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역세권 초고층 랜드마크로” 하계 5단지, 중산층도 흡수하는 복합 주거단지될까 [부동산360]
언론기사2025.09.11
노후임대 재정비 첫 사례, 36년 만 재건축
‘용적률 최대 500%’ 적용 49층으로 재탄생
서민 뿐 아니라 중산층 아우르도록 개발

9일 찾은 하계5단지의 모습. 윤성현 기자

“원래 임대주택자리에 임대주택 짓겠다는데 반발은 없죠. 그 덕에 인근 재건축 단지도 덩달아 용적률을 높여줄 것으로 보고 기대가 큽니다”하계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헤럴드경제=윤성현·서정은 기자] 9일 찾은 서울 노원구 하계동 하계5단지 임대주택은 이주가 대부분 마무리돼 한산한 모습이었다. 600세대가 넘는 이 곳은 현재 두 가구만 남아있다. 국내 최초의 영구임대단지인 이 곳은 1989년 준공 이후 36년 만에 ‘국내 최초 노후 임대 재정비 단지’로 탈바꿈된다.

단지 관리사무소 관계자는 “이주가 100% 완료되는대로 철거가 진행될 것”이라고 말했다. 현지 중개업소들은 “입주민 대부분이 중계동 목화아파트 등 인근 다른 임대주택으로 이주한 것으로 안다”며 “하계5단지 재건축을 위해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에서 지불한 이주비와 임시거처 비용만 100억원가량이 들었다”고 전했다.

정부가 발표한 9·7 부동산 공급대책에 따르면 서울 전역의 노후 영구임대주택은 종 상향과 용적률 상향을 통해 고밀도 재건축될 예정이다. 기존보다 최대 500%까지 용적률을 끌어올려 단순한 저소득층 전용 주거지가 아니라 중산층까지 수용 가능한 ‘공공임대 분양 혼합 단지’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이다. 하계5단지는 이를 적용받는 첫 사례로 꼽힌다.

640가구였던 기존 영구임대 규모는 재건축을 거치며 1336가구로 늘어난다. 재정비 사업 기간은 2029년까지로 잡혀있다. 청년과 신혼부부를 겨냥한 공공임대 700가구 이상이 새롭게 들어서고, 지하 4층~지상 49층, 7개 동 규모의 초고층 단지로 변모한다. 단지 내부에는 어린이집, 작은 도서관, 주민 편의시설과 함께 각종 생활 사회간접자본(SOC)가 포함될 예정이다. ‘저소득층 주거단지’의 이미지를 벗고 다양한 계층이 함께 거주할 수 있는 복합형 주거지로 성격이 바뀌는 셈이다.

하계5단지는 640가구 중 2가구를 제외하고 이주가 완료됐다. 윤성현 기자

하계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임대아파트를 새로 들이는게 아니라 아닌 기존의 것을 재건축 증설하기 때문에 주민 반발은 거의 없었다”며 “이번 9·7 공급대책으로 인근 민간 재건축 단지들도 500% 이상의 용적률을 적용받을 수 있다는 기대감이 퍼져 있다”고 전했다.

하계5단지 인근 현대우성아파트, 장미6단지, 극동건영벽산아파트 등도 재건축을 추진 중이어서 향후 지역 전체의 주거환경 개선과 시세 변화에 적잖은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그 중 현대우성아파트와 장미6단지는 올해 서울시 신속통합기획 자문사업을 신청했다.

하계5단지 인근 현대우성아파트는 재건축 추진을 위해 올해 신속통합기획 자문사업을 신청했다. 윤성현 기자

학군 문제는 잠재적 갈등 요인으로 지목됐다.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장미아파트 등 단지가 하계5단지와 같은 학군으로 묶여 중현초등학교로 진학하게 되는데, 임대세대 대규모 유입이 현실화될 경우 학부모들의 반발이 점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하계 5단지는 입지 조건도 우수한 곳으로 꼽힌다. 지하철 7호선 하계역이 도보권에 있으며, 인근에는 월계역과 더불어 건설 예정인 동북선까지 연결돼 이른바 ‘트리플 역세권’으로 불린다.

주변에서는 학군, 입지의 우수성으로 임대단지로 남는 것에 대한 아쉬움도 나온다. B중개사무소 대표는 “하계5단지는 입지로 봤을 때, 민간분양으로 갔다면 단숨에 노원구 대표 단지가 될 수 있었다”고 전했다.

반면 공공성이 강화될 것으로 보고 긍정적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하계5단지 재건축은 진작 됐어야한다”며 “서울과 수도권이 주택 공급 부족은 이미 수십년 된 문제 아니냐”고 했다. 시장에서는 노후 임대단지 재정비가 본격화되면, 그동안 열악한 환경에서 거주해온 서민층의 주거권 보장이 일정 부분 해소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한편 정부는 재건축 사업의 재원을 국비 지원이나 사업 시행자의 부담금, 분양 수익 등으로 조달할 방침이다. 연내 재건축 이주 대책 협의체를 구성해 단지별 세부 이주 계획을 수립해 순차적으로 추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