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머니무브]①'부동산→코스피' 일방통행?
언론기사2026.02.14
부동산 달아오를 때 증시도 동반 상승
토허구역 해제 후 재지정 소동부터 급등
주식 소득 활용해 집 사기도
"똘똘한 한 채로 자금 유입 경계해야"
이재명 대통령은 부동산 시장을 수차례 '비생산적'이라고 지적했다. 집을 여러 채 보유하는 걸 투기 수요로 봤다. 다주택자가 보유한 부동산 자산을 '생산적'이라고 판단한 주식 시장으로 옮기려 한다.

코스피는 '오천피'를 넘어 연일 천장을 뚫고 있다. 부동산 시장을 향하던 돈이 국내 증시로 이동하는 움직임은 확실하다는 게 전문가의 공통된 목소리다. 그러나 부푸는 유동성의 흐름은 한쪽으로만 향하지 않는다. 서울 아파트는 넘치는 수요를 바탕으로 몸집을 키웠고 안전자산이라는 평가 속에 다시금 돈을 빨아들일 수 있다.

코스피만?…서울 아파트도 '불장'

1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거래일 종가 기준 코스피는 4214.17로 전년 말 대비 75.24% 급등했다.

지난해 월초 대비 월말 코스피가 급등한 달은 6월(13.86%)과 10월(19.94%)이다. 하락한 경우는 3월(-2.04%)과 8월(-1.83%), 11월(-4.4%)뿐이다. 나머지는 모두 올랐다. 지난달 마지막 거래일 종가 기준 코스피는 5224.36로 전월 말 대비 23.97% 상승했다.

코스피만큼은 아니지만 수요가 넘치는 서울 주요 주택 시장의 덩치도 커졌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은 11.26%가 올랐다. 특히 송파구와 성동구의 상승률은 24.02%, 22.99%에 달했다. 강남구와 서초구는 20.98%, 17.64%가 올랐다. 마포와 용산도 각각 17.13%, 16.41% 뛰었다.

서울 아파트 가격이 급등한 건 지난해 3월부터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강남지역(잠실·삼성·대치·청담) 토지거래허가구역을 해제했던 시점이다. 3월과 4월의 집값 상승률은 각각 0.65%, 0.98%에 달했다. 하지만 대선 때만해도 후보들은 집값에 말을 아꼈다.

이재명 대통령이 취임한 이후 상승세는 가팔라졌다. 6월 서울 아파트 가격 상승률은 1.43%였다. 이 대통령은 집값 상승세에 제동을 걸기 위해 6월 말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최대 6억원으로 제한하는 걸 골자로 한 '6·27 대책'을 내놓았다. 그러나 7월에도 서울 아파트 매맷값 상승률은 1.28%에 달했다.

토허구역을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으로 확대 지정하는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이 발표된 10월에도 서울 아파트 거래가는 1.46% 올랐다. 11월과 12월에도 각각 1.72%, 1.06%가 상승했다. 강하게 수요를 눌렀으나 서울 아파트 시장의 성장을 억제하지 못했다.

이현석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부동산에서 국내 증시로 돈의 이동은 확실히 이뤄지고 있으나 그 반대로도 돈이 움직일 수 있는 상황"이라며 "주택 시장을 안정화하는 핵심은 결국 머니무브가 아닌 공급에 있다"고 말했다.

윤수민 NH농협은행 부동산 전문위원은 "집은 투자 자산이면서 필수 자산이기도 하다"면서 "수요가 많은 서울 아파트의 가치는 주식이 오른다면 같이 오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시총도 200조 늘었다

부동산R114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시가총액은 1832조원이다. 전년 동월 1624조원에서 200조원 이상 늘었다. 본격적인 정부의 규제 움직임이 있던 7월 이후로도 서울 아파트 시총은 1746조원에서 80조원이 더 불었다.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은 코스피에 상장된 시가총액 3개 종목 삼성전자(1057조)와 SK하이닉스(646조), 현대차(104조원)를 합친 시가총액보다 많은 액수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 시총 증가는 소위 '대장 아파트'라 불리는 단지에서 신고가가 잇따랐기 때문이다. KB부동산이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꼽은 상위 50개 단지가 대표적이다.

송파구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면적 84㎡(10층) 물건은 작년 3월 25억원에 거래됐으나 10월에는 동일 면적(3층)이 29억원에 팔렸다. 올해 1월에도 동일면적(18층)이 30억4000만원에 새 주인을 찾았다.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용 84.43㎡(23층) 물건은 지난해 1월 30억4000만원에 거래됐으나 그해 11월 동일면적(9층) 물건이 41억5000만원에 팔렸다. 올해 1월에는 동일면적(4층) 물건이 42억원에 나갔다.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는 지난해 초 매매가에서 10억원 이상이 뛰었다. 전용 84.982㎡(18층)이 지난해 1월 38억원에 거래됐다가 12월에는 동일 면적(3층)이 50억1000만원에 팔린 것이다.

'주식 팔고 빚내서' 집 사기도

서울 아파트 구매에는 주식 시장에서 벌어들인 소득이 활용되기도 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의원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서울 주택 매수 자금조달계획서' 집계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7월부터 12월까지 서울 주택 매수에 활용한 주식·채권 매각 대금은 2조948억원이다.

대부분은 강남3구와 마포·용산·성동의 고가 주택 구매에 쓰였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해당 6개 자치구에서만 집을 구매할 때 주식·채권 매각 대금으로 자금을 조달한 규모가 1조3675억원이다. 계약 1건이 한 아파트 단지의 가격을 이끄는 주택시장 상황을 고려하면 아파트 가격 급등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규모의 자금이다.

주택 구매를 위한 대출도 늘었다. 은행권의 주택담보대출 잔액은 지난해 1월 말 904조3000억원에서 그해 말 935조원까지 증가했다. 다만 올해 1월 말에는 전월 대비 4000억원 감소한 934조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유호림 강남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이재명 정부가 구상하는 머니무브가 안정적으로 이어지려면 '똘똘한 한 채'로 다시 돈이 흘러드는 걸 경계해야 한다고 짚었다.

유 교수는 "국내 증시에 돈이 모이고 있지만 차익실현 매물이 늘면서 부동산, 특히 안전자산이라 평가되는 똘똘한 한 채로 다시 돈이 흘러드는 구조"라면서 "공정시장가액 비율을 다시 높이는 방향으로 보유세를 빠르게 정상화하고 연기금이 주식 시장에서 차익실현 매물을 적극적으로 소화해 코스피가 안정적인 흐름을 유지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