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억 하락해도 못사” 더 떨어질까봐, 대출 안나와서…관망 [부동산360]
언론기사2026.02.06
무주택자 수요, 대출 규제에 ‘현금 장벽’
갈아타기도 “기존 집 안 팔려 계약 중단”
‘나만 비싸게 살까’ 두려움에 관망세

서울 송파구 아파트 단지 일대.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윤성현·신혜원 기자] 서울 핵심지에서 호가보다 수억원 내린 급매물이 잇따라 나오고 있지만, 매수 수요자들이 쉽게 움직이지 못하고 있다. 매수 대기 수요 입장에선 급격하게 올라갔던 서울 집값을 감안하면 낙폭이 기대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6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대통령이 양도소득세 중과와 관련한 입장을 밝히기 전인 올해 1월 1일과 비교해 서울 전역에서 매물이 늘었고, 증가세는 이른바 ‘한강벨트’에 집중됐다. 자치구별 매물 증가율은 송파구가 3351건에서 4137건으로 23.4% 늘어 가장 컸다. 이어 광진구(784건→945건, 20.5%), 서초구(5837건→6889건, 18.0%), 성동구(1215건→1423건, 17.1%), 강남구(7122건→8336건, 17.0%) 순으로 집계됐다.



매물이 늘었지만 ‘급매 출회’가 곧바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기엔 힘이 부족하다는 게 현장 분위기다. 수요자들의 매수 여력이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6·27 가계부채 관리 강화 방안,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에서 연이은 대출규제 한도 축소 이후 시장은 무주택자의 진입장이 아닌 기존 주택을 팔고 상급지로 옮기는 1주택자의 ‘갈아타기 장’으로 변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송파구 잠실동의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최근 문의의 90%가 갈아타기”라며 “신규 진입을 묻는 사람은 드물다”고 말했다. 그는 “직전 호가에서 3~4억원 낮췄다고 해도 실거래 신고가 기준으로는 수천만원에서 1억원 차이 수준”이라며 “오른 폭이 워낙 커 지금 나오는 매물은 사실상 급매라고 보기 어렵다”고 했다.



실거래 흐름도 비슷하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보면 강남구 도곡렉슬 전용 84㎡는 지난해 1월 25일 33억6000만원(20층)에 거래된 뒤 같은 해 11월 40억원(12층)으로 뛰었다. 현지 중개업소에 등록된 호가는 37억원 선으로 전해져 신고가 대비 3억원 낮아졌지만, 지난해 초와 비교하면 여전히 4억원 이상 비싸다.

개포자이프레지던스는 격차가 더 크다. 지난해 4월부터 등기가 가능해진 이 단지 전용 84㎡는 지난해 3월 20일 24억7000만원(2층)에 거래됐지만 같은 해 12월 19일 42억7000만원(6층)에 팔리며 신고가를 새로 썼다. 최근 현지 중개업소에 등록된 호가는 38억원으로 약 5억원 내려왔지만, 급등 구간을 감안하면 매수 수요 입장에서 기대만큼 낙폭이 크지 않다.

“그간 가격이 크게 오른 탓에 ‘나만 비싸게 사는 것 아닌가’ 하는 ‘풉(FOOP·Fear Of Over Paying) 증후군’, 즉 과지불 공포가 시장에 짙게 퍼졌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10억원 더 낮은 가격에 살 수 있을지 모른다는 기대가 매수 결정을 더 늦추고 있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

지역별 격차도 커진 탓에 1주택자의 갈아타기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집을 팔아야 새 집을 살 수 있는데, 매수자가 없으니 기존 주택 처분이 막히고 연쇄적으로 계약이 멈추는 구조다.

광진구 광장동 B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광장동 극동아파트 84㎡는 지난해 10월 정비구역 지정을 앞두고 28억원 신고가를 기록한 뒤 호가가 31억원까지 형성됐는데, 최근 다주택자 급매물이 26억원에 나왔지만 조건을 맞출 사람이 없어 문의가 없다”며 “그나마 기존 주택을 21억원에 처분하고 오겠다는 사람이 있는데 그 집이 팔리지 않아 계약이 진행이 안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

전문가들은 매수 주체가 사실상 실종된 시장이라고 진단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갈아타기도 쉽지 않은 장세”라며 “현재 규제의 논리로는 다주택자 매물을 다주택자가 받기보다 무주택자가 받아줘야 소진되는데, 무주택자는 현금이 최소 10억원 가까이 있어야 매수가 가능해 매물이 쉽게 줄지 않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