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출 막혀 현금 7~8억 있어야 집 사”…매물 나와도 살 사람 없다
언론기사・2026.02.13
양도세 중과·실거주 유예에도 시장 혼란
다주택 퇴로 열자 송파 등 매물 10% ↑
매도자 “이사비 줄테니 세입자 보내달라”
집값 급등에 전세금 레버리지 활용 한계
“대출 막혀 여력 한정, 공급 효과 제한적”
12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외벽에 부동산 매물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연합]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를 알리며 임대 중인 주택에 한해 실거주 의무를 일부 유예해줬지만 해당 매물을 사들일 매수자가 예상보다 많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무주택자들이 유예 기간을 받아 다주택자 주택을 매입할 수 있지만, 이들은 매수 여력이 한정적이고, 오히려 전세퇴거자금대출 등 대출까지 꽉 막혀있기 때문이다. 이에 매물 출회 효과가 제한적일 거란 분석이 나온다.
▶李 대통령, 양도세 중과 보완 대책 후에도 “정부 이기는 시장 없다” 압박=이재명 대통령은 이날(13일)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지금 시장이 정상인가, 지금 정부가 부당한가”라며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재차 촉구했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보완책을 내놓은 지 하루만이다.
재정경제부는 전날 기준 체결된 임대차계약상의 최초 계약 종료일까지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최대 늦어도 2028년 2월 11일까지는 실거주를 위해 입주해야 하면 되는데 다주택자들이 ‘세 낀 집’을 내놓더라도, 수요자들이 일정 시간 유예기간을 갖도록 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실행 시 전입신고 의무도 현행 ‘대출 실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서 ‘대출실행일로부터 6개월’ 또는 ‘임대차 계약 종료일로부터 1개월’ 중 더 늦은 시점으로 유예됐다.
단 다주택자의 ‘세 낀 매물’ 매도를 허가하되, 매수자를 무주택자로 한정해 ‘실수요자만 갭투자를 할 수 있다’는 단서를 뒀다. 매수자는 토지거래허가 신청일 또는 주택담보대출 신청일을 기준으로 무주택자여야만 한다.
이 대통령은 “이 나라가 오로지 부동산에서만 잃어버린 30년을 향해 역주행을 계속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며 “정책결정권자의 의지가 있고 국민적 지지가 확보되면 규제와 세제, 공급과 수요조절 권한을 통해 문제해결은 물론 바람직한 상태로의 유도가 가능하다”고 썼다.
이 대통령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매물 늘었지만…“그냥 세입자 내보내주세요” 매수세 저조=정부가 다주택자들에게 퇴로를 열어준 뒤 시장에서는 매물이 늘었다. 이날 기준 아파트 실거래가 애플리캐이션(앱)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매물은 최근 한달간 1만333건에서 1만1755건으로 13.7%가 늘었다. 광진구는 1440건에서 1630건으로 13.1% 매물이 증가했다. 동작구·용산구·강동구도 각각 11.5%, 10.4%, 8.1% 늘었다.
다만 정부가 목표로 하는 임차인의 주거 보호와 다주택자의 매물 공급 효과를 동시에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일부 공인중개업소에는 “그냥 이사비를 줄 테니 세입자를 내보내달라”는 매도자의 연락이 전해지고 있다. 세 낀 매물을 살 수 있더라도, 매수자가 쉽사리 나타나지 않는 탓이다.
오히려 세입자가 없으면 다주택자도 ‘잔금·등기조건’만 맞추면 이를 살 수 있다.
