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신고가" 패닉바잉에 28억 찍었는데…집값만 띄운 '계약 취소' 급증
언론기사2025.09.02
(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 = 6·27 부동산 대책 발표 2개월이 지난 가운데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이 3주째 둔화세를 이어갔다. 28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주(지난 25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가는 한 주 전보다 0.08% 올라 지난주(0.09%)보다 0.01% 포인트 낮아졌다. 반면 전세가격은 학군지와 역세권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확대되며 전세 수요 쏠림 현상이 두드러졌다. 사진은 이날 서울 남산타워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모습. 2025.8.28/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김민지 기자서울 아파트 시장에서 거래 계약을 신고했다가 곧바로 해제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신고가 거래'로 주택가격이 단기간에 치솟는 듯 보이지만 실제 계약이 취소되는 경우가 늘어나면서 실거래 통계의 신뢰성이 흔들리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특히 고가 아파트 단지를 중심으로 거래 해제 비율이 높아져 시장 불안과 교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일 한국도시연구소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자료를 분석한 '서울 아파트 실거래가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 해제 건수는 올 들어 가파른 증가세를 보였다. 지난 1월 월간 151건에 불과하던 해제 건수는 2월 442건, 3월 858건, 4월 497건, 5월 915건으로 늘었고, 6월에는 1067건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불과 다섯 달 만에 6배 이상 급증한 것이다.

거래 해제가 전체 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급등했다. 2024년 내내 해제 비율은 1.9~4.6% 수준에 머물렀으나, 올해 들어 △2월 6.6% △3월 8.2% △4월 9.0% △5월 11.1% △6월 8.9%를 기록하며 단순한 변동을 넘어 시장 불안정 신호로 평가된다.

지역별로는 강동구·성동구·구로구 등에서 해제가 집중됐다. 구로구에서는 지난 5월 203건이, 성동구는 3월 한 달에만 97건이 취소됐다. 강동구는 올해 2월부터 6월까지 매달 30건 이상 해제 사례가 나와 높은 수준을 유지했다. 전문가들은 계약 체결 후 곧바로 해제되는 사례가 집중되는 것은 신고가를 인위적으로 만들어내 시장 기대 심리를 자극하는 행위로 의심할 수 있다고 분석한다.

실제 사례도 이어지고 있다. 서울 성동구 성수동1가 '서울숲아이파크리버포레' 전용 59㎡는 지난 5월10일 22억7000만원에 거래 신고가 이뤄졌으나, 한 달 반 뒤인 6월25일 해제됐다. 그 사이 같은 면적 가격은 5월17일 23억5000만원, 6월8일 26억5000만원으로 '릴레이 신고가'를 기록했고, 6월14일에는 28억5000만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마포구 아현동 '마포래미안푸르지오1단지' 전용 59.9㎡도 6월6일 18억6500만원으로 최고가를 경신했지만, 8일 만에 계약이 해제됐다. 이후 6월15일에는 19억5000만원으로 또다시 신고가가 갱신됐다.
서울 고가 아파트 시장에서 최고가 신고 후 계약 해제 패턴이 반복되면서, 매수 희망자 사이에서는 '패닉바잉'이 나타나지만 곧바로 계약 해제 소식이 알려지면서 시장이 출렁이는 현상이 이어진다. 왕십리 일대 '텐즈힐'은 월간 거래 해제 건수가 지난해보다 20배 이상 늘어났다. 한국도시연구소는 "신고가 거래로 가격이 폭등한 뒤 곧바로 해제되면서 최근에는 급락 조짐까지 보인다"고 설명했다.

고가 거래 후 계약 해제 방식은 가격 상승 기대 심리를 자극해 호가를 끌어올리는 행위로 의심된다. 실거래 통계에 최고가가 기록되면 매도자들이 호가를 일제히 올리는 반면, 계약 취소가 늦게 알려지면 실수요자만 혼란을 겪게 된다. 한국도시연구소 분석에 따르면, 강남·서초·송파 등 고가 아파트 밀집 지역에서는 '최고가 거래' 신고 후 해제 사례가 많았으며, 서초구는 66.1%, 강남구 52.8%, 용산구 49.4%가 해당 사례에 속했다. 서울 전체에서는 해제 사례 중 36.5%가 최고가 거래 해제였다.

계약이 해제됐더라도 제때 신고되지 않는 문제도 드러났다. 올해 상반기 해제 사례를 보면 계약일과 해제사유 발생일 사이 평균 격차는 29일이었다. 30일 이상 소요된 경우는 35.2%에 달했으며, 고가 거래일수록 신고 지연이 두드러졌다. 기존 신고가격이 더 높게 유지되면서 시장 참여자들이 잘못된 가격 신호를 받게 되는 구조다.

정부는 이러한 허위 신고가 후 계약 취소 사례가 시세 조작, 불법 거래로 이어질 수 있다고 보고, 최근 금융위원회·기획재정부·국토교통부가 참석한 가계부채 점검회의에서 고가주택 허위 거래 신고 및 취소 행위 점검과 거래 자금 출처·세금 신고 실태 분석 계획을 밝혔다. 국토부는 '가격 띄우기' 가능성이 있는 해제 거래에 대해 엄정 대응할 방침이다. 서울시도 토지거래허가구역 재지정 확대, 이상 거래 조사, 토지 허가 요건 강화 등 규제 강화 정책을 발표했다.

그러나 거래 해제 신고가 늦어지고 거래 진위를 즉시 가려내기 어렵다는 점에서 한계가 뚜렷하다. 한 업계 관계자는 "고가 계약 소문만으로도 패닉바잉이 발생하는데, 이후 취소 소식이 들리면 시장은 더욱 동요한다"며 "실거래 통계 신뢰도가 떨어지고 시장 시그널이 왜곡되면 매수·매도 양측 모두 잘못된 판단을 내릴 위험이 크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부동산 시장의 투명성과 신뢰성을 확보하기 위해 '부동산감독원' 설립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금융감독원과 유사한 독립 기관을 만들어 실시간으로 거래를 모니터링하고 이상 거래를 신속히 적발해 시세 조작을 예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또한 부동산 시세 조작에 대한 처벌을 강화하고, 허위 계약으로 얻은 부당 이득은 전액 몰수·추징하는 등의 법적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이어진다.

다른 업계 관계자는 "신고가 거래 후 해제가 반복되면 단기간 시세가 인위적으로 높아지고 시장 불안이 커진다"며 "실질적인 처벌과 감독 체계를 강화해야 시장 신뢰와 안정성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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