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사람 안 쓰면 시멘트 없어”...양대 노총 밥그릇 싸움에 건설현장 ‘올스톱’
언론기사・2025.09.03
제주 레미콘업체, 한노총 탈퇴
민노총 가입해 현장 2주째 마비
과거 타워크레인사태와 닮아
SK에코플랜트 하청노조는
그룹에 “채용 늘려라” 요구
건설업 불황에 갈등 더 커져
지난 7월 10일 서울 노원구청 앞에서 전국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에 배치 플랜트 도입을 반대하며 집회를 개최한 모습. [사진 =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건설업계에서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간 갈등으로 제주 아파트 공사 현장이 2주간 마비된 상태를 두고 5~6년 전 ‘건폭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당시에도 타워크레인 등 건설 관련 노동조합들이 회사 측을 상대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마지막에는 “우리 조합원을 많이 써달라”는 양대 노총 사이의 ‘파워 게임’으로 비화됐고, 결과는 건설현장 올스톱이었다.
서울, 인천 등 전국 현장 곳곳에서 양대 노총 조합원들의 몸싸움이 이어졌고 수십 명이 다쳤다. 현장 갈등으로 여러 곳의 공사가 늘어지기도 했다.
최근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 노총 출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취임 이후 노조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제주 현장 같은 사례가 계속 발생하면 전국 건설현장에서 혼란이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 공급 지연과 품질 하락만이 문제가 아니다. 파업·태업 등에 의한 공사 기간 손실로 ‘공기 압박’이 심해져 무리한 공사를 강행할 수 있고, 대형 사고로 이어질 확률도 높아진다.
게다가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건설경기가 좋지 않아 노사, 노노 갈등이 커질 위험이 더 많다. 실제로 제주도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양대 레미콘 노동조합의 갈등도 건설업계 불황으로 일감이 줄면서 시작됐다. 제주 지역 건설업 일자리가 전국 최고 수준으로 감소한 가운데 일감 축소를 우려하는 한국노총과 이들의 일자리 독점을 비판하는 민주노총 노조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주도의 건설업 취업자는 지난 7월 기준 2만2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3만1000명) 대비 27% 감소했다. 시도별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감소폭이다. 제주 지역의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며 착공 현장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1400가구 아파트 대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은 건설 노동자의 일감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했다는 게 현지 업계의 설명이다.
사건은 A레미콘 업체가 7월 말 한국노총 산하 전국레미콘운송연합회(전운련)를 탈퇴하고 민주노총에 가입하면서 발생했다. A업체가 레미콘 차량을 늘리려고 하자 전운련에서 반대했기 때문이다.
다만 전운련 소속으로 남아 있길 원했던 A업체 직원 4명이 레미콘 차량 운송을 거부하면서 갈등이 벌어졌다. 업체는 직원 4명을 해고했고, 이들과 한국노총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및 공정거래위원회 진정서 접수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자 한국노총은 최근 조합원 보호 등을 이유로 원청 업체인 호반건설에 A업체에 대한 납품 거부를 요구했다. 호반건설이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자 전운련 소속 레미콘 업체 13곳이 납품을 중단했다. 민주노총은 이에 다른 건설분과 노조원들과 현장에서 철수한 뒤 농성을 벌였고, 지난 1일에는 기자회견까지 개최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공사가 2주 넘게 중단되며 호반건설은 공기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는 공사현장에서의 갈등 때문에 공사 기한이 늘어지면 전반적인 위험 요인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건설현장에서는 일반적으로 계약 당사자가 공사를 정해진 기간까지 끝내지 못하면 기한 지연에 대한 지체상금을 내도록 되어 있다. 일종의 손해배상액으로 시공사가 발주처에 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책임준공 방식을 활용하는 민간 사업장은 기한을 넘기면 대출금과 연체 이자까지 건설사가 물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공공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최저가 입찰로 낙찰받은 업체에 빨리 끝내라는 압박이 이어진다. 대형 건설사인 B업체 관계자는 “지체상금과 여러 금융비용을 합하면 하루 수억 원에 이르는 현장도 있다”고 귀띔했다.
[연합뉴스]이런 상황에 빠지면 공정이 무리하게 진행된다. 문제는 업체들이 밤샘작업과 주말 공사에 손을 대고, 피로 누적과 부주의로 이어져 대형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현장 사망 사고 239건 중 39건(16.3%)이 공정률 90% 이상, 즉 마무리 단계에서 발생했다. 올해 2월 부산 반얀트리 복합리조트 공사장 화재로 근로자 6명이 숨진 참사도 하루 2억9000만원에 달하는 지체상금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손실을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 점이 원인으로 드러났다.
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체상금 문제는 이해관계자가 복잡해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건설현장을 둘러싼 노조와 회사 사이 갈등이 얽혀서 공사가 지연되면 무리한 속도전이 벌어져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새 정부가 들어서며 노란봉투법이 통과되고, 각종 건설 안전 관련 법규를 강화하는 기조가 마련되면서 건설 노조의 활동이 더 강해지는 양상이다. 건설안전특별법 관련 압박이 심한 가운데 노란봉투법과 연관된 실력 행사까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건설노조는 원청 업체(SK에코플랜트)를 상대로 협력 업체가 노조원을 채용하는 것을 지원하라며 오는 11일부터 SK그룹 본사 앞에서 시위하겠다고 예고했다.