매수자가 잘 나타나지 않는 데는 ▷무주택 한정 유예 ▷높은 매매가 ▷대출 규제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세 낀 주택을 매수할 경우에는 주택담보대출이 잘 나오지 않아, 보유 현금이 많아야지만 가능하다. 최근 매매가가 이미 너무 상승해 전세자금을 레버리지로 활용한다고 해도 추가적인 금액을 마련하는게 쉽지 않다. KB부동산 월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1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50.92% 수준이다. 평균 가격이 15억원이 넘는 서울 아파트를 매입할 때 최소 7~8억원 이상의 현금을 들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출도 꽉 막혀있다. 세입자에게 돌려주는 전세퇴거자금대출도 한도가 1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1년 전후의 시간을 벌었을 뿐, 역시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이상 세 낀 매물을 매입하는 게 쉽지 않다.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실거주 유예를 허락해 줬다고 하지만, 그 대상이 무주택자로 한정돼 매수자는 제한적”이라며 “결국은 1년 전후로 전세금을 돌려줘야하기 때문에, 강남에서 대출 없이 전세금을 마련해주려면 한 달에 1억은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서구 가양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주택 가격이 10억원이면 이곳 전세가는 3~4억원 선에 맞춰져 있다”며 “전세가 끼어 있으면 대출도 잘 나오지 않아 6~7억원의 현금이 있어야만 하는데, 무주택자중에 이 같은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으니 (매도자가) 그냥 세입자를 내보내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관리 전문가는 “강남의 초상급지에는 물론 세 낀 매물을 ‘덥썩’ 물 수 있는 매수자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 역시 무주택자로 한정되기 때문에 큰 틀에서 대단한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호가 역시 큰 변화를 보이진 않고 있다.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물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도 모든 게 1억 이상 넘게 떨어지도록 매도자가 두진 않는다”며 “이 지역 다주택자는 ‘안 팔리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홍승희 기자
다주택 퇴로 열자 송파 등 매물 10% ↑
매도자 “이사비 줄테니 세입자 보내달라”
집값 급등에 전세금 레버리지 활용 한계
“대출 막혀 여력 한정, 공급 효과 제한적”
12일 서울 시내 한 공인중개사 사무실 외벽에 부동산 매물 안내문이 게시되어 있다. [연합]
정부가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재개를 알리며 임대 중인 주택에 한해 실거주 의무를 일부 유예해줬지만 해당 매물을 사들일 매수자가 예상보다 많지 않다는 전망도 나온다. 무주택자들이 유예 기간을 받아 다주택자 주택을 매입할 수 있지만, 이들은 매수 여력이 한정적이고, 오히려 전세퇴거자금대출 등 대출까지 꽉 막혀있기 때문이다. 이에 매물 출회 효과가 제한적일 거란 분석이 나온다.
▶李 대통령, 양도세 중과 보완 대책 후에도 “정부 이기는 시장 없다” 압박=이재명 대통령은 이날(13일) 자신의 엑스(X·구 트위터)를 통해 “지금 시장이 정상인가, 지금 정부가 부당한가”라며 다주택자의 매물 출회를 재차 촉구했다. 정부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보완책을 내놓은 지 하루만이다.
재정경제부는 전날 기준 체결된 임대차계약상의 최초 계약 종료일까지 실거주 의무를 유예하겠다고 밝혔다. 최대 늦어도 2028년 2월 11일까지는 실거주를 위해 입주해야 하면 되는데 다주택자들이 ‘세 낀 집’을 내놓더라도, 수요자들이 일정 시간 유예기간을 갖도록 한 것이다.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실행 시 전입신고 의무도 현행 ‘대출 실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서 ‘대출실행일로부터 6개월’ 또는 ‘임대차 계약 종료일로부터 1개월’ 중 더 늦은 시점으로 유예됐다.
단 다주택자의 ‘세 낀 매물’ 매도를 허가하되, 매수자를 무주택자로 한정해 ‘실수요자만 갭투자를 할 수 있다’는 단서를 뒀다. 매수자는 토지거래허가 신청일 또는 주택담보대출 신청일을 기준으로 무주택자여야만 한다.
