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과급 없네" 3000명 짐 쌌다…건설 숙련자 빈곳엔 외국인 '땜빵'
언론기사2025.09.23
[MT리포트]건설사 떠나는 사람들 (上)[편집자주] 국내 고용 5대 산업 중 하나인 건설업이 급격한 구조조정 국면에 들어섰다. 굴지의 대형 건설사들마저 인력을 대폭 줄이고 있다. 공사비 폭등과 PF 경색에 중대재해법 등 안전 규제까지 겹치면서, 건설사는 인건비 절감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본사 직원뿐 아니라 협력업체, 하청, 중소 건설사, 나아가 자재·장비 공급업체 등 연관 산업 전반에 위기는 확산된다. 건설업의 '일자리 보고(寶庫)'라는 위상마저 흔들린다.

[단독]건설사 1년새 '3000명' 떠났다…'조용한 구조조정' 진행중


10대 건설사 고용 규모 변화/그래픽=윤선정
'5대 고용산업' 중 하나인 건설업 일자리가 빠르게 사라진다. 부동산 경기 침체와 수익성 악화가 지속되면서다. 특히 대형 건설사를 중심으로 '조용한 구조조정'이 진행 중이다. 특히 정규직보다 기간제 비정규직 인력 감소세가 두드러진다.

22일 머니투데이가 시공능력평가(이하 시평) 상위 10개 건설사(△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DL이앤씨 △GS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포스코이앤씨 △롯데건설 △SK에코플랜트 △HDC현대산업개발)의 인력 현황을 조사한 결과, 10개사 중 SK에코플랜트를 제외한 9개사가 최근 2년 새 직원수를 줄인 것으로 확인됐다. 10대 건설사의 정규직과 기간제를 포함한 총 고용 규모는 지난해 6월 30일 기준 5만3225명에서 올해 같은 시점에 5만368명으로 2857명(5.4%)이 줄었다.

건설사별로 회사를 떠난 직원 수는 수백명씩이다. 계약직 직원 대상 재계약을 최소화하는 방식을 통한 '조용한 구조조정', 이를 통한 인건비 감축이 업계 전반에 확산된다. 10대 건설사 중 올해 직원 수가 지난해 대비 가장 많이 줄어든 곳은 DL이앤씨였다. 회사 반기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6월30일 기준 5772명이었던 전체 인력은 올해 5165명으로 줄어들었다. 불과 1년 새 607명, 약 11%의 인력이 사라진 셈이다.

시평 1위인 삼성물산 건설부문의 경우 지난해 대비 전체 인력이 약 4% 줄었다. 대우건설은 지난 2024년 5818명에서 올해 5299명으로 519명이 떠났다. GS건설 역시 같은 기간 156명 감소했다. 대우건설과 GS건설은 지난 2023년에도 각각 1~2%씩 인원이 줄어 전체 인력 규모가 축소되고 있다. 이어 포스코이앤씨 8%(530명), HDC현대산업개발 7%(140명), 현대엔지니어링 6%(436명), 롯데건설 3%(136명) 수준으로 인원 감축을 단행했다.

10대 건설사 최근 2년 간 기간제 고용 감소율/그래픽=임종철
비정규직인 기간제 근로자만 따져보면 감소폭이 더 크다. 10대 건설사 기간제 근로자 고용규모는 지난해 1만8238명에서 올해 1만5884명으로 2352명이 감소됐다. 이는 전체 고용 감소의 82.3%를 차지하는 수치다. 삼성물산은 전체 인력 감소폭은 4% 수준이지만 계약직 인력은 무려 20% 가까이 줄어들었다. 전체 인원 감소 규모는 2% 수준이었던 현대건설의 경우 계약직은 11%, 약 300명 가량이 계약을 연장하지 못했다.

DL이앤씨는 18%, 대우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각각 17% 수준으로 계약직을 줄였다. 고용과 해고가 자유롭지 않은 정규직 인력 보다 비정규직(계약직) 직원에 대해 재계약을 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력 수준을 조절하는 '고용 유연화' 전략으로 풀이된다.

10대 건설사 중 유일하게 고용인원이 늘어난 SK에코플랜트의 경우 정규직 인원은 2522명으로 지난해와 같고 신규채용은 모두 기간제 근무 형태로 이뤄졌다.

한 대형 건설사는 지난해 업계 구조조정 전문가를 영입해 전담팀을 꾸리고자 시도한 것으로 파악됐다. 실제로 구성원들 사이에서는 각 부서별 인원 감축이 진행돼 분위기가 술렁이기도 했다. 사업부서 외 일부 지원부서 인원은 절반 가까운 수준으로 줄어들기도 한 것으로 파악된다. 대내외적으로 구조조정을 선언한 것은 아니지만 조직 개편과 인력 감축을 통한 '조용한 구조조정'이 진행중인 것이다.

