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억 들여 입주했는데 현관 열쇠 못 받아”...강남 고급 오피스텔에 무슨일이
언론기사・2025.09.15
‘보타니끄 논현’ 공사비 두고
시공사·시행사 충돌빚으며
유치권 행사 탓에 입주 못해
갈등 피하기 위해 도입한
원자재값 반영방식 계약에도
182억원 증액 요구로 분쟁
해외선 계약 세부내역 공개
한국선 상대적으로 불투명
보타니끄 논현 외관 전경. 이승환 기자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고급 오피스텔인 ‘보타니끄 논현’.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아직 상당수 입주민들이 단지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시공사와 시행사 간 공사비 분쟁이 극심해지면서 시공사가 일부 입주민들에게 ‘현관 열쇠’를 지급하지 않고 때문이다.
최근 1~2년 사이 공사비 갈등이 심해지면서 유치권 행사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유치권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물건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보타니끄 논현의 시공사인 두산건설은 시행사인 라미드그룹(라미드관광)이 공사대금 증액 부분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지난달 중순부터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주상복합 2가구와 오피스텔 17실의 현관 열쇠를 입주민에게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타니끄 논현은 아파트 29가구와 오피스텔 42실로 구성됐다.
라미드그룹은 “두산건설이 처음부터 유치권을 행사해 열쇠를 안 줘서 분양이든 임대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두산건설은 “해당 가구들은 애초에 미분양 물량이라 임대를 할 수 없는데 시행사가 임대를 놓으려고 해서 유치권을 행사한 것이고 지금은 상가를 제외하면 푼 상태”라며 “열쇠를 주지 않는 이유는 미분양 물량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의 발단은 공사비에서 시작됐다. 라미드그룹과 두산건설은 2021년 시공사 선정 당시 공사비 439억원으로 견적을 주고받았는데, 그해 말 실제 계약에서는 ‘코스트&피(Cost&Fee)’ 방식을 쓰기로 합의했다. ‘코스트&피’는 공사원가(직접공사비+간접공사비)에 일정 비율의 추가 이윤(Fee)을 붙여 지급하는 방식으로 대형 공장 건설 등에서 활용되던 방법이다. 최근 공사비가 급등하자 건설 현장에서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유엔사 용지(더 파크사이드 서울) 등에서도 이 방법이 활용됐다.
보타니끄 논현 건물 안에 유치권 행사문이 안내돼 있다. 이승환 기자문제는 지난해 공사를 마치고 비용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두산건설이 라미드그룹에 공사비로 최초 견적보다 182억원(42%) 올라간 621억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라미드그룹은 당초 제시된 총액 한도를 초과한다며 이를 거부했고, 두산건설이 유치권 행사로 맞불을 놨다.
라미드그룹은 “코스트&피로 계약서를 쓸 때 ‘도급 공사비에 상한가를 적용해 도급 계약금액을 확정한다’고 명시했고, 이 상한액은 총액 공사비(439억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두산건설은 “‘상한가’라는 단어는 최종 실시설계도를 납품받고 ‘코스트&피’ 방식으로 비용을 측정해 산정한 공사비를 뜻한 것”이라며 “입찰 당시 견적과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또 두산건설은 “코스트&피 방식으로 계산한 공사비를 합의하지 못할 경우 상호 협의를 거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는데 라미드그룹은 이와 관련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행사 측은 “책임준공을 확약하고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시공사는 어떤 경우든 공사를 끝내도록 돼 있었다”고 맞섰다.
최근 자재 값이 폭등하고 인건비도 올라가자 공사비는 여러 건설 현장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1.03으로, 5년 전(99.31)과 비교해 32% 가까이 올랐다.
공사비 갈등이 잇따르자 검증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공사비 검증 건수는 제도 도입 초기인 2019년 3건에서 2024년에는 36건까지 폭증했다. 올해 상반기는 벌써 30건으로 지난해 검증 건수의 83.3%를 넘어섰다. 유치권 행사도 최근 서울 논현동뿐만 아니라 경기 군포, 광주광역시 등에서도 발생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코스트&피 계약을 맺을 때 원가는 물론 추가 이윤으로 인정할 세부 항목들을 검증할 수 있는 절차를 계약서에 열거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 방법이 활용된 경험이 짧고 마땅한 표준계약서의 가이드라인도 없어 혼란이 크다.
라미드그룹은 “공사에 투입됐다고 주장하는 비용에 검증 절차 없이 맹목적으로 이윤을 붙였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비 절감 노력을 할 동기부여도 되지 않고, 오히려 도덕적 해이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광운대 법무학과 교수는 “갈등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코스트 앤 피 계약까지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결국은 공사비의 세부내역에 대한 발주처의 불신이 크기 때문”이라며 “국토부의 정책이 중재보다는 검증 위주로 짜여 있는데 좀 더 적극적인 기조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시공사·시행사 충돌빚으며
유치권 행사 탓에 입주 못해
갈등 피하기 위해 도입한
원자재값 반영방식 계약에도
182억원 증액 요구로 분쟁
해외선 계약 세부내역 공개
한국선 상대적으로 불투명
보타니끄 논현 외관 전경. 이승환 기자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고급 오피스텔인 ‘보타니끄 논현’. 지난해 11월 입주를 시작했지만 아직 상당수 입주민들이 단지에 들어가지 못하고 있다. 시공사와 시행사 간 공사비 분쟁이 극심해지면서 시공사가 일부 입주민들에게 ‘현관 열쇠’를 지급하지 않고 때문이다.최근 1~2년 사이 공사비 갈등이 심해지면서 유치권 행사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 유치권은 채권자가 채무자의 변제를 받을 때까지 물건을 점유할 수 있는 권리를 뜻한다.