이 대통령은 “이 나라가 오로지 부동산에서만 잃어버린 30년을 향해 역주행을 계속하도록 방치할 수는 없다”며 “정책결정권자의 의지가 있고 국민적 지지가 확보되면 규제와 세제, 공급과 수요조절 권한을 통해 문제해결은 물론 바람직한 상태로의 유도가 가능하다”고 썼다.
이 대통령은 “시장을 이기는 정부도 없지만 정부를 이기는 시장도 없다”며 부동산 시장 안정화 의지를 재차 드러냈다.
▶매물 늘었지만…“그냥 세입자 내보내주세요” 매수세 저조=정부가 다주택자들에게 퇴로를 열어준 뒤 시장에서는 매물이 늘었다. 이날 기준 아파트 실거래가 애플리캐이션(앱)에 따르면 서울 송파구 매물은 최근 한달간 1만333건에서 1만1755건으로 13.7%가 늘었다. 광진구는 1440건에서 1630건으로 13.1% 매물이 증가했다. 동작구·용산구·강동구도 각각 11.5%, 10.4%, 8.1% 늘었다.
다만 정부가 목표로 하는 임차인의 주거 보호와 다주택자의 매물 공급 효과를 동시에 달성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정부의 대책 발표 이후 서울 일부 공인중개업소에는 “그냥 이사비를 줄 테니 세입자를 내보내달라”는 매도자의 연락이 전해지고 있다. 세 낀 매물을 살 수 있더라도, 매수자가 쉽사리 나타나지 않는 탓이다.
오히려 세입자가 없으면 다주택자도 ‘잔금·등기조건’만 맞추면 이를 살 수 있다.
매수자가 잘 나타나지 않는 데는 ▷무주택 한정 유예 ▷높은 매매가 ▷대출 규제 등의 원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우선 세 낀 주택을 매수할 경우에는 주택담보대출이 잘 나오지 않아, 보유 현금이 많아야지만 가능하다. 최근 매매가가 이미 너무 상승해 전세자금을 레버리지로 활용한다고 해도 추가적인 금액을 마련하는게 쉽지 않다. KB부동산 월간시계열 자료에 따르면 1월 기준 서울 아파트 평균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50.92% 수준이다. 평균 가격이 15억원이 넘는 서울 아파트를 매입할 때 최소 7~8억원 이상의 현금을 들고 있어야 하는 것이다.
여기에 대출도 꽉 막혀있다. 세입자에게 돌려주는 전세퇴거자금대출도 한도가 1억원 수준에 불과하다. 1년 전후의 시간을 벌었을 뿐, 역시나 현금을 보유하고 있지 않는 이상 세 낀 매물을 매입하는 게 쉽지 않다.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실거주 유예를 허락해 줬다고 하지만, 그 대상이 무주택자로 한정돼 매수자는 제한적”이라며 “결국은 1년 전후로 전세금을 돌려줘야하기 때문에, 강남에서 대출 없이 전세금을 마련해주려면 한 달에 1억은 벌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서구 가양동의 한 공인중개사는 “주택 가격이 10억원이면 이곳 전세가는 3~4억원 선에 맞춰져 있다”며 “전세가 끼어 있으면 대출도 잘 나오지 않아 6~7억원의 현금이 있어야만 하는데, 무주택자중에 이 같은 매수자를 찾기가 쉽지 않으니 (매도자가) 그냥 세입자를 내보내 달라고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자산관리 전문가는 “강남의 초상급지에는 물론 세 낀 매물을 ‘덥썩’ 물 수 있는 매수자가 있을 것”이라면서도 “이 역시 무주택자로 한정되기 때문에 큰 틀에서 대단한 효과를 내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지역별 편차가 있지만, 호가 역시 큰 변화를 보이진 않고 있다.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는 “매물 가격이 떨어진다고 해도 모든 게 1억 이상 넘게 떨어지도록 매도자가 두진 않는다”며 “이 지역 다주택자는 ‘안 팔리면 그만’”이라고 말했다. 홍승희 기자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