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마지막 달동네 사라진다”…백사마을, 2029년 3178가구 대단지로 탈바꿈
언론기사2025.09.09
구룡·성뒤 이어 백사마을 본궤도…주민 재정착 관건
오세훈 서울시장 “사회통합 상징 공간으로 재탄생”
분양·임대 통합 개발, 준공 후 임대주택도 마련

9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 일대의 전경. 정주원 기자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서울 마지막 달동네이자 대표적인 판자촌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이 강남 구룡마을처럼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다.

서울시는 지난달 정비계획 변경 고시를 통해 백사마을을 최고 35층, 26개 동, 3178가구 규모의 주거단지로 확정했으며, 현재 철거가 한창이다. 전체 1150동 가운데 70%가량 철거가 끝났고, 연말까지 모든 해체공사를 마친 뒤 12월 오세훈 시장이 참석하는 착공식을 열 계획이다. 시는 2029년 준공·입주를 목표로 하고 있다.

오세훈 시장은 9일 철거 현장을 찾아 “백사마을은 더 이상 달동네가 아닌, 주민 편의와 삶의 질 향상을 최우선으로 다양한 세대와 계층이 벽 없이 어울려 살아가는 사회통합의 상징 공간으로 재탄생할 것”이라며 “철거에서 착공·준공·입주까지 모든 과정을 신속하고 투명하게 추진해 차질 없는 공급으로 이어가라”고 지시했다.

9일 오세훈 서울시장이 백사마을을 방문해 기념사진을 촬영하고 있다. 정주원 기자

이어 오 시장은 “2009년부터 시작해 16년 만에 철거가 이뤄지는 진전을 보게 됐다”며 “그간 지주·원주민·세입자 간 이해관계 충돌로 늦어졌지만, 임대와 분양을 통합한 단지로 재설계해 경제성을 확보했고 주민 협조가 이뤄지면서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백사마을은 1960년대 청계천·영등포 일대 철거민 1100여 명이 불암산 자락에 모여 살면서 형성된 곳으로, 2009년 재개발 정비구역으로 지정된 이후에도 주거지보전용지 지정·사업시행자 변경·낮은 사업성 등으로 사업이 장기간 지연됐다.

그러나 이번 정비계획 변경으로 기존 2437가구에서 741가구를 늘린 3178가구로 사업성이 대폭 개선됐다. 용적률은 223%까지 상향됐고, 근린공원 하부 공간을 입체적으로 활용해 생긴 대지면적 덕분에 임대주택 85가구도 추가로 마련됐다.



새 단지는 분양과 임대 구분 없이 소셜믹스 형태로 조성된다. 분양주택은 2613가구·임대주택은 565가구로 이중 일부는 철거 세입자에게 우선 배정된다. 시공은 GS건설이 맡는다.

서울시는 주거지보전용지를 공동주택용지로 전환하고, 사업성 보정계수 적용·용도지역 상향 등 규제 완화를 통해 사업성을 끌어올렸다. 무허가 건축물 거주자와 세입자들에 대해서는 인근 임대주택 거주 지원을 제공하고, 준공 이후에도 단지 내·외 임대주택을 통해 재정착을 지원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세입자 94%는 입주가 가능하고, 전체적으로 보면 88% 이상이 재정착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현장에서는 원주민의 기대와 절박한 목소리도 함께 나왔다. 37년째 백사마을에 살고 있다는 한 원주민은 “35㎡짜리 집을 평생 지켜왔다. 다른 지역은 재정착률이 20~30%에 불과하다는데 우리는 꼭 돌아올 수 있게 해달라”며 “외지인 이해관계에 휘둘리지 않고 원주민을 잊지 말아달라”고 호소했다.

철거를 앞둔 백사마을 판자촌 내 무허가 집들의 모습. 정주원 기자

백사마을 사업은 구룡마을·성뒤마을 등과 함께 서울 판자촌 정비의 마침표를 찍는 흐름의 연장선에 있다. 구룡마을은 토지와 건축물 소유권 이전이 완료돼 내년 말 착공, 2029년 3804가구 준공을 목표로 한다.

다만 정릉골·홍제동 개미마을 등 일부는 여전히 이주나 신통기획 단계에 머물러 있다. 정부가 도시정비법 시행령 개정으로 판자촌 개발을 촉진했지만, 입주권 요건과 분담금 부담 등으로 원주민 재정착률은 여전히 과제다.

한편 이날 오 시장은 지난 7일 발표된 정부의 주택공급 확대방안에 대해 “서울과 강남의 공급물량을 획기적으로 늘릴 조치가 발표된 것 같지는 않다. 서울은 부동산 가격 급등의 진원지이자 주택 수요가 가장 높은 곳”이라며 “이에 서울시 차원에서 강남 등 핵심 지역에서 공급을 획기적으로 늘릴 수 있는 로드맵을 곧 발표해 가격 안정에도 기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