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급매물 늘었지만 ‘전세 가뭄’ 심화
언론기사2026.02.13
전세 1년 새 30% 급감, 강남3구만 증가
입주 48% 줄고·정비 이주 43곳 대기 중
등록임대제 손질 변수, 전세난 가중 우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와 맞물려 서울 아파트 임대차 시장이 위축되고 있다. 정부가 다주택자 보유 물량을 매매시장으로 끌어내는 데 집중하면서 급매물은 늘고 있지만, 정작 서민 주거와 직결된 전세는 빠르게 자취를 감추고 있다. 이에 서민들의 주거비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3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전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 매물은 2만422건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같은 시점(2만9461건)보다 30.7% 감소한 규모다.

지난해부터 이어진 고강도 규제로 갭투자가 어려워진 데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이 ‘3중 규제(토지거래허가구역·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이면서 실거주 의무가 부여되자 전세 매물이 줄어든 것이다.

자치구별로 보면 1년 사이 25개 구 가운데 22개 구에서 전세 매물이 감소했다. 성북구(1302건→122건), 관악구(762건→176건), 동대문구(1550건→435건) 순으로 감소 폭이 컸다. 매물이 늘어난 곳은 송파구(2295건→3760건), 서초구(3189건→3731건), 강남구(5297건→5552건) 등 강남 3구가 전부였다.

서울 동대문구 답십리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전세 매물보다 매매 매물을 찾아보기가 훨씬 더 쉽다”며 “현재 겹겹이 규제로 전세 매물이 공급될 수 없는 구조”라고 전했다. 해당 관계자에 따르면 답십리 래미안위브 59㎡(이하 전용면적)의 경우, 지난해 신규 계약 당시 5억원 중반에서 6억원 초반대를 형성했던 보증금이 최근 매물 부족 여파로 7억2000만 원까지 거래됐다고 한다.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재개까지 더해지면 전세 매물이 더 빠르게 사라질 것으로 보인다. 전세계약이 끝나는 매물은 임차시장에 다시 나오기보다 매매시장으로 이동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설령 임차 중인 집주인이 당장 팔 생각이 없더라도 세입자들의 계약갱신청구권 사용도 늘어나고 있다. 갱신이 늘면 시장에 새로 풀리는 ‘유통 전세’가 줄고, 전세난은 더 빠르게 체감될 수 있다.

집주인들도 각종 규제를 켜켜이 받는 전세보다는 월세 선호가 짙어지고 있다. 국토교통부가 발표한 주택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한 달간 월세 거래량(보증부 월세·반전세 등 포함)은 16만6895건으로 전월보다 26.1%, 전년 동월보다는 26.5% 늘었다. 연간 기준으로도 월세 거래 비중은 1~12월 누계 63.0%를 기록해 2021년 43.5%, 2022년 52.0%, 2023년 54.9%, 2024년 57.6%에 이어 최근 5년 연속 상승 흐름을 이어갔다.

전세 시장에서는 입주 물량 감소와 정비사업 이주 수요라는 추가 악재도 대기 중이다. 부동산 플랫폼 직방이 2026년 전국 입주 물량을 예상한 결과 올해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1만6412가구로 지난해 3만1856가구보다 48% 급감한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올해 관리처분인가까지 마치고 이주를 앞둔 서울 정비사업장도 43곳에 이른다”며 “이 곳의 이주 수요까지 겹치면 전세 수요가 더 급증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등록민간임대주택 제도 변동 가능성 역시 전세 시장 불안을 키우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등록임대주택의 의무 임대기간이 종료된 뒤에도 양도세 중과를 적용하지 않는 현행 제도를 문제로 지적했다. 그러면서 “100년이든 1000년이든 중과하지 않으면 당시 매입자 중 300~500채를 보유한 사례도 있는데, 20년 뒤 매도하더라도 양도세 중과 없이 처분할 수 있는 구조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제도 개선 필요성을 시사했다.

지난 9일에도 엑스(X·옛 트위터)에서 “일정 기간의 처분 기회는 줘야겠지만 임대 기간 종료 후 등록임대주택에 대한 각종 세제도 일반 임대주택과 동일해야 공평하지 않겠느냐”고 밝힌 바 있다.

등록민간임대 물량이 전월세 시장에 비교적 안정적으로 물량을 공급해왔고, 임대료 인상률 5% 제한 의무를 통해 임대료 급등을 억제하는 안전판 역할도 해왔다. 이 때문에 시장에서는 임대사업자에 대한 혜택을 축소할 경우, 전월세 물량 공급이 위축되고 가격 변동성이 커질 수 있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다만 전세 물량이 얼마나 줄어들지는 다주택자의 처분 수요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수석부동산전문위원은 “전세 유통 물량이 부족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양도세 중과 시행 전 거래가 늘면 임차인들이 매수한 집으로 옮기고, 기존 거주지가 전세로 다시 나오면서 전세 총량이 유지될 가능성도 있어 감소 폭을 단정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윤성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