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둘 늘어나는 '강남3구' 매물…서서히 낮아지는 호가
언론기사2026.02.09
잠셀 엘스 호가 3000만원 하락
'반포 써밋'도 1000만원 떨어져
양도세 중과 '엄포' 효과
5·9일 임박해 가격 더 떨어질 듯
최근 매물이 늘어나고 있는 '강남3구'에서 호가가 조금씩 하락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매맷값을 대폭 낮춘 매물이 소진된 이후 직전 거래 가격보다 높게 내놓은 물건도 호가를 낮추는 양상이다.

9일 부동산 빅데이터업체 아실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잠실동 '잠실엘스' 전용면적 59㎡ 저층 매물은 최초 등록가 29억8000만원에서 지난 6일 29억6000만원으로 호가가 2000만원 내려갔다. 하루 전인 5일에는 같은 단지 전용 59㎡ 고층 매물도 30억2000만원에서 29억9000만원으로 3000만원 하향 조정됐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 써밋' 전용 59.92㎡ 매물 역시 최초 등록가보다 호가를 1000만원 낮춘 34억3000만원에 다시 등록했다.



집주인들이 급매가 아닌 매물에 대해 호가를 낮추기 시작한 것은 최근 들어 팔려고 내놓은 물건이 늘었기 때문이다. 지난 5일 기준 서울시 아파트 매물은 5만9706건으로 집계됐다. 대통령이 지난달 23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다주택자 관련 메시지를 처음 올리기 전날과 비교해 약 6.2% 증가한 수치다.

특히 서울 자치구 가운데 강남3구와 성동구의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송파구 매물은 같은 기간 3471건에서 4137건으로 19.1% 늘었고 성동구(17.8%), 서초구(11.1%), 광진구(10.7%), 강남구(10%), 동작구(9.5%), 강동구(9.1%) 등이 뒤를 이었다. 모두 서울 지역 내에서 이른바 '상급지'로 꼽히는 곳들이다.

매물은 고가 아파트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송파구 가락동 '송파헬리오시티'는 512건에서 778건으로 52% 급증했고 잠실동 '잠실엘스'는 72건에서 103건으로 43% 늘었다. 같은 지역 '리센츠'도 110건에서 150건으로 36.3% 증가했다. 성동구에서는 '트리마제'가 62건에서 74건으로 19.3%, '아크로서울포레스트'는 28건에서 33건으로 18% 늘었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써밋' 역시 45건에서 67건으로 49% 증가했다. 이들 단지는 시세가 20억원 이상으로 형성돼 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양도세를 넘어 결국은 보유세 싸움"이라며 "강남권은 이미 고점 인식이 형성된 상태에서 정책 발언과 시점이 맞물리며 매물이 출회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우병탁 신한은행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의 시뮬레이션(공정시장가액비율 종부세 60%→80% 상향, 재산세 45% 가정)에 따르면, 서초구 아크로리버파크(전용 84.97㎡)를 실거래가 55억 원(공시가격 약 33억 원 추정)으로 보유할 경우 연간 보유세 총액은 2278만 원으로 추산됐다. 이는 기존 계산 방식(2125만 원)보다 소폭 늘어난 수준이다. 반포자이(전용 84㎡) 역시 연간 보유세가 1843만 원으로, 기존 추정치(1790만 원) 대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이 같은 세 부담이 상급지 다주택자들의 매도 결정을 자극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매물이 늘고 있지만 거래는 바로 이뤄지진 않는다. 10·15 대책 이후 대출 규제가 강화되면서 주택 가격이 20억원 이상인 이들 지역은 실수요자들의 접근성이 낮기 때문이다. 현재 주택담보대출 한도는 주택 가격에 따라 15억원 이하 6억원, 15억~25억원 4억원, 25억원 초과 2억원으로 차등 적용되고 있다. 이로 인해 상급지 매물은 현금 여력이 있거나 사업자 대출이 가능한 자산가 중심으로만 거래가 가능한 상황이다.

이 때문에 매물 증가에 따른 호가 하락이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송파구 공인중개사는 "아직은 가격이 확 떨어지진 않고 있다"며 "5월 9일 임박해 가격이 더 낮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반면 성북·강북 등 일부 외곽 지역에서는 매물이 오히려 줄었다. 아실에 따르면 성북구가 5.6% 감소했으며 강북구와 금천구는 각각 5.3%와 2.7% 줄었다. 단지별로 보면 성북구 '래미안장위퍼스트하이'는 30건에서 20건으로 33.4% 감소했고, '꿈의숲아이파크'도 7건 줄어든 21건을 기록했다. 강북구 미아동 '두산위브트레지움'은 45건에서 28건으로 38%가량 줄었다.

서울 서초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 앞에 급매물 안내문이 붙어 있다. 연합뉴스

이들 지역은 13억 원 이하 매물이 많아 대출을 활용한 실거주 목적의 매수가 가능한 곳으로 분류된다. 전·월세로 거주하던 무주택자들이 주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매수로 전환하면서 매물이 빠르게 소진된 것으로 분석된다. 강북구 인근 한 공인중개사는 "강북이나 성북 지역은 실수요 이동이 많아 흔히 말하는 강남, 마용성(마포·용산·성동구)와는 다르다"며 "전세로 살던 수요자들이 서울 집값이 줄줄이 오르다 보니 대출을 더 보태서 상급지 대신 준신축이나 신축이 있는 성북구 쪽으로 이동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외곽 지역의 매물 가뭄 현상이 장기화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장기적으로는 '똘똘한 한 채'를 남기고 나머지를 정리하는 흐름이 유효해서다. 외곽 지역에 실수요가 몰리며 일시적으로 매물이 소진되고 있지만, 보유세 부담에 대한 계산이 끝난 집주인들이 추가 매물을 내놓을 가능성이 있다. 성북 지역의 한 중개사는 "1월까지는 대단지 분양권을 내놓은 물량이 많아 거래가 활발했지만, 현재 살 사람은 다 산 분위기"라며 "전·월세를 구하지 못한 수요자들은 매수보다는 상대적으로 저렴한 임대 매물을 찾고 있어 시장은 사실상 소강상태"라고 말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WM컨설팅센터장은 "전세가 남은 매물(임대차 낀 주택)에 대해 유예 대책을 검토 중인 만큼 매물이 추가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가격은 크게 하락하기보다는 상승세가 둔화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