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듈러로 단기공급?…GH 1만모듈 공급도 '안갯속'
언론기사2025.09.26
3기 신도시 지연…공사비·제도미비로 차질
"공공주도 임대 마중물…법·제도 정비 시급"
정부가 '9·7 공급대책'에서 수도권 단기 공급 카드로 '모듈러주택'을 내세웠지만, 현장에선 기대하기보다는 회의적으로 보는 이들이 많다. 공기 단축, 친환경성 등 장점에도 불구하고 제도 기반과 발주 물량 부족으로 대량 생산체계가 갖춰지지 않아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특히 모듈러주택과 관련한 정부 추진 사업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왔던 경기주택도시공사(GH) 추진 사업이 더뎌지면서 실제 '수도권 단기 공급'이 가능할지도 미지수라는 관측이 나온다.

GH 3기 신도시 모듈러주택 로드맵/그래픽=비즈워치5년내 1만 모듈 '될까?'

GH는 지난해 말 2030년까지 하남과 남양주, 과천 등 3기 신도시를 중심으로 모듈러주택 1만 모듈을 공급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했다. 올해 하남교산 A1블록을 시작으로 2027년 남양주왕숙2 A12블록, 2028년 남양주왕숙1 PM-1블록, 2029년 과천 A7블록 등에 순차적으로 공급한다는획이었다.

첫 추진단지인 하남 교산 A1블록은 국토교통부의 '고성능·고층화·표준화 PC(Precast Concrete,사전제작 콘크리트) 공동주택 기술 실증단지'로 선정된 사업지구다. 통합공공임대 총 723가구 조성 중 400여가구(20층)를 PC모듈러 공법으로 짓는다.

GH 관계자는 "지난 6월 광교 A17블록(지분적립형 분양주택)과 패키지로 민간사업자를 공모했고 이달 우선협상대상자 선정을 거쳐 현재 계획 설계를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PC 모듈러 공법은 콘크리트 구조체 및 유닛화한 모듈의 주요 내·외장재 등을 공장에서 미리 제작한 뒤 현장에서 조립·완공하는 '탈현장 건축공법(OSC, Off-Site Construction)'이다. 공기 단축을 비롯해 품질 균일화, 안전사고·건축물 폐기물 감소, 에너지·탄소배출 저감 등 효과가 있어 지속 가능 건설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하지만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아직 시장 활성화가 충분치 않아 사업 추진에 난관이 예상된다. GH 관계자는 "국책과제다 보니 실증사업 연구개발(R&D) 등이 함께 이뤄져야 해 설계자문을 받아야 하는 만큼 설계 기간이 얼마나 걸릴지, 향후 사업 일정 등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모듈러가 향후 가야 할 길을 맞지만, 기존보다 1.3~1.5배 높은 공사비가 부담되는 것이 사실"이라며 "정부 지원이 없으면 사실 추진이 어렵고 지원을 받은 현재도 재정적 부담이 있어 사업 확장이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3기 신도시 사업 자체가 늦어지고 있어 모듈러 사업 진행이 예정대로 될지 미지수"라며 "목표 달성이 쉽지 않아 보여 목표치가 수정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라고 말했다.경제성·대량생산 관건

이는 정부의 수도권 단기 공급 방안에도 차질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모듈러의 핵심 장점인 '공기 절감'과 '저렴한 가격'이 제대로 구현되지 못하는 환경 때문이다. 발주 물량이 적어 경제성을 확보할 수 있는 대량 생산체계가 마련되지 못한 것이 가장 크다. 생산과 시공이 지속적으로 맞물려 이뤄지는 상황이 아니다 보니 가장 큰 장점인 사업기간 단축도 어려운 상황이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모듈러는 장점이 많은 만큼 경제성만 확보됐다면 건설사들이 너나없이 뛰어들었을 것"이라며 "최근 기술 개발로 과거 2배였던 공사비가 많이 줄었지만 여전히 기존 공법보다 공사비가 비싸고, 발주 물량도 많지 않아 투자 유인이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경기도 좋지 않은데 아무리 대형 건설사라고 해도 구체적인 공급물량도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선제적으로 수천억원을 들여 대량 자동화 생산설비를 짓기란 쉽지 않다"면서 "안정적인 공급량이 우선 확보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결국 정부가 나서 구체적인 공급물량을 제시하고 민간 투자가 이뤄질 수 있는 제반 여건과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국내 모듈러 건축 시장 규모/그래픽=비즈워치공공주도 임대사업부터

전문가들은 공공주도 공급대책에 따른 임대주택 확대가 모듈러 확산의 마중물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조봉호 아주대학교 건축학과 교수는 "아직 기술적으로 완전히 성숙한 단계는 아니어서 시간은 걸리겠지만 결국 (정부) 의지의 문제"라며 "모듈러에 대한 대중 인식이 낮은 만큼 바로 분양시장에 도입하긴 어려워 공공주도 임대시장을 중심으로 확대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그는 "임대사업은 빠른 공급이 곧 수익으로 이어지기 때문에 해외에서도 모듈러 활용성이 높다"면서 "한국토지주택공사(LH)에서 추진하는 공공임대를 중심으로 공급이 확산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유일한 건설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도심 내 빠른 공급을 위해선 고층화가 필수인데, 현재는 20층 이상 모듈러의 안전성과 품질 검증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LH와 GH에서 추진 중인 20층 이상 실증사업이 마무리되면 이를 기점으로 빠르게 확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제도 기반 마련이 우선"

단 기술적 측면 외에도 제도적 뒷받침을 통해 민간영역으로의 확대가 시급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모듈러와 관련한 법과 제도가 여전히 '공백 상태'기 때문이다.

유 연구위원은 "모듈러 관련 법안 제·개정 필요성은 2010년부터 제기돼 왔으나 15년이 지난 지금까지 현실화하지 못한 상황"이라며 "제도적으로 가장 시급한 부분은 천장과 바닥, 벽면 등이 개별 구조로 시공돼 기존 용적률·건폐율, 높이 규제에 불리한 점을 개선하고 인센티브를 주는 제도를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제언했다.

또 "주택뿐 아니라 숙박시설, 오피스텔 등 기타 건축물로 모듈러를 확대하기 위해서는 모듈러를 공법의 하나로 보던 시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별도의 법률을 제정해 제작·운송·설치 과정에 대한 별도 감독기준, 인증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결국 모듈러 주택이 단기 공급 대책으로 자리 잡으려면 △중장기 공급계획 명시 △법·제도 정비 △대량 생산을 통한 경제성 확보가 선행돼야 한다. 전문가들은 "정부가 안정적 물량을 제시해 민간 투자가 가능해져야 시장이 본격 확대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모듈러로 단기공급?…GH 1만모듈 공급도 '안갯속' | 셈셈 - 부동산 계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