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30억 우리집 내 거지?”…초등생도 집값 아는 ‘아파트 수저’ 시대 [부동산360]
언론기사・2026.02.08
급여 3%대 오를 때 3배 이상 오른 서울 아파트값
“기회의 상실 속 자산 가격의 급증이 만든 현상”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헤럴드경제DB]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최근 온라인에서는 서울 송파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이 부모에게 증여를 요구했다는 사연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사연자는 딸이 “아무것도 하지 않기 싫고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서 평생 같이 살고 싶다고 했다”며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등하굣길 지나가는 상가의 부동산 광고나 검색 한 번이면 사는 곳의 집값을 알 수 있는 시대다. 10대들도 매물의 호가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가격에 대해 자연스레 인지하게 된 요즘, 해당 사연에는 여러 댓글이 담기며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런 현상은 부동산을 통한 부의 대물림이 심해지며 향후 청년 내 자산 격차도 극과 극으로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도 맞닿아있다.
특히 서울 아파트는 이 같은 격차를 대표하는 자산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토지+자유연구소와 협업한 정책연구보고서 ‘부동산 불평등 완화와 생산적 경제로의 전환’에 따르면 과거 10년간(2015~2025)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최대 14억9000만원이 올랐다. 자치구 내 격차도 컸다. 10년 전에는 자치구 간 평균 가격 격차가 3.5배였지만, 지난해는 4.9배로 커졌다.
27일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아파트 단지 내 공인중개사무소에 초급매 안내 광고지가 붙었지만 낙폭은 크지 않았다. 윤성현 기자
수년간 이어진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 및 이로 인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전국적으로 퍼진 결과도 이와 연결돼 있다. 특히 지난해는 증세 우려 등으로 자녀 세대에게 서울의 아파트를 증여하려는 이들은 특히 늘었다.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2022년 이후 3년 만의 최대치인 7708건이었다. 미성년자가 증여받은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강남4구와 마용성 등 가격 상승 선두 지역에 집중됐다. ‘아파트수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자산가들은 세금 문제를 미리 해결하고 자산의 이전과 함께 자녀의 주거 안정을 사전에 확보하도록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5월 9일 종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26일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모습. 임세준 기자
앞서 사례의 초등학생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의 이면에는 일하지 않고 자산을 보유한 것만으로 노동 소득을 압도하는 현실이 사실상 반영돼 있다. 부의 대물림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자산의 증식은 그 속도가 노동임금의 속도보다 급격하게 빠르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19년 만에 최대치인 9% 급등했다. 이는 같은 해 상반기 월평균 임금총액(초과급여 제외, 한국경영자총연합회)이 전년 동기 대비 3.5% 인상된 것에 비해 약2.6배 높다. 3.5배 인상된 것 대비 3배임. 상승률이 20%을 넘긴 송파구, 경기 과천시 등은 이 격차가 약6배로 더 크다.
눈길을 끄는 점은 서울아파트 가격이 급증하면서 부동산을 통한 자산 이전 문제가 더 이상 일부 고액 자산가 가정만의 고민이 아니게 됐다는 점이다. 송파구 뿐만 아니라 서울 양천구 목동, 경기 분당구 등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이 늘어나며 입지 아파트 소유 여부로 영향을 받는 자녀 세대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따라잡기 어려운 자산 격차를 이른 나이부터 인식하는 현상도 자연스럽게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이 주요한 자산 이전의 수단인 것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부동산 중개업체 콜드웰뱅커 글로벌 럭셔리의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순자산 500만달러(약 74억원) 이상의 전 세계 자산가 약 120만명은 향후 10년간 총 38조달러(약5경6000조원)가 넘는 자산을 자녀에게 물려 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 중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미국 내 부동산 2조4000억달러를 포함, 세계적으로 총 4조6000억달러(약6787조원) 규모의 부동산을 상속받을 것으로 추산됐다. 보도에 따르면 최상단의 부유층은 이전보다 더 일찍 상속 관련 논의에 참여시키고 고액의 부동산 관련 결정을 내리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
전문가은 이 같은 변화는 경제가 성숙한 국가들에게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효선 KB부동산 WM추진부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세대 간 자산 이동에 따른 빈부격차나 상속, 증여 트렌드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한국은 인구의 급감, 지방 소멸 우려, 풍부한 유동성을 겪고 있어 이런 부분들이 더 부각이 되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급격한 고성장을 겪은 1960년 이후 시절과 다른 지점은 지금은 저성장으로 기회가 상실된 상황 속에서 증여에 따라 출발선이 차이가 난다는 지점”이라며 “아파트 비중이 65%로 높고 가격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쉬운 구조라는 점도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기회의 상실 속 자산 가격의 급증이 만든 현상”
서울의 한 초등학교.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음. [헤럴드경제DB][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최근 온라인에서는 서울 송파구의 한 대단지 아파트에 거주하는 초등학교 4학년 여학생이 부모에게 증여를 요구했다는 사연이 올라와 화제가 됐다. 사연자는 딸이 “아무것도 하지 않기 싫고 부모에게 용돈을 받아서 평생 같이 살고 싶다고 했다”며 “아이를 어떻게 해야 할지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등하굣길 지나가는 상가의 부동산 광고나 검색 한 번이면 사는 곳의 집값을 알 수 있는 시대다. 10대들도 매물의 호가를 자연스럽게 접하고 가격에 대해 자연스레 인지하게 된 요즘, 해당 사연에는 여러 댓글이 담기며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이런 현상은 부동산을 통한 부의 대물림이 심해지며 향후 청년 내 자산 격차도 극과 극으로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와도 맞닿아있다.
