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혼자 산다' 800만 최고 찍었는데 72% 급감…"아파트 말곤 새 집이 없어요"[부동산AtoZ]
언론기사2026.02.10
1인 가구 800만 '역대 최대'인데
非아파트 공급 4년 새 72% 급감
전국 비아파트 착공 물량
2021년 11.1만서 작년 3.1만
전세사기 이후 비아파트 기피
빌라·오피스텔 값 역대 최고치
한국 1인가구 비중 36%
2030 청년·60대 이상 분포
소득 대비 높은 월세 악순환
서울 다세대·연립주택(빌라) 밀집 골목 모습. 집품

다가구주택이나 빌라·오피스텔 등 비(非)아파트 착공 물량이 4년 새 7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고령화, 비혼 등의 영향으로 1인 가구는 해마다 늘고 있는데, 이들이 살 만한 주택 공급은 오히려 쪼그라든 것이다. 정부의 주택정책이 아파트 공급에 집중되면서 1인 가구의 주거비 부담이 갈수록 커질 것이란 지적이 나온다. 청년 밀집 지역인 관악구 신림동에선 지난 5일 전용 22.65㎡(약 7평) 빌라가 월세 163만원(보증금 1000만원)에 거래되기도 했다.

10일 국토교통부 주택통계를 보면 전국 비아파트 착공 물량은 2021년 11만986가구에서 다음해 8만4382가구로 2만5000가구 이상 감소했다. 2023년엔 착공 물량이 4만2576가구로 전년의 반토막 수준에 불과했다. 2024년과 지난해엔 각각 3만3807가구와 3만1215가구로 또다시 줄었다. 4년간 매해 연평균 30% 가까이 줄어든 셈이다. 감소 폭이 가장 컸던 건 2023년은 전세 사기 사태와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경색이 겹친 시기다.



중소 건설사 관계자는 "전세 사기 이후 비아파트를 기피하는 분위기가 확산한 데다 PF 자금 조달이 까다로워지면서 소규모 주택사업이 먼저 무너졌다"며 "착공 감소는 당분간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같은 기간 아파트 착공은 2023년 19만9612가구까지 떨어졌다가 2024년 26만9626가구로 반등했다.

오피스텔도 공급 절벽이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올해 전국 오피스텔 입주 예정 물량은 1만1909실로, 2010년(7482실) 이후 16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2019년 11만실이 쏟아지던 것과 비교하면 10분의 1에 불과하다. 오피스텔은 분양에서 입주까지 2~3년이 걸리는데, 2023년 분양이 전년의 4분의 1(6605실)로 급감한 충격이 지금 현실화하고 있다.

빌라·오피스텔 가격 줄줄이 역대 최고치

1인 가구의 거주 형태에서 다가구, 오피스텔 비중은 크다. 집주인 한 명이 월세를 받는 3층 이하 원룸 건물인 다가구주택(단독주택 포함) 거주가 42.7%로 가장 많고, 흔히 '빌라'로 불리는 4층 이하 연립·다세대주택(11.8%), 업무·주거 겸용 오피스텔(8.2%)이 뒤를 잇는다. 국민 전체 내 집 마련 비중이 57% 정도인 데 반해 1인 가구는 30% 수준에 그친다.

1인 가구의 주거 부담은 공급에서만 체감되는 건 아니다. 공급이 줄면서 가격 오름세도 확연해졌다. KB부동산 통계를 보면 서울 빌라 매매 가격지수는 지난달 기준 103.58로 10개월 연속 올랐다. 전세도 두 달 연속 상승세다.

월세 상승은 더 가파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수도권 빌라 월세가격지수는 지난해 12월 101.51로 2015년 6월 통계 작성 이래 최고치를 경신했다. 지난해 10·15 대책 이후 상승이 가팔라져, 10월엔 0.23포인트를 기록한 데 이어 11월과 12월엔 0.25포인트, 0.28포인트로 매달 역대 최대 상승 폭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서울 빌라 평균 월세는 64만2290원이지만, 전용면적과 지역을 가리지 않은 평균이어서 실제 체감은 이보다 훨씬 높다. 서울 오피스텔 평균 월세는 지난해 4분기 기준 93만원으로, 전 분기 대비 상승 폭(0.76%)은 통계 집계 이래 가장 높다. 오피스텔 매매가격 역시 전국 평균은 하락(-0.30%)했지만 서울은 상승(0.30%)했다.

비아파트 의존도 높은 1인 가구, 전국 800만

비아파트 공급은 1인 가구 증가세를 역행하고 있다. 1인 가구는 2024년 기준 804만5000가구에 달한다.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36% 수준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20대 이하가 17.8%로 가장 많고 60대(17.6%), 30대(17.4%) 순으로 청년과 고령층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장경석 국회입법조사처 경제산업조사실 입법조사관은 "1인 가구는 소득 부족으로 아파트 시장 진입이 어려워 비아파트에 의존하는 구조"라며 "소득 대비 높은 월세 부담으로 저축이 힘들어져 주거 상향 이동이 제한되는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고시원 내몰리는 청년

민간 시장에서 밀려난 청년은 시세 절반에 거주할 수 있는 공공주택에 몰리고 있다. 지난해 청년 대상 한국토지주택공사(LH) 매입임대주택은 평균 청약 경쟁률 52대 1을 기록했다. 서울 용산구에선 청년 매입임대 5가구를 공급했는데 3171명이 몰리며 600대 1을 넘겼다.

공공임대에 들어가지 못한 청년이 가는 곳은 고시원이다. 국회입법조사처에 따르면 1인 가구 가운데 최저주거기준 미달·중위소득 50% 이하·소득 대비 임대료 30% 초과에 해당하는 '복합위기 가구'는 11만6882가구다. 이 가운데 절반(48%)이 20대이며 이들의 73%가 고시원에 산다. 1인 가구 최저주거기준이 14㎡(약 4평) 수준인데 이 기준조차 못 채우는 공간에서 살아가는 20대는 13만9000가구에 달한다. 그런데도 정부의 주거 지원을 한 건이라도 받은 이는 3분의 1에 불과하다.

전문가들은 획일적인 아파트 공급 위주 대책에서 벗어나 1인 가구 현실에 맞게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장경석 조사관은 "1인 가구를 결혼 전 임시 형태가 아닌 생애 전반의 보편적 가구로 인식하는 전환이 필요하다"며 "공공분양·공공임대에서 1인 가구 배정 물량을 늘리고 건축·주차장 규제를 완화해 민간 소형주택 공급 여건부터 개선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고시원에 사는 청년에게는 주거급여 문턱을 낮추고, 돌봄이 필요한 고령층에게는 공공실버주택을 확대하는 등 생애주기별 맞춤 대책을 병행해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