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년주택 다 짓고도 "텅텅, 빈집 신세"…전세사기 뺨 맞고 '올스톱'
언론기사2025.09.16
[MT리포트]청년주택 5만가구 무너진다(上)[편집자주] 청년주택 사업이 존폐 위기에 처했다. 서울 주요 역세권 5만가구 규모 중 절반은 준공·입주까지 마쳤고, 나머지도 착공 직전 물량이 대부분이다. 정부의 연 27만가구 공급 목표를 고려하면 적지 않은 규모다. 이재명 정부의 '9·7 공급대책' 계획에서 빠진 퍼즐인 '청년주택' 공백을 짚어본다.


[단독]청년주택 5만가구 무너진다…인허가·착공·준공 '올스톱'

(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 한국주택금융공사(HF)가 오는 28일부터 전세사기 예방을 위한 전세보증 심사 강화 기준을 시행함에 따라 비아파트 시장의 '전세 대란'이 우려된다. 은행 재원 일반 전세 자금 보증과 무주택 청년 특례 전세자금 보증 신청자를 대상으로 임차 보증금과 선순위 채권(기존 대출)을 합친 금액이 집값의 90%를 넘을 경우 앞으로 보증이 거절된다. 주택 가격의 산정 기준은 공시가격의 140%다. 사진은 27일 서울의 한 빌라 밀집 지역. 2025.8.27/뉴스1 Copyright (C)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사진=(서울=뉴스1) 구윤성 기자
서울시 역세권에 공급돼 온 5만가구 규모의 '청년안심주택' 사업이 사실상 중단됐다. 올해들어 청년주택 관련 인허가·착공·준공 절차가 모두 '올스톱' 되면서다. 일부는 준공을 마치고도 입주자 모집을 못 해 공실로 묶인 단지가 잇따른다.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가 엇박자 정책을 내면서 오히려 청년 주거 불안을 키운다는 지적이다.

청년주택은 서울시가 만 19~39세 대학생·청년·신혼부부 무주택자에게 시세보다 낮게 공급하는 임대주택이다. SH공사가 운영하는 공공임대, 민간임대사업자가 운영하는 공공지원 민간임대로 구성됐다. 공공임대는 주변 시세 대비 30~70%, 공공지원 민간임대는 일반공급 기준 85% 이하(특별공급은 75% 이하) 가격에 임대된다.

15일 머니투데이 취재를 종합하면 이달까지 공급계획이 확정된 청년주택은 153곳, 총 4만7631가구(공공임대 1만4951가구)다. 입지는 서울 시내 주요 역세권이다.

이 가운데 절반 정도인 80곳, 2만6654가구는 준공·입주까지 마쳤다. 하지만 계약 갱신은 사실상 멈춘 상황이다. 나머지 절반인 73곳, 2만977가구는 착공·인허가 단계에 있지만 진행이 멈췄다. 일부는 수개월 내, 나머지도 2~3년 안에 입주가 가능한 '즉시' 공급 물량임에도 진척이 되지 않는 것이다.

청년주택은 청년층 주거불안을 완화할 주택정책이지만, 올해 관련 인허가 건수는 '0'건이다. 올해 하반기 신규 착공 물량은 이달까지 1건(616가구)에 그쳤다. 올해 준공된 청년주택 중에서 7곳(1785가구)은 입주자 모집 공고를 내지 못했다. 청년들이 당장 들어가 살 수 있는 역세권 1800여가구가 '빈집'으로 버려진 셈이다.
청년안심주택 사업 추진현황/그래픽=김현정이처럼 청년주택 사업이 존폐 위기에 처한 것은 서울시와 정부가 정책 엇박자를 내면서다. 청년주택은 2022년 전후 전세사기 피해가 사회적 문제로 불거진 상황에서 청년들의 주거불안을 완화할 대안으로 주목받았다. 서울시와 SH는 신속한 주택 공급을 추진한 반면, 국토부와 HUG는 전세 피해를 사전에 차단하기 위한 요건 강화에 나섰다.

청년주택의 발목을 잡은 것은 HUG 임대보증금 보증(보증보험) 체계의 경직화다. 2020년 '민간임대주택에 관한 특별법' 개정으로 임대보증금 반환보증(보증보험) 가입이 의무화된 뒤, HUG는 전세 사기 예방을 위해 심사를 강화했다. 특히 올해 6월부터 공공지원 민간임대의 감정평가 방식이 변경돼 평가액이 종전 대비 약 15~20% 낮아졌고, 이에 담보인정비율(LTV) 60% 기준을 넘는 단지가 늘었다. 시세 대비 최대 30% 낮은 보증금을 받는 청년주택 특성상 상당수 단지가 새 기준을 충족하기 어려워졌다.

최근 A주택은 HUG 보증보험 갱신이 거절됐다. 근저당 설정액이 335억원인 A주택 감평액이 2023년 727억원(LTV 46.16%), 2024년 727억원(46.99%)으로 유지됐다가 올해 522억원(64.32%)으로 200억원 넘게 하향 평가됐기 때문이다. 이미 입주한 청년주택 중 94%(66개소)도 보증보험 갱신을 앞두고 있지만 갱신이 어려울 전망이다. 입주자는 1만6500여명이다.

