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 떨어져야" vs "못 깎아"…매도·매수자 기싸움 '팽팽' [돈앤톡]
언론기사2026.02.13
다주택자 '퇴로' 열리자 서울에 매물 출회
현장에선 '아직 호가는 그대로'…팽팽한 관망세
"매입자 협상력 높아졌으나 대출 규제가 거래 복병"
12일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일대. / 사진=연합뉴스
정부가 지난 4년간 이어온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조치를 오는 5월 9일 종료하기로 했다. 다만 세를 끼고 있어 당장 팔기 어려웠던 매물에 대해선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기로 하면서 부동산 시장의 '눈치싸움'이 극에 달하고 있다. 다주택자들이 시장에 매물을 내놓고 있지만, 매수자들은 '가격이 더 내릴 때까지 기다리겠다'며 뒷짐을 지는 모습이다.

12일 아파트 정보 제공 앱 아파트실거래가에 따르면, 이날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물량은 6만2357건으로 이틀 전(6만417건)과 비교해 1940건(3.2%) 급증했다.

단기간에 매물이 급증한 것은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실거주 의무 유예와 함께 잔금 처리 기한을 4~6개월 연장해준 보완책이 나온 영향으로 풀이된다. 퇴로가 열리자, 세입자 문제로 매도할 수 없었던 다주택자들이 서둘러 매물을 내놓은 것이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금천구(1141건 → 1133건)를 제외한 서울 전역에서 매물이 늘었다. 특히 성동구가 6.2%의 증가율을 보이며 가장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했고, 마포구(6.1%), 성북구(5.7%), 강동구(5.4%), 영등포구(5.2%) 등이 그 뒤를 이었다. 이른바 '마·용·성'과 주요 학군지인 노원, 송파 등에서도 4% 안팎으로 매물량이 증가했다.

다만 매물량 증가가 곧바로 '가격 하락'으로 이어지는 분위기는 아니다. 오히려 매도자들 사이에서는 "시간을 벌었다"는 인식이 퍼지며 저가 급매물은 오히려 거둬들이는 분위기다. 가격을 확 낮춰 빠르게 팔기보다는 시장 추이를 지켜보며 제값을 받겠다는 자세를 견지하고 있는 셈이다.

서울 광진구의 A 공인 중개 관계자는 "다주택자들의 매물이 일부 나오고 있는 것은 맞다. 다만 직전 거래가보다 호가가 높게 나오고 있다"며 "실거래가보다 낮게 매도하려는 마음은 다들 없다. 매도자와 매수자, 양쪽 다 고민이 많다"고 전했다. 12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외벽에 부동산 관련 세금과 아파트 매매 물건 등의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시장에 거래 활력을 불어넣는 '마중물'이 될 수 있다고 보면서도, 실제 계약이 성사돼 거래 건수가 유의미하게 증가하기까지는 넘어야 할 산이 많다고 분석했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유예 종료와 함께 오는 7월 보유세 등 부동산 세제 개편 예고 등 전방위적인 수요 억제책이 기다리고 있어 고령자나 차익 시현을 노린 매물은 꾸준히 출회할 것"이라며 "매물이 늘어나면 매입자의 가격 협상력이 높아져 '노도강'(노원·도봉·강북)이나 '금관구'(금천·관악·구로) 등 서울 외곽의 중소형 매물 위주로 실수요자의 유입이 가능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다만 "15억 이하 주택에 대한 대출 한도가 DIT(총부채상환비율)나 DSR(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 규제로 인해 제약받을 수 있어, 자금 여력이 있는 수요자에 한해 거래가 이뤄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함 랩장은 또 "임대차 낀 매물 여부, 임차인의 잔여 임대차 기간, 매수자의 유주택 및 무주택 여부에 따라 거래 시 잔금·등기 시점, 실입주 시점, 대출 반환 시점 등의 차이가 있을 수 있으니 거래 시 자격요건을 꼼꼼히 따지고 매입자금 마련에 신중을 기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역시 "매물이 늘면서 집값이 주춤하는 '관망세'가 이어질 것"으로 내다봤다. 그는 다만 "다주택자에 대한 규제가 지속하는 양상"이라며 "단기에 많은 물량을 끌어내 시장 가격을 유의미하게 하락시킬지는 실제 결과를 더 지켜봐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