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장님, 전세매물 나오면 꼭 연락주세요”...반포써밋 임대계약 5건 중 4건 ‘월세’
언론기사2025.08.26
6·27 규제이후 월세화 가속도
전세금 올려도 재투자 막히고
저금리에 예금 매력은 떨어져

전세 매물, 반전세로 갱신계약
月 수십만원 인상하는 경우도

연립·다세대도 월세 쏠림현상
서울 평균 한달새 8% 급등해

우리나라에서 유독 발달한 임대차 계약 방식인 전세제도가 최근 몇 년 사이에 빠르게 줄고 있는 가운데 20일 서울의 한 재건축 아파트 단지 부동산에 월세물건들이 안내되고 있다. 2025.7.20 [이승환 기자]정부의 6·27 대출 규제 이후 서울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아파트 단지에서 전세의 월세화가 가속화하고 있다. 강남 3구는 전통적 학군 수요와 생활 편의성 때문에 장기 거주 성향과 전세 기반이 탄탄한 지역으로 꼽힌다. 그러나 정부의 대출 규제 발표를 계기로 전세 매력이 ‘확’ 줄면서 강남 3구 임대 시장이 월세 중심으로 크게 변동 중인 셈이다.

강남 3구 주요 단지에서 전세의 월세화 흐름은 실거래에서 한눈에 나타나고 있다. 26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반포동 반포자이 84㎡는 이달 5일 보증금 7억5000만원에 월세 330만원에 계약을 맺었다. 종전엔 보증금 12억5000만원에 월세 부담이 전혀 없는 ‘순수 전세’ 였는데 계약갱신청구권을 사용하면서 ‘보증부 월세’로 바뀌었다. 이 단지와 이웃인 반포써밋은 이달 체결된 전월세 신규 계약은 총 5건 중 4건이 보증부 월세였다.

강남 3구(강남·서초·송파) 신축 단지에선 보증금 수준은 고수하고 월세를 올리는 방식으로 계약을 연장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잠실동 트리지움 84㎡는 지난 22일 3억원의 보증금은 그대로 두고 월세를 종전보다 70만원 올린 320만원에 계약을 갱신했다. 대치동 푸르지오써밋 84㎡도 지난 23일 보증금 7억원은 고정하고 월세를 250만원에서 275만원으로 높여 재계약됐다.

반포동 A공인중개사는 “6·27 대출 규제 이후 재계약을 논의 중인 집주인들은 전셋값이 올랐지만 보증금을 더 받아도 마땅히 쓸데가 없으니 놔두고 월세를 높이기를 원한다”며 “보증금만 조정하자는 임차인과 의견이 맞서서 합의점을 찾는 데 애를 먹고 있다”고 전했다. 예전 같으면 전세금을 밑천으로 강남에 집을 또 사는 등 재투자를 하기도 했지만 서울시의 토지거래허가제와 대출규제로 이런 상황이 어려워진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해 전세에서 매매로의 전환이 사실상 막혀 전세금이 상승하면서 자연스럽게 보증부 월세가 증가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 6월 강남구의 전월세전환율은 4.8%로 집계됐고, 서초·송파구는 각각 4.6%, 4.5%를 기록했다. 전통적으로 전세보다 월세 수요가 많아 전월세전환율이 상대적으로 높았던 강북 지역(4.8%)과 도심권(5%)에 근접하고 있다.

6·27 대출 규제 여파로 강남 3구에서 전세 매물은 자취를 감추다시피하고 그 빈자리를 월세 매물이 메우고 있다. 부동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이달 24일 기준 서초구 전세 매물은 6·27 대책 발표 직후 2.3% 줄었지만 월세 매물은 4.7% 늘었다. 강남구는 같은 기간 전세 매물이 5.7% 늘어난 데 비해 월세 매물이 22.7% 급증하고, 송파구의 경우 전세 물건(-12.4%)은 월세 매물(-11.9%) 보다 더 많이 줄었다.

서울 송파구 잠실주공5단지. 2025.7.27 [사진=연합뉴스]시중 금리도 전세 중심이던 강남 3구의 월세화를 촉진하는 요인이다. 이날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시중은행 정기예금 최고 금리는 평균 연 2.54%인데 기준금리 인하 추세 속에 더 떨어질 가능성이 높다. 강남 3구의 전월세 전환율(4.6~4.8%)과 비교하면 집주인은 수억 원의 보증금을 은행에 넣는 것보다 월세로 받으면 수익률이 두 배가량 높다. 시중은행 전세자금 대출 평균 금리가 3.52~4.88%인데 가계대출 관리를 명목으로 은행권이 금리를 낮추지 않고 있어 세입자 입장에선 대출을 받아 이자를 내는 비용과 월세로 인한 주거비 부담이 엇비슷해졌다.

아파트 월세값 상승과 함께 연립·다세대주책의 월세화에도 속도가 붙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이 발표한 ‘7월 다방여지도’에 따르면 올해 7월 기준 서울 지역 연립·다세대 원룸(전용면적 33㎡ 이하)의 보증금 1000만원 기준 평균 월세는 73만원이었다. 이는 직전 달 대비 5만3000원(7.9%) 오른 가격으로, 올해 들어 가장 큰 상승 폭이다. 특히 서울 마포구는 서교동 일대 신축 고가 원룸이 다수 거래되면서 6월 77만원에서 7월 88만원으로 한 달 만에 22.4%가 올랐다. 서울 평균 자치구별 월세는 강남구가 94만원으로 가장 높았다.

전문가들은 강남을 필두로 해 서울 전역에서 월세화가 가속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주임교수는 “정부의 부동산 수요 억제 정책과 저금리 등 거시적 환경 변화, 강남 3구 특유의 학군·생활 편의성 같은 입지적 장점 등이 구조적으로 맞물려 임대인과 세입자 모두 전세보다 월세로 기울 유인이 강해지는 추세가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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