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턱 높아진 전세보증…지방 아파트 ‘깡통전세’ 경고등
언론기사2025.08.29
비아파트 뿐만 아니라 지방 아파트도 ‘비상’
전세가율 높은 지방, ‘126%룰’ 맞추기 어려워
보증금 미반환 우려…아파트 ‘월세화’ 가속도
ⓒ데일리안DB[데일리안 = 배수람 기자] 지방 부동산 시장 침체가 지속되면서 아파트 전세가율도 오름세를 나타내고 있다. 깡통전세 우려가 커진 가운데 한국주택금융공사(HF)의 전세대출 보증 기준이 강화되면서 전세보증을 받지 못하는 임차인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2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HF가 지난 28일부터 전세대출 보증 한도를 한층 강화했다.

기존에는 전세보증금 2억원 초과 계약에서만 임차보증금과 선순위 채권을 함께 따졌으나 앞으로는 보증금과 대출을 합산해 주택가격의 90%를 넘으면 보증을 받을 수 없다. 주택가격은 공시가격의 140%를 기준으로 산정한다.

이미 기준을 강화한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마찬가지로 전세보증 심사에 일명 ‘126%룰’(공시가격 140%×담보인정비율 90%)을 적용하기로 한 것이다. 이미 HUG는 2년 전부터 126%룰을 적용하면서 상대적으로 느슨한 HF로 보증 수요가 몰렸으나 이마저도 불가능해진 것이다.

정부는 빌라 등 비아파트 전세사기를 예방하고 임차인을 보호하기 위한 명분으로 보증 요건을 강화했지만 임대차 시장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란 우려가 적지 않다.

특히 매수심리가 꺾이고 최근 몇 년 간 집값이 내리막길을 걷는 지방은 아파트까지 영향이 미칠 것이란 목소리가 나온다. 전세보증 강화로 전세가율이 높은 지역에선 전세보증 심사를 받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커져서다.

KB부동산에 따르면 이달 전국 아파트 전세가율(매매가격 대비 전세가격 비율)은 68.17%로 1년 전(67.40%) 대비 0.77%포인트(p) 올랐다. 서울은 52.41%, 수도권은 62.54% 등으로 모두 전국 평균을 밑돌았다.

반면 5개 광역시는 69.96%, 기타 지방은 76.48%를 나타냈다. 이는 1년 전 대비 각각 1.63%p, 0.40%p 오른 것이다.

전세가율 상승은 매매가격과 전셋값의 가격 격차가 줄어 들었음을 의미한다. 전세 세입자의 주거비 부담이 커지는 동시에 집주인 자산 대비 보증금 비율이 높아지니 집값 하락시 보증금을 제때 돌려받지 못할 위험도 커지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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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역별로 보면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서는 곳도 있다. 통상 전세가율이 80%를 넘어서면 깡통전세로 판단한다. 경남 사천이 84.32%로 전국에서 전세가율이 가장 높았고 울산 동구(82.50%), 경북 포항(82.69%), 전남 광양(82.37%), 충남 서산(81.68%) 등이 뒤를 이었다.

일례로 사천삼정그린코아포레스트 전용 85㎡는 현재 2억3000만~2억6000만원에 전세 매물이 나와 있다. 해당 아파트 중간층 기준 올해 공시가격은 1억7000만원 수준이다. 전세보증 가입 기준을 맞추려면 보증금은 2억1400만원을 초과해선 안 된다.

힐스테이트포항 전용 85㎡의 전세시세는 2억4000만원 수준이다. 같은 기준 이곳 단지의 공시가격은 1억8000만원 정도다. 전세보증에 가입하려면 보증금은 2억2600만원 이하여야 한다.

긍정적인 시나리오는 전세가율 상승으로 갭 투자가 늘어 매매가격까지 끌어올리는 것이다. 하지만 대출 규제로 갭 투자가 막힌 데다 지방에선 시세차익을 기대하기도 쉽지 않다.

전세보증 요건 강화로 임차인들이 원하는 한도만큼 대출을 받지 못하면 전세 계약에도 차질이 생길 수 있다. 임대인 역시 세입자 구하기가 더 어려워질 전망이다.

심형석 우대빵부동산 연구소장은 “아파트는 그나마 공시가격 현실화가 많이 이뤄진 상황이지만 지방의 경우는 침체 분위기가 짙어 전세보증 기준 강화에 따라 피해를 당할 수 밖에 없다”며 “결국 보증 한도를 넘어서는 부분에 대해선 집주인들은 월세로 돌리려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이미 임대차시장의 월세화가 진행 중인데 정부가 드라이브를 걸어서 더 재촉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은 모습”이라며 “특히 지방 부동산 시장을 살리기 위해 특례 등을 마련하면서도 가장 현실적인 투자 방법인 갭 투자를 막고 대출 규제, 전세보증 강화 등을 추진하는 건 정책이 일관성 없이 흘러가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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