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르쉐가 지은 집, 메시가 산다는데…아르마니·벤틀리도 ‘여기’로 쫓아왔다
언론기사2026.02.14
기후 리스크에도 세금 피해 ‘억만장자 러시’
휴양지에서 ‘글로벌 자산 종착지’로
애스턴마틴·벤틀리…브랜드 레지던스 실험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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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선수 리오넬 메시가 2019년 사들인 것으로 알려진 마이애미 포르쉐 디자인 타워 전경. [포르쉐 디자인 타워 홈페이지 갈무리]

# 아르헨티나 축구스타 리오넬 메시는 2019년 미국 플로리다주 마이애미의 서니 아일스 비치(Sunny Isles Beach)에 위치한 ‘포르쉐 디자인 타워’ 47층을 500만달러(당시 약 65억원)에 산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2021년에는 인근에 있는 레갈리아 타워를 추가로 700만달러(약 90억원)에 사들이며 ‘마이애미 큰 손’으로 이름을 알렸다.

#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이조스는 더욱 과감하다. 제프 베이조스는 2023년 거주지를 시애틀에서 마이애미로 옮긴 뒤 주택 두 채를 1억4700만달러(약 1988억원)에 매입했다. 2024년에는 9000만달러(1217억원)를 들여 한 채를 더 샀다. 그가 사들인 주택은 ‘억만장자 벙커’로 불리는 인공섬 인디언 크리크(Indian Creek)에 위치해 있다.

우리에게 휴양지로 익숙한 마이애미가 최근 들어 전 세계 자산가들의 집결지로 떠오르고 있다. 스포츠 스타, 가수, 글로벌 기업 창업자, 정치인, 금융인 등 직업군도 다양하다. 일부 기업들은 아예 본사를 마이애미로 옮겼다. 이에 따라 전세계 명품 브랜드들도 마이애미에 초고가 주택을 짓고, 안착하고 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한 해수면 상승으로 ‘가라앉는 도시’라는 평가까지 받는 이 곳. 그럼에도 부자들은 왜 마이애미로 몰리는 것일까.

온화한 기후, 낮은 세율…보수적 정치성향도 한 몫

자산가들이 마이애미를 택하는 현실적인 이유는 온화한 날씨와 세금이다. 마이애미가 있는 플로리다주는 주 소득세 뿐 아니라 상속세, 자본이득세가 없다. 미국에서 주 소득세가 없는 곳은 플로리다를 포함해 텍사스, 네바다, 알래스카 등 9곳에 불과하다. 플로리다주는 판매세와 부동산 관련 세금으로 재정을 충당한다. 평균 세 부담도 6%대에 그쳐 은퇴자와 자산가들에게 유리한 구조를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제프 베이조스가 마이애미로 이주했을 당시 현지 언론들 역시 세금을 배경으로 지목했다. 미국 경제매체 ‘포천(Fortune)’에 따르면 제프 베이조스의 순자산은 약 1620억달러(약 212조원)으로 추정됐다. 그가 있던 워싱턴주는 2022년도부터 25만달러가 넘는 자본이득에 대해 7% 세금을 부과하는 법안을 시행했다. 워싱턴주에 계속 있었다면 그는 8000억원에 달하는 세금을 냈어야 했지만 마이애미로 이동하면서 이를 피할 수 있었다.



세계 2위 부호이자 구글 공동 창업자인 래리 페이지 역시 캘리포니아의 부유세를 피해 최근 마이애미로 적을 옮겼고 구글의 다른 공동 창업자인 세르게이 브린 역시 마이애미 내 주택 매입을 논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팝스타 샤키라도 마이애미를 본거지로 삼았고, 이방카 트럼프 역시 2020년 인디언 크리크 빌리지에 3000만달러(약 325억원) 규모의 주택 부지를 매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데이비드 베컴도 프로축구팀 인터 마이애미 CF의 구단주가 된 이후 2020년 2400만달러(약 330억원) 규모의 주택을 매입해 터를 잡았다.

플로리다주는 전통적으로 공화당 성향이 강한 지역이며, 마이애미 역시 보수적 정치 색채가 짙은 곳으로 분류된다. 부유세 논란으로 시끄러운 곳에 있던 기업들의 이전이 이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이밖에도 세계적인 헤지펀드 시타델 또한 본사를 마이애미로 옮겼다. 마이크로소프트, 사모펀드 토마브라보 등도 마이애미 행렬에 합류했다. 마이애미의 법인세율도 5.5%로 실리콘 밸리가 있는 캘리포니아(8.84%), 뉴욕(7.25%)보다 낮은 것으로 전해졌다.

외부유입이 이어지면서 마이애미 광역권(마이애미–포트로더데일–웨스트 팜 비치) 인구는 2024년 기준 640만명을 돌파했다. 이는 미국 내 인구 증가 규모 4위에 해당한다.

