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산층도 임대살도록”…공급부족 서울, 소형쏠림 한계 극복할 수 있을까 [세모금]
언론기사2025.09.14
선호 입지, 선호 평형 공급량이 정책 성패 좌우
공공주도 공급으로 중소형 평형 확대 시도
‘소형 쏠림’ 위주 임대주택, 편견 깰 수 있을까

서울 노원구 하계 5단지 [네이버 로드뷰]

[헤럴드경제=김희량 기자] 정부가 9·7공급대책에서 유휴부지를 활용해 공공주도의 4000호 등 서울 도심 내 주택 15만호를 공급하겠다고 밝혔다. 업계에서는 물량을 넘어 실제 시장의 수요에 맞는 중소형 평형 비중이 얼마나 나올지가 정책의 성패를 가를 것이란 분석이 제기된다.

지난 7일 발표된 공급대책에서 서울 도심 내 주택공급 목표량은 전체 착공(135만호) 목표치의 11%에 불과하다. 수요는 많지만 빈땅이 적은 서울의 특성 상 비아파트 35만5000호(26%), 수도권 공공택지 34만5000만(25%)와 절대적인 물량 차이가 발생하는 것이다.

문제는 이 물량들이 실질적으로 시장이 원하는 입지와 평형대의 주택으로 공급될 수 있는가다. 매수대기자 등 수요자의 기대를 충족하지 못하는 물량 공세는 ‘보여주기식 대책’으로 끝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철도 유휴부지는 소형평형 위주 될듯…다른 곳은?

도심 내 주택 공급은 공공주도, 공공·민간 협조, 민간주도+공공주도 크게 3형태로 이뤄진다. 이 중 정부가 주도하는 사업은 ▷노후 공공임대주택 전면 재건축 ▷노후 공공청사 재정비·복합개발 ▷도심 내 유휴부지 및 철도역 등을 활용하는 것이다. 특히 창동역(GTX-C) 등 환승역 복합개발과 금천구청역 등 철도 주변 유휴부지를 활용한 주택에는 1인 가구·청년 특화주택 등을 건설이 예정되면서 소형 평형 위주의 공급이 이뤄질 전망이다.

이번 발표에서 공공주도 공급의 구체적인 분양 및 임대 물량의 비중은 발표되지 않았다. 다만 공공임대주택 확대를 내건 이재명 정부의 방향성에서 기존 대비 임대 물량이 늘어날 것으로 짐작할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향후 LH개혁위원회에서 분양과 임대 물량의 비중에 대한 기본 방향이 결정될 것”이라면서 “임대주택의 경우 지금까지의 소규모 유형이 아니라 경기도 기본주택처럼 중산층이 입주할 수 있는 형태를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 정부는 임대주택 수요층을 넓히기 위해 재건축 후 공급예정인 통합공공임대 유형의 주거 면적이 평균 17.6평에서 20.5평으로 확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입주대상 또한 기존 1~2분위에서 1~6분위까지로 완화된다.

임대주택은 1989년 서민 주거 안정을 위하여 시작돼 청년, 신혼부부 등 수요 계층이 다양해져 왔으나 여전히 좁고 불편한 집이라는 편견이 존재한다. 정부는 이번 발표에서 임대주택에 대한 인식 전환을 이루겠다는 의지를 보인 셈이다.

임대주택의 경우 그동안 주로 소형평형 위주로 공급돼 왔다. 정부 입장에서는 1~2인 가구 증가 추세 및 공급과 관리의 효율성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따르면 지난해 8월 기준 누적 임대주택 88만7397가구 가운데 전용면적(이하 생략) 50㎡ 이하 주택은 83.8%에 달했다. 소형평형의 과잉공급은 공실 문제로도 이어졌다. 전체 장기 공실의 50.1%는 31㎡(약 9.4평) 이하의 주택이 차지했기 때문이다. SH(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의 경우 공공임대주택 중 49㎡ 이하 비중(올해 8월말 기준)이 77.3%였다. 이 중 가장 비중이 많은 건 23~33㎡(32.2%) 규모로 역시 소형 평형이다.

시장에서는 중소형 평형 이사 수요↑

하지만 시장에서는 민간·공공 혹은 임대·분양을 가리지 않고 중소형 평형 이상에 대한 수요가 높은 편이다. 서울시의 신혼부부 전용 장기전세로 모집된 제4차 미리내집의 동대문구 이문아이파크자이의 경우 전용59㎡(이하 전용) 경쟁률이 41.5대1로 41㎡ 경쟁률(10.8대1)보다 극명하게 높았다. 41㎡의 물량(168호)이 59㎡(44호) 대비 많음에도 더 큰 평형으로 지원이 몰린 것이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오후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주택공급 확대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연합]

분양 시장도 마찬가지다.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이라 불리는 둔촌주공(올림픽파크포레온)의 특공 청약에서 소형평형으로 나온 49㎡,(다자녀 가구), 39㎡(신혼부부 전형) 등 미달이 발생한 바 있다. ‘좋은 입지’의 ‘적정 평형’으로 공급하는가가 공급의 질과 직결된다는 점을 유추할 수 있는 지점이다.

9·7대책은 노후 공공임대주택의 용적률을 최대 500%까지 완화를 발표해 공급 물량은 기존 대비 늘어날 전망이지만 사업성의 한계와 전례를 깨는 게 숙제가 될 전망이다. 국내 첫 임대아파트 재건축 사례인 노원구 상계동 상계마들단지의 경우 170세대(33㎡) 철거 후 통합공공임대 170세대, 장기전세주택 193세대 등 총 363세대(39㎡, 45㎡)로 들어가 여전히 소형평형 위주다.

가능성이 없진 않다. 반면 하계5단지의 경우 33㎡로만 구성된 640가구를 최고 47층, 1336가구로 재건축하는데 이후 평형은 36㎡(398가구), 49㎡(380가구), 59㎡(387가구), 84㎡(171가구)로 예정됐기 때문이다. 하계5단지는 서울시가 임대주택의 새 비전을 보여주겠다며 59㎡ 이상인 가구 수를 42%까지 끌어올린 경우다.

물량 vs 공급의 질…용적률 500%의 딜레마

다만 평형 확대는 여전히 양남의 검이다. 중소, 중대형이 늘어나면 공급 물량이 줄어든다. 이 딜레마를 해결하고자 노후 영구임대 재건축에 대한 ‘용적률 최대 500%’라는 파격적인 숫자를 제시했지만 이는 자칫 주거 만족도를 떨어뜨리는 ‘닭장아파트’라는 비판을 받을 수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 오른쪽부터 박종희 국세청 자산납세국 국장, 김규철 국토부 주택토지실장, 신진창 금융위 금융정책국장, 김 장관. [연합]

남혁우 우리은행 WM영업전략부 부동산연구원은 “같은 면적에 20평대 3개를 짓느냐, 10평대 10개를 짓느냐의 선택은 공급량뿐만 아니라 임대주택에 대한 편견과 정체성에의 변화까지 필요한 문제”라며 “입지별 사업성도 제각각이라 현실화하기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