민노총 가입해 현장 2주째 마비
과거 타워크레인사태와 닮아
SK에코플랜트 하청노조는
그룹에 “채용 늘려라” 요구
건설업 불황에 갈등 더 커져
지난 7월 10일 서울 노원구청 앞에서 전국 레미콘운송노동조합이 광운대 역세권 개발사업에 배치 플랜트 도입을 반대하며 집회를 개최한 모습. [사진 = 전국레미콘운송노동조합]건설업계에서는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간 갈등으로 제주 아파트 공사 현장이 2주간 마비된 상태를 두고 5~6년 전 ‘건폭 사태’가 재연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당시에도 타워크레인 등 건설 관련 노동조합들이 회사 측을 상대로 활동을 시작했지만 마지막에는 “우리 조합원을 많이 써달라”는 양대 노총 사이의 ‘파워 게임’으로 비화됐고, 결과는 건설현장 올스톱이었다.서울, 인천 등 전국 현장 곳곳에서 양대 노총 조합원들의 몸싸움이 이어졌고 수십 명이 다쳤다. 현장 갈등으로 여러 곳의 공사가 늘어지기도 했다.
최근 노란봉투법의 국회 통과, 노총 출신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의 취임 이후 노조의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제주 현장 같은 사례가 계속 발생하면 전국 건설현장에서 혼란이 극심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주택 공급 지연과 품질 하락만이 문제가 아니다. 파업·태업 등에 의한 공사 기간 손실로 ‘공기 압박’이 심해져 무리한 공사를 강행할 수 있고, 대형 사고로 이어질 확률도 높아진다.
게다가 예전과 달리 최근에는 건설경기가 좋지 않아 노사, 노노 갈등이 커질 위험이 더 많다. 실제로 제주도 건설현장에서 발생한 양대 레미콘 노동조합의 갈등도 건설업계 불황으로 일감이 줄면서 시작됐다. 제주 지역 건설업 일자리가 전국 최고 수준으로 감소한 가운데 일감 축소를 우려하는 한국노총과 이들의 일자리 독점을 비판하는 민주노총 노조가 정면으로 충돌했다.
통계청에 따르면 제주도의 건설업 취업자는 지난 7월 기준 2만2000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3만1000명) 대비 27% 감소했다. 시도별 기준으로 전국에서 가장 높은 감소폭이다. 제주 지역의 건설경기가 얼어붙으며 착공 현장이 지난해의 절반 수준으로 급감했다. 이 같은 상황에서 1400가구 아파트 대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은 건설 노동자의 일감 측면에서도 매우 중요했다는 게 현지 업계의 설명이다.
사건은 A레미콘 업체가 7월 말 한국노총 산하 전국레미콘운송연합회(전운련)를 탈퇴하고 민주노총에 가입하면서 발생했다. A업체가 레미콘 차량을 늘리려고 하자 전운련에서 반대했기 때문이다.다만 전운련 소속으로 남아 있길 원했던 A업체 직원 4명이 레미콘 차량 운송을 거부하면서 갈등이 벌어졌다. 업체는 직원 4명을 해고했고, 이들과 한국노총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및 공정거래위원회 진정서 접수를 준비하고 있다.
그러자 한국노총은 최근 조합원 보호 등을 이유로 원청 업체인 호반건설에 A업체에 대한 납품 거부를 요구했다. 호반건설이 중립적인 태도를 유지하자 전운련 소속 레미콘 업체 13곳이 납품을 중단했다. 민주노총은 이에 다른 건설분과 노조원들과 현장에서 철수한 뒤 농성을 벌였고, 지난 1일에는 기자회견까지 개최했다. 이 같은 상황 속에서 공사가 2주 넘게 중단되며 호반건설은 공기 압박에 시달리고 있다.
문제는 공사현장에서의 갈등 때문에 공사 기한이 늘어지면 전반적인 위험 요인이 급증한다는 것이다. 건설현장에서는 일반적으로 계약 당사자가 공사를 정해진 기간까지 끝내지 못하면 기한 지연에 대한 지체상금을 내도록 되어 있다. 일종의 손해배상액으로 시공사가 발주처에 내는 경우가 많다. 게다가 책임준공 방식을 활용하는 민간 사업장은 기한을 넘기면 대출금과 연체 이자까지 건설사가 물어야 하는 경우가 많다. 공공사업도 예외는 아니다. 최저가 입찰로 낙찰받은 업체에 빨리 끝내라는 압박이 이어진다. 대형 건설사인 B업체 관계자는 “지체상금과 여러 금융비용을 합하면 하루 수억 원에 이르는 현장도 있다”고 귀띔했다.
[연합뉴스]이런 상황에 빠지면 공정이 무리하게 진행된다. 문제는 업체들이 밤샘작업과 주말 공사에 손을 대고, 피로 누적과 부주의로 이어져 대형 사고 위험을 높인다는 점이다. 실제로 건설공사 안전관리 종합정보망(CSI)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현장 사망 사고 239건 중 39건(16.3%)이 공정률 90% 이상, 즉 마무리 단계에서 발생했다. 올해 2월 부산 반얀트리 복합리조트 공사장 화재로 근로자 6명이 숨진 참사도 하루 2억9000만원에 달하는 지체상금과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손실을 피하기 위해 무리하게 공사를 진행한 점이 원인으로 드러났다.익명을 요구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지체상금 문제는 이해관계자가 복잡해 제도를 개선하는 것도 쉽지 않다”며 “건설현장을 둘러싼 노조와 회사 사이 갈등이 얽혀서 공사가 지연되면 무리한 속도전이 벌어져 더 큰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새 정부가 들어서며 노란봉투법이 통과되고, 각종 건설 안전 관련 법규를 강화하는 기조가 마련되면서 건설 노조의 활동이 더 강해지는 양상이다. 건설안전특별법 관련 압박이 심한 가운데 노란봉투법과 연관된 실력 행사까지 전방위로 확산되고 있다. 건설노조는 원청 업체(SK에코플랜트)를 상대로 협력 업체가 노조원을 채용하는 것을 지원하라며 오는 11일부터 SK그룹 본사 앞에서 시위하겠다고 예고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