투자(세를 끼고 매매)’의 우회로로 악용되는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한다.

매수자 입장에선 일시적이라 해도 임차보증금을 활용해 주택을 매매할 수 있는 경로가 열리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이럴 경우 다수 출회된 다주택자의 매물 시세가 떨어지기는커녕 더 오를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업계 관계자는 “아무리 계약갱신요구권을 조건으로 둔다 해도 ‘갭투자’의 우회로로 악용될 수 있지 않느냐”며 “실제 강남3구의 경우 토지거래허가제(토허제)로 지정되기 이전에는 세를 낀 매물이 다른 매물보다 2~3억원 높게 가격이 책정되는 등 매도자가 매매가를 더 높게 부르곤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계약갱신요구권을 사용한 임차인 중에서도 남은 임차 기간을 세분화해 토허제를 일시적으로 완화해주는 방안도 거론된다. ‘임차 기간이 6개월 미만으로 남은 경우’ 등 그 기준을 더 미세하게 조정하는 게 더 현실적인 방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는 “정부 입장에선 계약갱신요구권을 열어주면서도 갭투자를 방지하기 위한 방안을 고민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홍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