한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인위적인 구조조정이라기 보다 착공 현장이 줄어들면서 프로젝트 단위로 움직이던 현장 인원을 재계약 하기 어려워진 상황"이라며 "건설 경기가 회복되고 현장이 다시 늘어나면 자연스럽게 채용도 늘릴 것"이라고 말했다.

건설업은 전통적으로 고용 유발 계수가 높고 인건비 비중도 상대적으로 큰 산업이다. 고용노동부와 통계청에 따르면 건설사의 총 비용 중 인건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평균 30%를 웃돈다. 일부 프로젝트에서는 50%를 넘기기도 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인건비 절감 없이는 수익성 확보가 불가능하다"며 "특히 현장 중심의 간접 인력이나 기간제 인력은 상대적으로 유연하게 조정이 가능한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인센티브도 못 준다고?"건설업계 떠나는 사람들…빈자리엔 '외국인'

누적공사비지급액 추이/그래픽=최헌정
"최근 회사에서 현장 관련 업무에 본사 직원들을 동원하면서, 현장과 관련도가 매우 낮은 직렬의 직원들까지 동원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건설업계 내에서 자리를 옮기는 것이 더 용이하겠지만, 직무와 본인의 능력 여하에 따라 아예 다른 업계로 옮기는 직원들도 최근 여럿 눈에 띕니다"

시공능력평가 10위 내 대형 건설사에 재직 중인 30대 직원의 언급이다. 건설경기 부진과 원가 상승, 산업재해 리스크까지 겹치면서 업계 불확실성이 커진다. 일부 대형사들은 성과급 지급조차 어렵다. 이에 업종 내에서 다른 회사로 옮기거나 아예 건설업계를 떠나려는 직원들이 늘고 있다.

2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건설투자는 여전히 부진하다. 한국개발연구원(KDI)가 지난 9일 발표한 '2025년 9월 경제동향'에 따르면 7월 누적공사비지급액은 전년 동기 대비 14.2% 줄어들어 전월(-12.1%)보다 감소 폭이 늘었다. 주거용과 비주거용이 모두 부진해 건축 부문(-16.4%) 감소 폭이 확대됐고, 토목 부문(-6.4%)도 감소세를 이어갔다.

지난 6월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역(逆)성장 탈출을 위한 적극적 경기 활성화 노력 시급-최근 경제 동향과 경기 판단' 경제주평 보고서도 건설업 불황 장기화를 전망했다. 보고서는 "2024년 연간 기준으로 건설투자의 약 73%에 달하는 건축 부문의 경우 그 선행지표인 허가와 착공 규모가 급감해 있어 건설 경기 침체는 장기간 이어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건설업계에선 기업들의 인력 감축 분위기에 더해 스스로 회사나 업계를 떠나려는 '엑소더스' 분위기도 확산한다. 올해 시공능력평가 상위 10개 업체에서 인력이 각각 3~10% 수준으로 줄어든 것은 이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사람이 줄다 보니 남은 인력들의 업무 부담은 늘어난다. 더욱이 업황 둔화로 성과급 등의 인센티브를 지급받지 못하는 경우도 있어 회사를 떠나려는 분위기는 더 커진다. 최대한 전공을 살리고자 한다면 다른 회사로의 취업을 시도하지만, 건설업의 미래가 불투명해졌다는 생각에 업종 전환을 시도하는 경우도 있다.

건설업계의 인력 감소 기조는 특히 현장에서 더 큰 불편함과 안전 문제로 돌아온다. 업계 전반적으로 숙련된 인력이 회사를 떠나면 해당 직무를 비숙련 외국인이나 고령자가 대체한다. 건설근로자공제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국내 건설 현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는 총 11만7626명으로 전체의 16.2%를 차지했다. 2020년 3월 7만7047명이었는데, 4년여 만에 52% 증가한 것이다. 이미 현장에선 중국어를 비롯해 다른 언어가 들리는 경우가 많다. 의사소통이 되지 않아 발생하는 문제도 불거진다.

숙련 인력의 이탈과 신규 인력 부족이 맞물릴 경우 건설업 고용 기반 자체가 흔들릴 수 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지난달 발간한 '건설 2040 Outlook : 미래 건설산업의 변화와 전망' 보고서를 통해 "건설산업 인력 수급과 이미지 문제는 심각한 수준으로, 3D 업종이라는 부정적 인식으로 청년층의 신규 진입이 현저히 줄고 있다"며 "숙련 인력의 고령화로 산업 내 인력 수급 불균형이 심화되고, 부족한 인력을 외국인 근로자에 의존하는 구조가 고착화돼 장기적 인력 안정성과 산업 경쟁력이 위협받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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