GS·롯데·대우건설까지 줄잇는 ‘사망사고’ “‘문 닫게 하겠다’ 엄포 만이 답 아냐”
언론기사2025.09.10
李 ‘영업정지’ 발언 후에도 사망사고 이어져
“공사현장의 사고, 일정부분 불가역적” 의견도
원청·하청의 안전·기능 교육 책임 체계 필요

이달 들어 대형건설사 공사현장 4곳에서 근로자 사망사고가 발생하면서 건설업계의 긴장도가 극에 달하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의 ‘영업정지’ 발언이 나온 이후 건설사들은 현장 안전점검에 심혈을 기울이는 중이다. 그런데도 안전사고가 계속 발생하면서 숙련공의 감소,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 전반적인 건설산업 인력의 안전교육 등 구조적 문제가 저변에 깔려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0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시공능력평가 10대 건설사 공사현장에서 사망한 근로자의 수는 4명이다. 지난 9일 경기 시흥시 정왕동 거북섬 내 ‘푸르지오 디오션’ 아파트 신축현장에서 하청업체 근로자가 사망했다. 옥상에서 근무를 하다 대형크레인이 옮기던 자재에 맞아 숨진 것으로 파악됐다.

지난 달 25일 부산 수영구의 한 공사현장에 작업자들의 안전수칙 준수를 강조하는 현수막이 걸려 있다./연합뉴스
지난 6일에는 롯데건설이 시공 중인 경남 김해 아파트 신축공사현장에서 하청업체 소속 50대 근로자가 굴착구간 주변에서의 살수 작업 중 굴착기 삽에 맞아 사망했다. 4일에는 대우건설이 시공하는 울산 북항터미널 현장에서 LNG탱크 상부 데크플레이트에서 바닥 청수하던 근로자가 의식 잃고 쓰러졌다. 온열질환이 의심됐고, 병원으로 이송됐지만 숨졌다. 현재 부검과정이 진행 중으로, 2~3개월 뒤 정확한 사인이 밝혀질 예정이다. 하루 전인 3일 GS건설의 서울 성동구 신축 아파트 공사현장에서 사고가 났다. 50대 중국인 근로자가 15층 높이에서 외벽 거푸집 설치 작업 중 추락했고, 심정지 상태로 병원에 이송됐지만 끝내 사망했다.

정부와 정치권에서는 사망사고를 일으킨 건설사에 강공(强攻)을 퍼붓고 있다. 이 대통령은 앞서 올해 4건의 사망사고가 난 포스코이앤씨를 두고 ‘미필적 고의에 의한 살인’, ‘반복 공시로 주가 폭락’, ‘영업정지 검토’ 등 강도 높은 발언을 했다. 국회에서는 문진석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사망사고가 발생한 발주자, 건설사업자, 건설엔지니어링사업자, 건축사 등에 1년 이하 영업정지 또는 매출의 최대 3%에 해당하는 과징금을 부과하도록 하는 ‘건설안전특별법’을 발의했다.

업계에서는 징벌적인 처분 강화로 현장사고가 줄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포스코이앤씨의 사고 발생 이후 전 건설업계가 강도높은 안전점검·교육을 실시하고 있지만 연이어 사고가 발생하고 있는 것 자체가 방증이라는 의견이 많다. 위험도가 높은 건설현장에서 일정 수준의 사고는 불가역적인 부분이 있다는 것이다. 한 대형건설사의 토목담당 임원은 “대형건설사들은 하루 전 현장에 근무하는 근로자의 수가 3만명 수준인데, 현실적으로 각 개인별로 안전교육을 한다는 건 어려운 일”이라면서 “교통사고가 발생하는 것과 비슷한 일 아닐까 한다. 당연히 원청업체의 책임이 있지만, 근로자가 아무리 주의를 해도 사고가 날 수 있는 것”이라고 했다.

건설현장의 안전사고를 두고 구조적 원인을 짚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숙련공의 감소와 외국인 근로자의 증가 등 현장근무 인력의 숙련도 문제와 현장 인력의 안전교육과 권한·책임을 체계적으로 갖춰야 한다는 지적이다. 발주자인 건설사부터 현장의 근로자까지 모두가 주의해야 사고를 줄일 수 있다는 것이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시공현장에서 안전사고는 어쩔 수 없는 부분이 있는 만큼 ‘문을 닫게 하겠다’고 엄포를 놓을 게 아니라, 구조적으로 왜 이렇게 됐는지, 해결해야 하는지 논의를 해야 한다”면서 “인력의 숙련도가 떨어지고 있는 만큼 인공지능(AI), 로봇 등을 현장에서 적극 활용하는 방안도 고려해야 한다”고 했다.

김민형 중앙대 건설대학원 겸임교수는 “발주자에서부터 근로자 개인까지 안전문제를 어떻게 다룰지 권한, 책임을 체계적으로 정해야 한다”면서 “근본적으로는 모든 근로자가 안전과 기능에 대한 교육을 받고 현장에 투입돼야 하는데, 이를 원도급업체에만 책임을 지울 것이 아니라 체계를 구축해 하도급 업체에서도 일정 책임을 지도록 해야 실효성이 있을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