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실패한 정책 아니었나?” 리모델링 ‘1+1분양’ 허용에 비용 폭탄 우려 [부동산360]
언론기사2025.09.16
실수요층엔 호재지만 주차난·공사비 부담에 회의론 확산
분양가상한제 적용 가능성에 세대 쪼개기가 오히려 걸림돌
공급 확대 취지는 긍정적이나 현장에선 ‘비용 폭탄’ 경고도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지난 7일 정부서울청사에서 부동산 주택공급 확대 방안을 발표했다. [연합뉴스]

[헤럴드경제=정주원 기자] 정부가 지난 7일 발표한 공급대책에서 리모델링 제도를 손질하며 ‘초과주택 분할’을 허용했다. 85㎡(이하 전용면적)를 초과하는 주택을 두 개 이상으로 쪼개 일반분양하면 그만큼 세대를 늘릴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와 함께 사업시행자 지위를 명확히 하고 인허가 의제 처리 범위를 확대했으며, 조합의 신속한 의사결정을 돕기 위한 전자총회 제도도 도입했다. 정부는 리모델링 시장에 숨통을 틔움과 동시에 공급확대에도 나설 의도지만 현장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조치가 큰 평형을 소유한 주민들의 반대를 누그러뜨릴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신호로 읽는다. 한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165㎡를 두 개의 84㎡로 나누거나 74㎡를 132㎡로 키우는 방식은 실제 수요와 맞닿아 있고, 세대수가 늘어나면 관리비도 분담할 수 있어 조합 동의율 확보에도 도움이 된다”며 “실수요층에 맞는 중소형 평형이 늘어나고, 특히 큰 평형 위주 단지의 동의율 확보에 호재”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실적인 걸림돌도 만만치 않다. 세대 분할이 이뤄질 경우 원룸 등 소형 가구가 늘어나 주차대수 확보 부담이 커진다. 조합 관계자들은 “세입자에게 주차를 제한할 수는 없어 결국 지하층을 추가로 파야 하는데, 지하 한 층이 늘어날 때마다 공사비가 약 50%씩 증가한다”며 비용 폭탄을 우려한다.

분담금 상승도 불가피하다. 서울 A아파트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가구를 쪼개면 구조적으로 소음 문제가 생기고, 경량 구조 특성상 투베이 설계도 어렵다. 결국 일반분양도 안 되고, 지하 주차장을 더 파야 해 몇백억원의 비용이 추가된다”며 “과거 서울시가 같은 제도를 추진했다가 무효화한 전례가 있는데 이번에 정부가 다시 들고 나온 건 실패한 정책을 재탕하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실제로 이번 정책은 10여 년 전 정부와 서울시가 추진했던 ‘멀티홈’ 제도의 연장선으로 평가된다. 2013년 정부는 아파트 리모델링 활성화를 위해 세대분리 기준을 완화해 전용 14㎡ 이상이면 구획을 허용하고, 독립 현관·욕실·부엌을 갖춘 임대 세대를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주차장 등 기반시설 의무를 완화하면서 실효성 논란이 일었고, 결국 시장에서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 이후 2019년 12월 서울시는 ‘서울형 공동주택 리모델링 운용기준 1차안’에 세대구분형 주택 도입을 추진했지만, 주차난·구조적 제약 등으로 리모델링 조합들의 반발을 사며 무산된 바 있다. 결국 2022년 8월 발표된 2차 추진계획에서는 이와 같은 내용이 빠지게 됐다.

송파 성지아파트 리모델링 공사 현장의 모습. 정주원 기자

현장의 분위기도 회의적이다. 사업이 진행 중이거나 진행을 앞둔 서울의 리모델링 단지들 중에 대형 평형 단지들보다는 84㎡ 이하의 중소형 평형대로 구성된 단지들이 많은데다가, 대형 단지조차도 각각의 이유로 동의율 확보에 애를 먹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에 따르면 서울 동작구 노량진동 ‘노량진 우성아파트’의 경우 135㎡의 대형 평형이 대부분이어서 소유주 다수가 리모델링에 반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관계자는 “집주인이 대부분 고령이고, 이미 고시촌 하숙이나 쉐어하우스로 활용해 임대 수익을 올리고 있다. 전세는 7억 원, 매매는 15억 원 수준이라 굳이 리모델링에 동의할 이유가 없다”고 전했다.

또 다른 부담은 분양가상한제다. 서울 B아파트 리모델링 조합 관계자는 “현재는 200가구 단지를 리모델링하면 15% 증축으로 30가구 늘릴 수 있는데, 분상제를 피하기 위해 일부러 한두가구를 빼놓고 늘린다. 하지만 가구 쪼개기를 하면 늘어나는 가구 수 때문에 분양가상한제 적용을 받아 사업성이 악화된다”며 “가구 수 증가가 오히려 걸림돌이 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정부는 리모델링을 통한 공급 확대라는 정책 목표를 내세우지만, 실제 사업장에서는 비용 부담과 주민 반발로 효과가 제한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 업계 전문가는 “공급효과를 내면서 소유자에게 1주택자의 비과세 혜택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일석이조의 긍정적인 정책은 맞다”면서도 “실패 전례가 있는 만큼, 실제 사업장의 의견을 적극 반영해 구체적으로 시행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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