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억 넣으면 매년 2000만원 번다?…분양형 호텔, 실상은 '밑 빠진 독'
언론기사・2025.08.25
서울 양천구 공항대로 인근 도로에 걸려 있는 제주 분양형 호텔 분양광고 현수막. 수익률 11% 보장이 눈에 띤다. /사진=송학주10%대 고수익을 보장했던 '분양형 호텔'은 10여년째 분쟁 중이다. 객실 분양자들에게 아무런 다툼없이 제대로 수익금을 정산한 곳은 거의 찾기 어려울 정도다. 수분양자 피해는 제주 '성산마리나 호텔'뿐 아니라 전국 대부분의 호텔에서 현재도 진행 중이다.2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전국 분양형 호텔은 약 250~300개로, 이들 가운데 상당수가 분양 당시 제시된 연 7∼10% 수익률을 지속적으로 지급하지 못한 것으로 파악된다. 업계 추정 피해 규모는 수분양자(구분소유자) 약 6만 명, 총 분양가 약 12조 원이다.
분양형 호텔은 2012년 이명박 정부 때 해외 관광객 급증에 따라 부족한 숙박시설 확충을 위해 한시적으로 허용했던 시설이다. 호텔을 짓기 위해 객실 하나하나를 아파트처럼 개인에게 분양했다. 객실 하나당 분양가 1억~2억원 안팎으로 7~10%대 고수익을 약속하면서 투자자가 몰렸다. '한류 붐'을 타고 중국인 관광객이 급증하면서 숙박수요가 커지는 데다가 1년에 며칠씩 휴양지 별장처럼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부각되면서다.
결과는 처참했다. 대부분 호텔이 운영 부실로 수익을 제대로 지급하지 못했다. 중국 관광객 급감, 코로나19(COVID-19)에 따른 영업제한 등이 겹치면서 영업 상황은 점차 어려워졌다. 상당수 호텔은 10여년 동안 경영난에 문을 닫았다가 열기를 반복했다. 이 과정에서 위탁운영사가 수차례 바뀌고, 수분양자들은 대출이자에 시설보수 비용 등 관리비까지 추가로 내야 하는 처지가 됐다. 또 운영사가 호텔 운영으로 이익을 내더라도 수분양자한테 제대로 수익을 지급하지 않는 일도 쉽게 벌어졌다. 운영사가 약정 수익금을 지급하지 않거나 불법 행위를 해도 구조적으로 책임을 묻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주 성산마리나 호텔 전경제주 사례도 비슷하다. 골든튤립 제주 성산 호텔(객실 252실)은 운영 초기 수익금을 지급했으나 공과금 약 5억 원 체납 등 부실 운영 문제가 불거지며 올해 1월 영업이 중단됐다. 비슷한 객실 규모의 더 베스트 제주 성산 호텔은 운영사-분양자 간 갈등으로 한때 영업이 중단됐다가, 현재는 운영법인이 3개로 나뉜 상태로 운영 중이다. 이 과정에서 수분양자들은 20억원가량의 시설보수비를 추가 부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제주 지역 호텔 수분양자는 "제주에는 10여년 전 분양형 호텔이 우후죽순으로 생겨서 공급과잉 상태"라며 "여기에 제대로 수익을 지급하지 않는 운영 리스크까지 겹쳐 매도도 어렵고 비용만 나가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성산마리나 호텔은 분양 이후 운영사가 세 차례 교체됐다. 최초 운영사(디아일랜드), 2017년 입찰로 선정된 2차 운영사(놀던) 모두 정산 미지급을 둘러싼 소송이 이어졌다. 누적 미정산분은 20억 원대로 추산된다. 현재 운영사 랜드원은 이 같은 문제점을 반복하지 않기 위해 지난해 새로 선정한 업체다. 새 위탁운영 계약을 맺고 수익 정산을 약속했지만, 운영 수익 정산을 둘러싼 법적 공방에 다시 휘말렸다. 수분양자들은 정산자료 공개와 미지급분 분배를 요구하는 반면, 운영사 측은 계약상 유지보수·리모델링 비용과의 상계를 주장하고 있다.
반면 몇몇 호텔은 직영체제로 전환하면서 운영 정상화에 성공했다. 2016년 문을 연 제주 코업시티호텔은 운영사와 수분양자 간 갈등 끝에 2022년 수분양자들 중심 직영체제로 전환해 영업을 이어가고 있다. 골든튤립 인천공항 호텔도 직영 전환 후 안정화한 사례로 꼽힌다. 한 부동산업계 관계자는 "분양형 호텔은 위탁운영 수익 정산 구조의 불투명성, 법적 책임 한계 등으로 피해가 장기간 이어지고 있다"며 "수익형 부동산 운영·정산의 투명성 확보와 분양자 보호장치 강화 등 제도 보완이 이뤄지지 않으면 비슷한 피해가 반복될 수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