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라 임대사업자 버틸 수 있나”…대출 옥죄기에 서민 주거 불안 심화[부동산360]
언론기사2026.02.20
정부, 임대사업자 대출 점검 후 강화 기조
기존 대출 연장 시에도 RTI 적용 만지작
서울 민간 임대 80%가 빌라 등 非아파트
대출 문턱 높아지면, 월세 인상 등 나타날 수

19일 서울 서대문구 한 부동산 중개업소에 매물표가 붙어 있다. [연합]

[헤럴드경제=윤성현 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 연장 및 대환 대출에 대한 규제 검토를 지시하면서, 민간 주택임대사업자들의 대출 상환 압박이 커질 전망이다. 하지만 임대주택 중 빌라나 다세대 등 비아파트 차지 비중이 높아, 대출 부담에 따른 매물 출회 시 주택 시장 안정 효과가 적고 세입자에게 월세 인상 등으로 부담 전가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일 이 대통령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X(옛 트위터)를 통해 “대출 기간 만료 후 대출 연장이나 대환대출은 본질적으로 신규대출과 다르지 않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의 이같은 언급은 전일 금융당국이 ‘임대사업자 대출 만기 연장 시 임대소득 대비 이자상환비율(RTI) 규제 적용을 검토하고 있다’는 기사와 관련해 나왔다. 이 대통령은 해당 기사 게재 후 “왜 RTI 규제만 검토하나”라고 지적해,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 강화에 나설 것을 예고했다.

그러면서 “일거에 대출을 완전히 해소하는 것이 충격이 너무 크다면 1년 내 50%, 2년 내 100% 해소처럼 최소한의 기간을 두고 점진적으로 시행할 수도 있겠다”라며 “신규 다주택에 대한 대출 규제 내용 보고, 기존 다주택에 대한 대출 연장 및 대환 현황과 이에 대한 확실한 규제 방안 검토를 내각과 비서실에 지시했다”고 말했다.

RTI는 연간 임대소득을 연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으로, 현재 규제지역은 1.5배, 비규제지역은 1.25배를 충족해야 신규 대출이 가능하다. 대출 연장 시에도 이 기준이 엄격히 적용된다면, 임대소득 증빙을 못할 시 대출 상환에 나서야 한다.

특히 전세를 주는 임대사업자는 보증금을 이자율로 환산한 ‘간주임대료’로 소득을 산정하는데, 이 방식이 실제 이자 상환 능력을 충분히 드러내지 못해 평가가 낮게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전세 보증금 예치 시 이자율을 적용해 간주임대료로 계산하는데, 사실상 임대소득이 거의 없는 것으로 잡히는 사례가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이 대통령도 이를 의식해 순차 적용을 언급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제는 서울 민간임대주택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형은 빌라(다세대·연립)로, RTI 1.5배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사례가 많지 않을 것이란 점이다. 2020년 ‘7·10 부동산 대책’에 따라 아파트 매입임대 신규 등록은 전면 중단된 상태다.

국토교통부 통계누리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서울의 장기 매입 민간임대주택 재고는 총 26만9567가구로, 이 중 다세대·연립이 10만928호(37%)로 가장 많았다. 이어 오피스텔 6만3712호(24%), 단독·다가구 5만3301호(20%), 아파트 4만2019호(16%), 도시형생활주택 9524호(3%) 순이다.



시장에선 순차 적용 시에도 대출 규제가 예고된 만큼, 임대료 인상으로 부담이 전가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출을 연장하려면 RTI 요건을 충족해야 하고, 이를 위해 임대사업자가 보증금 비중을 낮추는 대신 월세 비중을 키우는 방향으로 계약 구조를 바꿀 유인이 커지기 때문이다.

함영진 우리은행 부동산리서치랩장은 “용산·강남 등 핵심지 오피스텔을 운영하는 경우가 아닌 빌라 임대사업자가 RTI 1.5배를 맞추기는 쉽지 않다”며 “결국 보증금을 줄이고 월세를 늘려 지표를 맞추는 선택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임대사업자에 대한 대출 상환 압박이 서민 주거 안정이라는 정책 목표와 엇박자를 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임재만 세종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만기 도래 시 대출을 갚지 못하면 매물로 나올 수밖에 있는데, 빌라에 대한 시장 선호가 높지 않아 매물이 한꺼번에 쏟아지면 소화되지 않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임대사업자 대출 대부분이 선순위 대출일 가능성이 커, 대출 상환이 불가능해 경매로 넘어가면 세입자의 보증금 피해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서민 주거 안정을 목표로 한다면 임대인에 대한 규제 강화가 비용 전가로 이어져 세입자가 피해를 보는 상황을 경계해야 한다”며 “제도를 시행하기에 앞서 세입자 보호 장치를 충분히 갖추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