자산가 따라 포르쉐·애스턴마틴·벤틀리 ‘브랜드 레지던스’ 총 결집

부유층을 따라 글로벌 브랜드들도 마이애미로 결집 중이다. ‘세빌스 글로벌 주거 개발 컨설팅(Savills Global Residential Development Consultancy)’에 따르면 마이애미는 두바이에 이어 두번째로 많은 브랜드 레지던스가 몰린 곳이다. 아르마니, 미쏘니, 애스턴마틴, 포르쉐, 벤틀리 등 명품·슈퍼카 브랜드들이 대표적이다.

브랜드 정체성을 초고가 주택에 구현하고 있는만큼 설계 차별화, 하이엔드 컨시어지 경쟁도 치열하다.

벤틀리 레지던스 마이애미 조감도. [벤틀리 모터스 홈페이지 갈무리]

대표적으로 리오넬 메시가 사는 포르쉐 디자인 타워는 2017년 준공된 60층 초고층 주거시설로 한 세대당 침실 3개, 화장실 4개로 구성돼있다. 눈에 띄는 건 ‘데저베이터(세대별 차량 엘리베이터)’로 이를 통해 자동차를 세대 내부로 옮길 수 있다. 세대마다 2~4대를 주차할 수 있고 펜트하우스는 11대까지 주차가 가능하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 워너청담이 이와 유사한 ‘스카이가라지’를 적용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이밖에도 세대별로 전용풀장, 개인 영화관, 골프 시뮬레이터, 레이싱 시뮬레이터 등 입주민들을 위한 하이엔드 컨시어지 서비스를 제공한다.

2024년 영국 스포츠카 브랜드인 애스턴마틴은 ‘애스턴마틴 레지던스 마이애미’를 완공했다. 애스턴마틴 레지던스는 주변의 요트 정박지 입지를 반영한 돛 형상으로 인기를 끌었는데, 391채의 콘도미니엄 중 99%가 계약이 완료됐다고 한다.

입주자들의 절반 이상이 애스터마틴을 보유한 사실이 화제를 모으기도 했는데, 한화로 600억원이 넘는 트리플렉스 펜트하우스 입주자에게는 입주 선물로 전 세계 24대 한정 생산된 애스턴 마틴의 슈퍼카 ‘벌칸’ 1대를 증정했다.

벤틀리모터스도 세계 최초로 벤틀리 레지던스를 마이애미에 선보인다. 벤틀리모터스도 전용 차량 엘리베이터를 통해 입주민이 세대까지 차 안에서 이동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펜트하우스는 두 세대만 지어졌으며 분양가가 3750만달러(약 518억원)에 달한다. 발코니에는 전용 온수 풀과 야외 주방이 설치돼있다. 반려동물 스파 등 어메니티 전반에도 벤틀리의 시그니처 디자인인 다이아몬드 패턴이 반영된다.

부의 흐름을 따라 글로벌 브랜드 레지던스가 들어서면서 마이애미의 초고가 시장은 공급과잉 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현지 언론 ‘마이애미 헤럴드(Miami Herald)’는 당분간 마이애미에서 매수자 우위 시장이 이어질 것으로 봤다. 이에 따라 부동산 개발사들은 차별화를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일 것이라는 전망이다.

BH그룹(BH Group)의 공동 창업자인 아이작 톨레다노(Isaac Toledano)는 “브랜드(레지던스)는 매수자들에게 일종의 ‘신뢰를 주는 신호’”라며 “브랜드가 충분한 실사를 했을 것이라는 믿음을 주기 때문에, 외부 투자자들에게 좋은 선택지가 된다”고 말했다.

지구온난화, 기후위기에 상상초월 주택보험료…국내 자산가에겐 ‘높은 벽’

마이애미가 해안도시인만큼 해수면 상승 문제는 주택 구매자들이 고려해야할 부분이다. 2021년엔 마이애미 비치의 12층 아파트가 붕괴한 사례도 있었다.

비영리 단체인 ‘참여 과학자 모임(UCS)’은 보고서를 통해 “30년 내에 플로리다주 주택세 적용 건물 중 약 40%가 심각한 침수에 노출될 것”이라며 “이런 위험이 닥칠 경우 플로리다 해안가 주거지 가치는 떨어지고 주택시장이 흔들리면서 주 경제 전체에도 심각한 손상을 안길 수 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이런 이유로 마이애미 주택 보험료는 미국 최고 수준인 집값의 연 3.7% 수준으로 알려졌다. 홍수 보험은 별도 가입이 필요할 정도이며, 허리케인 공제액은 일반 보험의 4배를 훌쩍 넘는다고 한다. 유지비가 상상을 초월한다는 주민들의 글도 인터넷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그럼에도 글로벌 초부유층에게 해수면 상승은 큰 문제가 되지 않는 듯 하다. 김용남 글로벌PMC 대표이사는 “마이애미의 초고가 주택을 매입하는 인물들은 전세계에 여러채의 주택을 소유하기도 하고, 자산 규모 자체가 압도적”이라며 “우리나라 자산가들도 마이애미에 일부 관심이 있었지만, 기후 위기 및 이에 따라 파생되는 비용 때문에 아직까지 적극적으로 나서지는 않는 상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