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혜훈 같은 ‘위장 미혼’ 못 잡아…부양가족 가점제 손질 논의 나온다
언론기사2026.02.18
이재명 대통령이 25일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의 지명을 철회했다. 사진은 지난 23일 국회 재정경제기획위원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 출석 모습. 공동취재사진
최근 낙마한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가 ‘로또급’ 아파트였던 ‘래미안 원펜타스’ 부정청약 논란을 빚은 가운데, 정부가 지난해 하반기 규제지역에서 공급된 주요 단지의 부정청약을 가려내기 위한 정밀 조사를 벌이고 있어 주목된다. 부동산 업계에선 부정청약 가능성을 원천 차단하고 실수요자를 보호하기 위해 ‘부양가족’ 가점 등 불합리한 민영주택 가점제를 이번 기회에 손질할 필요성도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국토부는 지난해 하반기 서울 등 규제지역에서 공급된 40여곳의 주요 단지를 대상으로 부정청약 의심 사례를 적발하기 위한 조사를 벌이고 있다. 이는 국토부가 반기마다 진행하는 정례 조사인데, 이번에는 이 후보자 청약 과정에서 논란이 된 ‘위장 미혼’, ‘위장 전입’ 등을 한층 정밀하게 점검하는 중이다. 지난 2024년 7월 공급된 서초구 ‘래미안 원펜타스’의 경우 이듬해 국토부의 정례조사 대상에 포함됐고 조사 결과 ‘위장 전입’ 의심사례 등이 적발돼 수사당국에 고발됐지만 당시 이 후보자(배우자)는 적발되지 않고 비껴간 바 있다.

과거 국토부 부정청약 조사 결과를 보면, 생계를 달리하고 있는 직계비속(자녀)을 ‘위장 전입’해 부양가족에 올린 뒤 아파트에 당첨된 사례가 나온 적은 있다. 또 ‘위장 결혼’이나 ‘위장 이혼’ 사례도 다수 적발됐다. 그러나 이 후보자처럼 자녀의 ‘위장 미혼’ 의심 사례가 적발된 사례는 없었다. 이는 혼인을 했으나 혼인신고를 하지 않은 이른바 ‘사실혼’ 상태 직계비속이 있는 경우, 주민등록상 주소지 변동이 없는 상황에서는 ‘위장 미혼’인지 여부를 의심하고 가려내기가 현실적으로 쉽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달 공급된 서울 연희동 ‘드파인 연희’ 아파트 견본주택. SK에코플랜트 제공
가장 빈번한 부정청약 사례는 직계존속 위장 전입이다. 실제로는 같이 살고 있지 않는 부모(배우자 부모 포함)를 주민등록에 올려두고 3년 이상 청약자와 동거한 것으로 꾸민 뒤 부양가족 가점을 높이거나 노부모 부양 특별공급에 당첨된 경우가 많았다. 국토부가 지난해 4월 발표한 ‘2024년 하반기 수도권 주요 단지(40곳 2만6천가구) 부정청약 단속 결과’를 보면, 총 390건의 부정청약 의심 적발 사례 중 62.3%인 243건이 직계존속 위장 전입이었다. 당시 국토부는 직계존속의 건강보험 요양급여 내역을 징구해 들여다보는 방식을 도입해 위장 전입 사례를 대거 적발할 수 있었다.

부동산 업계에선 정부가 정기적으로 부정청약을 단속하는 절차는 필요하지만 이번에 문제가 된 ‘위장 미혼’ 등 부정청약 행위 적발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은 만큼 이번 기회에 아예 부양가족 가점 제도를 손질하는 게 낫지 않겠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현재 민영주택에 적용 중인 청약 가점제는 부양가족 수(최고 35점), 무주택 기간(최고 32점), 청약통장 가입 기간(최고 17점)의 점수를 합산해 당첨자를 선정하고 있는데, 이 가운데 부양가족 수에 유독 높은 가점을 주는 방식은 최근 빠르게 변화되고 있는 ‘핵가족’ 중심 가족 구성 현실에 비춰볼 때 불합리한 측면이 크다는 것이다. 이에 국회입법조사처는 신혼부부·출산가구를 위해, 직계존속 가점은 폐지하고 직계비속 가점 비중을 높이는 게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지난 2024년 말 제시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이혜훈 후보자 사례에서 보듯 자녀가 성장해 분가하게 되면 부모의 청약 가점이 줄어드는 제도적 맹점도 문제지만, 더 나아가 가족 구성원 수가 많은 세대에 청약 우선권을 제공하는 방식도 재고할 때가 됐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서울 강남권 초고가 아파트에 전세로 살면서 상당한 재력을 가졌던 이 후보자 세대가 가족 구성원 수가 많아 높은 가점을 받았던 현행 제도는 ‘공정’과도 거리가 있다는 것이다. 이에 부양가족 수보다는 배우자를 포함한 청약자의 자산 규모 등을 새로운 가점 항목으로 삼는 게 적절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박원갑 케이비(KB)국민은행 부동산수석전문위원은 “민영주택 청약에 가점제가 도입(2007년)된 지 20년이 가까워지면서 일부 규정이 시대에 뒤쳐지고 있는 게 사실”이라면서 “부양가족 가점을 줄이거나 자산·소득 등 경제력 요건으로 대체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