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기습’ 극약처방에 주택시장 ‘초토화’
언론기사2025.07.01
강남·한강벨트 청약 취소 잇따라
돈줄 막힌 청약 대기자 규제 ‘유탄’
대출 규제 무풍지대던 경공매도 ‘패닉’
6억원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금지하는 고강도 대출 규제 직격탄을 맞은 주택거래 시장에 계약 취소가 잇따르고 있다. 대출 규제가 적용된 서울 시내 아파트 단지의 모습. [연합뉴스]

기습 규제 ‘한 방’이 주택 거래 시장을 송두리째 집어삼켰다.

빠른 만큼 시장은 경직됐고, 강도만큼이나 혼란은 거세게 일고 있다.

정부가 주택담보대출을 6억원으로 제한하는 초강력 규제를 내놓고 추가 대책까지 내놓을 것으로 알려지면서 주택 시장이 꼼짝없이 멈춰 섰다.

거래 현장에선 계약 취소가 잇따르고, 신규 분양 시장에선 돈줄 막힌 청약 대기자들의 이탈이 예고됐다. 그동안 부동산 대출 규제와 실거주 의무 등에서 예외였던 경매까지 이번 규제에 포함되면서 주택 거래 시장의 숨통이 막혔다.

당장 서울 강남, 송파, 성동, 용산 등 이른바 ‘한강벨트’에서는 계약을 취소하는 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1일 송파구 잠실동 A공인중개업소에 따르면, 한 계약자는 최근 30억원대 아파트 매수 계약서를 쓰고 2억원의 약정금까지 냈다가 대출 규제 발표 후 계약을 취소했다. A공인 관계자는 “최근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과정에서 집값이 오르자 추가 상승을 기대하고 계약했지만, 대출 규제로 자금 마련에 부담이 커지자 계약을 물린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D공인 관계자는 “최근 아파트를 매수한 계약자가 계약을 취소한 사례가 몇 건 된다”면서 “대출규제 전에 계약했다가 잔금 마련에 차질이 생기면서 빚어진 취소 건”이라고 전했다.

서울 노원구의 집을 팔고 용산의 30억원대짜리 한강변 아파트로 이사하려던 B씨는 매도인에게 1억원의 약정금까지 보냈지만 계약을 포기했다.

계약을 중개한 C공인 관계자는 “대출 규제로 자금 마련이 불가능해지면서 계약금만 날리고 계약이 파기된 사례”라며 “기습 규제 직전에 계약한 사람들 가운데 날벼락을 맞게 된 경우가 꽤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신규 분양 시장도 충격에 빠졌다. 신축 분양을 기다리던 청약 대기자들이 대출 규제 유탄을 고스란히 맞게 된 것이다.

가계부채 관리방안 시행일인 지난 6월 28일 이전 입주자모집공고가 난 신규 분양 단지도 잔금 대출이 6억원으로 제한되고, 새 아파트 잔금을 전세금으로 충당할 길까지 함께 막히면서 웬만한 목돈이 없고서는 신규 청약은 엄두도 내지 못하게 됐다.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집계한 올해 5월만 현재 서울 민간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격은 3.3㎡(공급 면적 기준)당 4568만원. 국민주택규모인 전용 84㎡ 아파트의 평균 분양가가 15억7800만원이라는 뜻인데, 한도인 6억원까지 대출을 받는다 하더라도 9억7800만원은 손에 쥐고 있어야 청약에 나설 수 있다.

당장 이달 분양 예정인 송파구 재건축 단지인 ‘잠실르엘’ 전용 84㎡ 분양가는 20억원 수준으로 예상되는데, 그렇지 않아도 현금 부자가 아니면 어렵다는 알짜 단지 청약에도 현금 문턱이 더 높아지게 됐다.

미분양을 걱정해야 할 수도 있다. 현금 동원력이 부족한 청약자들이 청약시장에서 빠질 경우 신규 공급이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이번 규제 후폭풍이 분양 시장 위축으로 이어질 경우 주택 공급이 막히는 부작용도 우려된다.

박원갑 KB국민은행 전문위원은 “강력한 대출 규제만 있고 뚜렷한 공급 대책이 없는 상황에서 신규 공급마저 위축되면 중산층의 내 집 마련은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경매와 공매 시장도 패닉 상태. 경매 주담대인 경락잔금대출을 받는 경우에도 6개월 안에 실입주를 해야 하는 부담이 생겼다. 당장 입주가 어렵다면 경매나 공매는 언감생심이다.

경매 업계 불만도 터져 나오고 있다. 부동산거래신고 등에 관한 법률에서 민사집행법상 경매 절차에 따라 토지를 매수하는 경우는 예외적으로 토지거래허가를 받지 않도록 하고 있는데, 이번 대출 규제만 다르다는 취지에서다.

경매업계 한 관계자는 “앞으로 경락잔금대출을 이용하면 토지거래허가 배제가 의미가 없어지는 것”이라며 “토허제보다 이번 대출규제가 더 강력한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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