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수해참사 이후 “반지하 퇴출”한다더니…매입임대 이주 0.3%뿐
언론기사2025.09.23
2022년 당시 집중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서울 관악구 신림동 일대 반지하 주택에서 주민들이 복구 작업을 하고 있다. 성동훈 기자

2023년부터 2024년까지 2년간 정부와 서울시 지원으로 반지하에서 나와 공공·민간임대 주택으로 이주한 가구가 단 2.3%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2022년 여름 서울 관악구 반지하 주택에서 일가족 3명이 침수로 목숨을 잃은 이후 정부와 서울시가 반지하 퇴출 대책을 추진했으나 개선 속도가 더딘 것이다. 특히 주거 안정성과 적절한 품질을 갖춘 매입임대주택으로 이사를 간 경우는 0.3%에 불과해 매입임대 주택을 늘리고 주거 빈곤을 해소하기 위한 추가 대책이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복기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2일 서울시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3~2024년 서울시 최저주거기준미달·재해우려지하층 가구 중 주거지원 정책을 통해 공공·민간임대 주택으로 이주한 가구는 5606가구였다. 이는 2024년 인구주택총조사에서 집계된 서울시 전체 반지하 가구 수 24만5000가구 대비 2.3%에 불과한 규모다. 2022년 참사 이후 정부와 서울시는 “반지하 주택은 사라져야 한다”며 이주 대책을 추진했으나 실제 집행은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서울주택도시개발공사(SH) 등이 사들여 저렴한 임대료로 들어갈 수 있는 ‘매입임대’로 이주한 경우는 더욱 적다. 2023년 이후 2년간 서울시에는 최저주거미달 ·재해우려지하층에서 총 6333가구의 매입임대 신청이 접수됐으나, 실제 매입임대로 이주한 가구는 11.5%인 729가구에 그쳤다. 서울시 전체 반지하 가구의 0.3%에도 못 미치는 규모다.

특히 침수 사고가 발생했던 관악구에서 매입임대로 이주한 사례는 2023년 0건, 2024년 3건으로 극소수에 불과했다. 인접한 동작구에서도 2년간 2건뿐이었다.

이는 매입임대주택이 절대적으로 부족해서 발생하는 문제다. 2023년 원희룡 전 국토교통부 장관, 김현동 전 SH 사장 등이 매입임대주택 정책에 비판적인 입장을 내놓으면서 수해참사 이후에도 반지하 가구가 이주해야 할 LH와 SH의 매입임대 주택이 수요에 맞게 충분히 늘어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주 지원의 80%(4483가구)가 전세임대주택에 치중돼 있다는 점 역시 문제다. 전세임대주택은 지원 대상자가 전세 보증금 1억3000만원(수도권 기준) 한도에서 주택을 찾으면, LH가 전세 계약을 맺고 이를 대상자에게 재임대하는 방식이다. 지원 보증금 한도가 낮다 보니 반전세 형태로 월세를 추가 부담하거나 차수판으로 침수 대비를 한 반지하 주택 등을 다시 선택하는 경우도 생긴다.

정두영 관악주거복지센터 센터장은 “매입임대 물량을 기다리다 지쳐 전세임대로 선회하는 신청인들이 대부분”이라면서 “어쩔 수 없이 차수판을 설치한 침수 이력이 있는 반지하 등 질 낮은 전세임대로 들어가거나 그냥 살던 곳에 계속 살기를 택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홍정훈 한국도시연구소 책임연구원은 “반지하 수해참사가 발생한 후 3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반지하 가구가 적절한 품질의 주택으로 이주할 수 있는 주거복지 전략이 세워지지 않은 것이 문제”라면서 “신축매입임대 확대 등 공급 정책 추진에서 취약계층의 주거상향을 위한 물량의 충분한 확보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복 의원은 “오세훈 시장이 약속만 남발한 채 실질적 대책 마련을 외면해 반지하 가구가 여전히 위험에 방치돼 있다”며 “주거취약계층 입장을 반영하는 현실적인 정책이 나와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