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생엔 재건축?” 은마보다 낡은 워커힐, 3년 만 신고가[부동산360]
언론기사2025.09.24
강북의 원조 부촌 워커힐
한강 조망·대형 평형 희소성
2단지 용도지역 변경 최대 변수

서울 광진구 워커힐아파트 [네이버지도 거리뷰 캡처]

“‘죽기 전에 새집 들어가겠냐’는 말이 매일 나왔었죠.
그런데 이번엔 주민들도 기대하는 분위기에요”서울 광진구 광장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
[헤럴드경제=윤성현·김희량 기자] 서울 강남구 은마아파트보다도 ‘한 살’ 위인 광진구 워커힐아파트가 재건축 기대감에 신고가를 기록했다. 단지 일부가 자연녹지지역에 포함됐고 주민간 견해차 등 실제 재건축까지는 여러 난관이 있지만, 5개월 사이 실거래가가 5억원 이상 뛴 것은 물론 장기간 이어진 ‘거래 가뭄’도 끝난 분위기다.

워커힐아파트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과 해안건축은 앞서 18일 워커힐아파트 주민들을 대상으로 통합 재건축 계획안 설명회를 열었다. 현지 부동산들은 “주민 동의율 부족과 용도지역 규제라는 걸림돌에도 한강을 조망할 수 있는 입지와 서울 시내 보기 드문 대형 평형 위주의 단지라는 희소성이 상승세를 견인 중”이라고 설명했다.

워커힐아파트는 박정희 정부 시절인 1978년 세계 사격선수권대회 선수촌 용도로 건립된 곳이다. 14개 동 576가구 규모다. 가장 작은 평형이 162㎡(이하 전용면적)으로 50평대부터 있다. 최초 분양가는 56평형이 4472만원(3.3㎡당 80만원)으로 당시 역대 최고가를 기록, 같은 해 분양한 압구정 현대아파트 54평형의 평당 분양가보다 높았다고 전해진다.

‘원조 부촌’ 워커힐아파트, 기존 주민 이탈 없고 문의는 늘어…5개월 새 5억↑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7월 26일 162㎡ 매물이 30억원(2층)에 거래되며 신고가를 경신했다. 그보다 앞선 2월 20일에 같은 평형이 25억원(5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5개월 간 5억원이 오른 셈이다. 해당 거래는 2023년 7월 26억3000만원(9층)에 신고가 거래 된 이후 한동안 거래가 없었지만 올들어 거래가 살아나는 모양새다.

2022년 3월 32억9000만원(12층)에 신고가를 찍은 이후 거래가 뜸했던 226㎡ 평형도 올해 매매가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6월 17일에는 226㎡가 36억5000만원(11층)에 손바뀜했다. 지난 1월 7일 동일 평형이 31억원(7층)에 거래된 것을 고려하면 6개월 동안 5억5000만원이 올랐다. 8월 1일에는 같은 평형의 저층 매물도 35억8000만원(3층)에 거래되며 열기를 이어갔다. 최근 들어 재건축 논의가 본격화되자 6·27 대출규제에도 현금부자를 중심으로 한 문의가 이어지고 있다는 게 현지 공인중개사들의 설명이다.

워커힐아파트 단지 내 모습. 네이버 부동산 갤러리

광장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가장 인기가 많은 평형은 한강뷰가 잘 나오는 196㎡”라며 “226㎡는 호가 41억원, 196㎡는 38억원, 162㎡~166㎡는 33억원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입주민들의 정주여건 만족도가 높아 이탈이 거의 없어 매물 공급은 막힌 상태에서 투자 수요만 늘어나 거래가만 올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워커힐아파트는 광장동 일대에 신축 아파트가 거의 없어 시세 비교군도 부재한 상황이다. A중개사무소 대표는 “9월 입주 예정인 인근 포제스한강 아파트가 3.3㎡당 평균 1억1500만원의 분양가를 기록하며 워커힐 주민들의 재건축 열망을 더욱 자극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워커힐아파트의 재건축은 녹록지 않다. 1980년에 추가로 지어진 2단지가 자연녹지지역에 위치해 있어 통합 재건축의 가장 큰 장애물로 꼽힌다. 과거에도 용도지역 문제로 인해 여러 차례 재건축 논의가 무산된 바 있다. 서울시는 지난 5월 2단지를 주거지역으로 전환하는 지구단위계획을 공람 예고했으나, 실제 확정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전망이다.

2단지는 2016년 통합 재건축에서 이탈해 리모델링 조합을 별도 설립했지만, 2018년 해산됐다. 현재는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가 다시 두 단지를 통합해 재건축하는 방향으로 주민 의견을 수렴 중이다. 지난 18일 열린 주민설명회에서 해안건축이 제시한 구상안에 따르면, 기존 576가구를 약 1020가구로 늘리고 용적률을 108%에서 185%로 상향한다. 최고 28층 규모의 9개 동이 새로 들어설 계획이다.

워커힐 아파트 인근 ‘포제스한강’ 투시도. 3.3㎡당 평당 1억1500만원의 분양가를 기록했다.

“입주민 평균 연령 70대, 3세대가 함께 살아”…재건축 이번엔 다를까

현지에서는 워커힐아파트의 재건축 성사 가능성을 ‘50대50’이라고 전망한다. 광장동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1단지는 재건축, 2단지는 리모델링을 선호하는 목소리가 여전히 엇갈리고 있어 통합 재건축 추진이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전체 가구의 50% 이상이 원주민이며, 장기간 거주한 고령층이 중심”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대형 평형 위주 구성상 신혼부부나 소형 가구 유입은 거의 없고 오히려 조부모까지 모시고 3세대가 함께 사는 집도 많은 편”이라고 덧붙였다.

높은 고령층 비율도 그동안 재건축 추진에 걸림돌로 작용해 왔다. B 중개사무소 대표는 “이미 내부 수리를 마친 상태에서 불편함 없이 살고 있어 재건축에 대한 실질적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는 분위기”라며 “입주민 평균 연령이 70대에 달하다 보니 ‘살아있을 때 새집에 입주할 수나 있겠냐’는 우려 섞인 말이 나올 정도”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워커힐아파트의 실거주 만족도는 여전히 높다. 현지 C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월 100만원에 달하는 관리비와 중앙 냉난방 등 노후된 설비에도 불구하고 넓은 거주 면적과 쾌적한 환경은 여전히 매력으로 작용해 내부를 고쳐가며 장기 거주하는 가구가 많다”며 “단지 내에서 벚꽃길과 숲을 동시에 누릴 수 있는 서울 도심의 유일한 아파트라는 주민들의 자부심이 크다”고 전했다.

전문가들은 워커힐아파트가 재건축에 성공할 경우, 동부이촌동 한강맨션과 함께 강북권 재건축 대장주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다만 주민 간 합의 도출, 용도지역 규제 해소, 기부채납 조건 협상 등 넘어야 할 과제가 많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