청년주택의 주거불안 문제를 해소하려면 경직된 보증체계부터 유연하게 바꿔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부동산시장 관계자는 "서울시와 국토부가 정책 힘겨루기를 하는 동안 피해는 청년들이 고스란히 입고 있다"며 "보증보험 허점을 보완할 수 있는 청년주택 전용보증상품 등 보완책이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전세사기 뺨 맞은 국토부·HUG…청년주택에 감정가 '20% 룰' 씌웠다


청년안심주택 보증보험 갱신 거절 사례/그래픽=윤선정 청년안심주택 공급이 차질을 빚은 것은 국토교통부와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감정평가 방식을 변경하면서다. 임대사업자들이 감정평가사와 짜고 평가액을 부풀리는 전세사기를 막기 위해 HUG 인정 감정평가제도를 도입했지만, 지나치게 보수적인 평가액 책정이 사업자의 보증보험 가입 문턱을 높여 청년들의 주거 불안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서울시는 제도 적용 유예를 요청하고 개선을 건의하는 등 청년 주거안정을 위한 보완책 마련에 나섰지만 국토부와 HUG는 당장 제도 개선을 검토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국토부에 HUG 인정 감정평가제도의 적용기간 유예를 요청했다. 새 감정평가 산정방식으로는 기존 임대사업자의 보증보험 갱신이 어려워질 수 있어 당장 청년 세입자들의 보증금 반환이 불투명해졌다.

지난 6월 시행된 HUG 인정 감정평가제도는 비(非)아파트 임대사업자가 보증금 반환보증 보험을 신청할 때 HUG가 지정한 5개 감정평가기관을 통해 주택가격을 산정받는 방식이다. 기존엔 사업자가 40여개 법인에서 감정평가를 받을 수 있었지만 원하는 평가액이 나올 때까지 여러 기관에 예비감정을 반복하는 이른바 '감정쇼핑', 감정평가사와 짜고 실제 평가액보다 금액을 부풀리는 '업감정' 등 전세사기 발판이 되는 부작용을 막기 위해 도입됐다.

문제는 평가기관이 축소되면서 감정평가액이 크게 줄었다는 점이다. 서울시에 따르면 HUG 인정 감정평가제도 시행 후 감정평가액은 종전 대비 약 15%에서 최대 20%까지 삭감됐다. 실제로 서울 시내 한 청년임대주택은 지난해까지 감정평가액이 727억 1100만원이었으나 올해 변경된 기준이 적용되면서 521억 7900만원으로 줄었다. 근저당 설정액(335억 6400만원)은 그대로인데 평가액 삭감에 따라 주택담보대출인정비율(LTV)이 46.99%에서 64.3%로 늘면서 보증보험 갱신이 거절됐다.

HUG 보증보험에 가입하려면 LTV가 60% 이하여야 한다. 서울시는 변경된 방식이 적용될 경우 올 하반기 보증보험 갱신 대상 청년안심주택 14개 사업장 중 10개소가 LTV 기준을 충족시키지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내년 이후에는 운영 중인 청년주택 중 94%(66개소)가 해당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세사기 주요 피해층으로 보증보험 가입이 절실한 청년층이 되려 보증금 보호 대상에서 밀려나게 된 것이다.

이런 상황이 반복되면 청년안심주택 사업 자체가 흔들릴 수밖에 없다. 보증보험 가입 문턱이 높아지면 사업자의 자기자본 부담이 커져 주택을 공급하려는 사업자가 줄어들기 때문이다. 이에 일각에서는 청년안심주택 전용 보증상품을 개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서울시도 공공성이 높은 청년안심주택 사업의 특수성을 반영해 보증보험 가입조건을 완화해야 한다는 의견을 국토부에 전달했다.

그러나 국토부와 HUG는 당장 제도 개선 계획이 없다는 입장이다. 감정평가를 악용한 무자본 갭투기와 전세사기 예방을 위해 제도를 도입한 만큼 이를 완화할 게 아니라 지자체가 제도에 맞게 보증보험 관리감독을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는 것이다.

HUG 관계자는 "감정평가금액은 기존 감정평가가 담보가치를 얼마나 적정하게 반영했는지, 시세가 얼마나 변동했는지 등에 따라 달라지기 때문에 인정감정평가 제도 도입으로 평가액이 삭감됐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임대보증 주택가격 산정 기준은 민간임대주택법 시행령에 따른 것으로 당장 적용 유예가 어렵고 서울시가 제안한 제도 개선 역시 검토중이나 정해진 바가 없다"며 "별도의 청년안심주택 전용 보증상품 또한 고려하고 있지 않다"고 덧붙였다.
청년주택 다 짓고도 "텅텅, 빈집 신세"…전세사기 뺨 맞고 '올스톱' | 셈셈 - 부동산 계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