특히 서울 아파트는 이 같은 격차를 대표하는 자산이다.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토지+자유연구소와 협업한 정책연구보고서 ‘부동산 불평등 완화와 생산적 경제로의 전환’에 따르면 과거 10년간(2015~2025) 서울 아파트 평균 가격은 최대 14억9000만원이 올랐다. 자치구 내 격차도 컸다. 10년 전에는 자치구 간 평균 가격 격차가 3.5배였지만, 지난해는 4.9배로 커졌다.
27일 찾은 서울 서초구 반포동 래미안원베일리 아파트 단지 내 공인중개사무소에 초급매 안내 광고지가 붙었지만 낙폭은 크지 않았다. 윤성현 기자수년간 이어진 다주택자들에 대한 규제 및 이로 인한 ‘똘똘한 한 채’ 선호 현상이 전국적으로 퍼진 결과도 이와 연결돼 있다. 특히 지난해는 증세 우려 등으로 자녀 세대에게 서울의 아파트를 증여하려는 이들은 특히 늘었다. 국세청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1~10월 서울 아파트 증여 건수는 2022년 이후 3년 만의 최대치인 7708건이었다. 미성년자가 증여받은 아파트의 절반 이상이 강남4구와 마용성 등 가격 상승 선두 지역에 집중됐다. ‘아파트수저’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을 정도다. 자산가들은 세금 문제를 미리 해결하고 자산의 이전과 함께 자녀의 주거 안정을 사전에 확보하도록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재명 대통령이 오는 5월 9일 종료되는 다주택자 양도소득세(양도세) 중과 유예 조치를 연장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사진은 26일 서울 송파구의 아파트 모습. 임세준 기자앞서 사례의 초등학생이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다”는 말의 이면에는 일하지 않고 자산을 보유한 것만으로 노동 소득을 압도하는 현실이 사실상 반영돼 있다. 부의 대물림과 함께 누릴 수 있는 자산의 증식은 그 속도가 노동임금의 속도보다 급격하게 빠르기 때문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값은 19년 만에 최대치인 9% 급등했다. 이는 같은 해 상반기 월평균 임금총액(초과급여 제외, 한국경영자총연합회)이 전년 동기 대비 3.5% 인상된 것에 비해 약2.6배 높다. 3.5배 인상된 것 대비 3배임. 상승률이 20%을 넘긴 송파구, 경기 과천시 등은 이 격차가 약6배로 더 크다.
눈길을 끄는 점은 서울아파트 가격이 급증하면서 부동산을 통한 자산 이전 문제가 더 이상 일부 고액 자산가 가정만의 고민이 아니게 됐다는 점이다. 송파구 뿐만 아니라 서울 양천구 목동, 경기 분당구 등 집값이 많이 오른 지역이 늘어나며 입지 아파트 소유 여부로 영향을 받는 자녀 세대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이로 인해 개인의 노력만으로는 따라잡기 어려운 자산 격차를 이른 나이부터 인식하는 현상도 자연스럽게 벌어지고 있다.
부동산이 주요한 자산 이전의 수단인 것은 해외에서도 마찬가지다. 지난 16일(현지시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이 부동산 중개업체 콜드웰뱅커 글로벌 럭셔리의 보고서를 인용한 보도에 따르면 순자산 500만달러(약 74억원) 이상의 전 세계 자산가 약 120만명은 향후 10년간 총 38조달러(약5경6000조원)가 넘는 자산을 자녀에게 물려 줄 것이란 전망이 나왔다.
이 중 X세대와 밀레니얼 세대는 미국 내 부동산 2조4000억달러를 포함, 세계적으로 총 4조6000억달러(약6787조원) 규모의 부동산을 상속받을 것으로 추산됐다. 보도에 따르면 최상단의 부유층은 이전보다 더 일찍 상속 관련 논의에 참여시키고 고액의 부동산 관련 결정을 내리고 있다.
사진은 이날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시내 아파트 모습. [연합]전문가은 이 같은 변화는 경제가 성숙한 국가들에게서 동일하게 나타나는 현상으로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김효선 KB부동산 WM추진부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세대 간 자산 이동에 따른 빈부격차나 상속, 증여 트렌드는 세계적인 현상으로 이해해야 한다”면서 “한국은 인구의 급감, 지방 소멸 우려, 풍부한 유동성을 겪고 있어 이런 부분들이 더 부각이 되는 면이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급격한 고성장을 겪은 1960년 이후 시절과 다른 지점은 지금은 저성장으로 기회가 상실된 상황 속에서 증여에 따라 출발선이 차이가 난다는 지점”이라며 “아파트 비중이 65%로 높고 가격에 대한 정보를 얻기가 쉬운 구조라는 점도 사람들의 인식에 영향을 주고 있다”라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