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재건축 안되나 했더니 원래 라면공장” 서울 96개 준공업지역 아파트 사업성 높인다
언론기사2025.09.05
4일 오 시장 ‘삼환도봉아파트’ 방문
준공업지역 용적률 400% 첫 적용
사업성 높이고 분담금 줄여 재건축 속도

4일 도봉구 도봉동 ‘삼환도봉아파트’ 단지를 찾은 오세훈 서울시장의 모습. 정주원 기자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서울 동북권에서 첫 번째로 준공업지역 아파트 재건축이 본격적으로 닻을 올렸다. 그동안 공장지대로 묶여 용적률이 낮아 수십 년간 추진조차 어려웠던 지역에서 서울시의 규제 완화와 제도 개편으로 ‘1호 사례’가 만들어진 것이다.

서울시는 이번 사례를 동북권 재건축 활성화의 신호탄으로 삼고, 앞으로 서울 전역 96개 준공업지역 단지에도 같은 혜택을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4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방문한 서울 도봉구 도봉동 ‘삼환도봉아파트’는 1988년 서울올림픽을 앞두고 아파트 공급을 서두르며 삼양라면 등 공장 부지를 급히 개발해 지어진 아파트다.

준공 50년을 앞두고 시설 노후가 심각해 옥상 난간은 무너질 위험 탓에 와이어로 묶어둔 상태였고, 단열재가 없어 “여름엔 덥고 겨울엔 춥다”는 주민들의 하소연이 이어졌다. 실제로 오세훈 시장과 서울시 관계자들이 현장을 방문했을 때 단지 입구 바닥이 갈라지고 외벽에 금이 간 모습이 그대로 드러났다.

단지 내에서 서울시 현장 브리핑이 진행되는 모습. 정주원 기자

그러나 이곳은 준공업지역으로 묶여 용적률이 250%에 그쳤다. 사업성이 낮아 주민들이 2019년부터 재건축 추진준비위원회(추진위)를 꾸렸음에도 재건축은 5년 넘게 발걸음을 떼지 못했다. 공사비 상승과 일반분양 물량 부족이 겹쳐 사실상 ‘재건축 불모지’로 불리던 지역이다.

서울시는 이러한 한계를 해소하기 위해 국토부와 3년간 협의 끝에 지난해 제도를 개편했다. 준공업지역 아파트의 용적률을 최대 400%까지 상향할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번 단지가 그 첫 적용 사례다. 이에 따라 기존 660가구는 약 1000가구로 확대되고, 가구당 분담금은 4억3000만원에서 2억6000만원으로 1억7000만원 줄었다.

추진 기간 역시 구역 지정이 14개월 만에 완료되는 등 속도를 내고 있으며, 조합 직접설립 제도까지 활용하면 추후 조합설립 및 이주착동단계까지도 기존 18~20년에서 12~13년 내로 단축할 수 있을 전망이다.

오 시장은 현장에서 “동북권은 준공업지역이 많아 재건축 추진이 특히 더뎠던 곳”이라며 “이번이 첫 성공 모델로 자리 잡아 다른 단지들로 확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재건축은 주민 마음이 얼마나 모이느냐에 따라 속도와 비용이 달라진다. 이번 단지는 동의율이 88%에 달해 빠른 추진이 가능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세훈 시장이 삼환도봉아파트 주민들과 기념사진 촬영을 하는 모습. 정주원 기자

현장에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했다. 주민들 사이에선 “42층까지 올리면 분담금은 누가 내주느냐”며 항의가 나오기도 했다. 반면 또 다른 주민은 “외관은 멀쩡해 보여도 안은 너무 낡아 난방비만 50만원이 나온다”며 “이제는 더는 미룰 수 없다”고 호소했다.

서울시 관계자는 “노원·중랑·강북에는 준공업지역이 없다. 도봉구 사례는 동북권에서 유일한 준공업지역 재건축 정비구역 지정”이라며 “이번 400% 용적률 상향 적용을 발판으로, 영등포·금천·구로 등 서남권과 성수동 등 다른 준공업지역 96개 단지에도 차례대로 확대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보정계수 등을 적용해 분담금을 추가로 낮추고, 주민 동의를 끌어낼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서울시는 이번 도봉구 사례를 통해 사실상 손을 대지 못했던 준공업지역 재건축에 첫 물꼬를 텄다. 재건축 불모지로 불리던 동북권에서 첫발을 뗀 상징적 사업인 만큼, 앞으로 서울 전역 재건축 정책에도 파급력이 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