15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보타니끄 논현의 시공사인 두산건설은 시행사인 라미드그룹(라미드관광)이 공사대금 증액 부분을 지급하지 않는다며 지난달 중순부터 유치권을 행사하고 있다. 현재 주상복합 2가구와 오피스텔 17실의 현관 열쇠를 입주민에게 지급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보타니끄 논현은 아파트 29가구와 오피스텔 42실로 구성됐다.
라미드그룹은 “두산건설이 처음부터 유치권을 행사해 열쇠를 안 줘서 분양이든 임대든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두산건설은 “해당 가구들은 애초에 미분양 물량이라 임대를 할 수 없는데 시행사가 임대를 놓으려고 해서 유치권을 행사한 것이고 지금은 상가를 제외하면 푼 상태”라며 “열쇠를 주지 않는 이유는 미분양 물량이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사건의 발단은 공사비에서 시작됐다. 라미드그룹과 두산건설은 2021년 시공사 선정 당시 공사비 439억원으로 견적을 주고받았는데, 그해 말 실제 계약에서는 ‘코스트&피(Cost&Fee)’ 방식을 쓰기로 합의했다. ‘코스트&피’는 공사원가(직접공사비+간접공사비)에 일정 비율의 추가 이윤(Fee)을 붙여 지급하는 방식으로 대형 공장 건설 등에서 활용되던 방법이다. 최근 공사비가 급등하자 건설 현장에서도 적용되기 시작했다. 유엔사 용지(더 파크사이드 서울) 등에서도 이 방법이 활용됐다.
보타니끄 논현 건물 안에 유치권 행사문이 안내돼 있다. 이승환 기자문제는 지난해 공사를 마치고 비용을 정산하는 과정에서 발생했다. 두산건설이 라미드그룹에 공사비로 최초 견적보다 182억원(42%) 올라간 621억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라미드그룹은 당초 제시된 총액 한도를 초과한다며 이를 거부했고, 두산건설이 유치권 행사로 맞불을 놨다.라미드그룹은 “코스트&피로 계약서를 쓸 때 ‘도급 공사비에 상한가를 적용해 도급 계약금액을 확정한다’고 명시했고, 이 상한액은 총액 공사비(439억원)에 해당한다”고 주장했다. 반면 두산건설은 “‘상한가’라는 단어는 최종 실시설계도를 납품받고 ‘코스트&피’ 방식으로 비용을 측정해 산정한 공사비를 뜻한 것”이라며 “입찰 당시 견적과는 무관한 내용”이라고 밝혔다.
또 두산건설은 “코스트&피 방식으로 계산한 공사비를 합의하지 못할 경우 상호 협의를 거쳐 계약을 해지할 수 있었는데 라미드그룹은 이와 관련된 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시행사 측은 “책임준공을 확약하고 공사를 진행했기 때문에 시공사는 어떤 경우든 공사를 끝내도록 돼 있었다”고 맞섰다.최근 자재 값이 폭등하고 인건비도 올라가자 공사비는 여러 건설 현장 발목을 잡고 있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올 7월 기준 건설공사비지수는 131.03으로, 5년 전(99.31)과 비교해 32% 가까이 올랐다.
공사비 갈등이 잇따르자 검증을 요구하는 사례도 많아지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공사비 검증 건수는 제도 도입 초기인 2019년 3건에서 2024년에는 36건까지 폭증했다. 올해 상반기는 벌써 30건으로 지난해 검증 건수의 83.3%를 넘어섰다. 유치권 행사도 최근 서울 논현동뿐만 아니라 경기 군포, 광주광역시 등에서도 발생했다.
미국이나 유럽 등에서는 코스트&피 계약을 맺을 때 원가는 물론 추가 이윤으로 인정할 세부 항목들을 검증할 수 있는 절차를 계약서에 열거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이 방법이 활용된 경험이 짧고 마땅한 표준계약서의 가이드라인도 없어 혼란이 크다.
라미드그룹은 “공사에 투입됐다고 주장하는 비용에 검증 절차 없이 맹목적으로 이윤을 붙였다”며 “건설사 입장에서는 공사비 절감 노력을 할 동기부여도 되지 않고, 오히려 도덕적 해이까지 불러올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서진형 광운대 법무학과 교수는 “갈등을 줄이기 위해 도입한 코스트 앤 피 계약까지 분쟁이 발생하는 것은 결국은 공사비의 세부내역에 대한 발주처의 불신이 크기 때문”이라며 “국토부의 정책이 중재보다는 검증 위주로 짜여 있는데 좀 더 적극적인 기조로 전환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