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 4.5일제, 서울아파트는 더 오르고, 교외는 뜬다[손바닥부동산]
언론기사2025.09.27
노동시간 단축, 생산성, 임금 등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 미쳐
건설업종 노동시간 단축은 주택 공급에 부정적 영향 우려
[이데일리 박지애 기자] 이재명 정부의 국정과제 중 하나는 실노동시간 단축이다.

정부는 노사정 협의를 통해 주 4.5일제 도입을 추진하며 장시간 근로 구조를 개선하고,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 수준으로 노동시간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내세우고 있다.

(사진=게티이미지)실제로 한국의 근로시간은 지난 10여 년간 빠른 속도로 줄어왔다. 2010년 약 2160시간이었던 연간 근로시간은 2024년 약 1870시간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OECD 평균은 약 50시간 줄어드는 데 그쳤다. 한국은 OECD보다 훨씬 가파른 속도로 노동시간을 줄여온 셈이다.

주 4.5일제 도입은 부동산 시장에도 깊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노동시간 단축 속도가 빠른 만큼 생산성과 임금의 격차가 더 크게 부각될 수 있다. 대기업과 중심부 일자리는 노동시간이 줄어도 임금 수준을 유지하거나 보완할 여력이 있어 구매력이 유지된다. 반면 중소기업이나 자영업자는 노동시간 단축이 곧 소득 감소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결국 근로시간 단축은 주거 구매력의 양극화를 심화시키며, 내 집 마련 기회가 계층에 따라 더 불평등하게 분배될 수 있다.

서울 중심권의 부동산 가격은 이런 구조 속에서 더욱 견고해질 것이다. 서울은 여전히 고소득 일자리의 중심지이며, 대기업 본사와 금융·IT업종이 몰려 있는 경제 활동의 핵심 공간이다. 고소득을 희망하는 수요가 끊임없이 몰려들며, 이들은 주거용 부동산을 매입하거나 임대하면서 시장 수요를 확대시킨다. 공급이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상황에서는 환금성과 가격이 더욱 높게 유지될 수밖에 없다. 주 4.5일제가 도입되더라도 주 4일 이상은 출퇴근이 필요하므로 직주근접의 가치는 여전히 절대적이다. 여기에 서울의 재건축·재개발이 주요 규제로 묶여 신규 공급이 제한된 점까지 더해지면, 서울 핵심 아파트는 제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강력한 가격 방어력을 유지할 것이다.

한국의 연 평균 실 노동시간 비교 (그래픽=도시와경제)또한, 공급 측면에서도 불안 요인이 확대된다. 건설업은 노동시간과 생산량이 비례하는 업종으로, 주 4.5일제 시행은 공사 지연과 공급 차질을 불러올 수 있다. 이미 건축비 상승과 인력난으로 공급 지연이 빈번한 상황에서 노동시간까지 줄면 신규 분양 물량은 감소하고 입주 시기는 늦어진다. 결과적으로 매매시장은 가격 상승 불안에 노출되고, 임대시장은 전세 매물 부족과 월세 전환 확대가 겹치며 임차인의 부담이 가중된다. 최근 몇 년간 이어진 입주 절벽은 이러한 우려를 현실화시키고 있다.

근로자의 소득 감소와 자영업자의 매출 부진도 문제다. 일부 업종은 노동시간 단축이 임금 삭감으로 직결되며, 대기업 밀집 지역 상권은 직장인 유동 인구 감소로 매출이 줄 수 있다. 이는 자영업자의 수익 악화, 고용 축소로 이어지고, 결국 근로자와 자영업자 모두 내 집 마련 여력이 축소되는 악순환이 나타난다. 이렇게 노동시간 단축은 계층별로 상반된 영향을 주며, 부동산 시장의 양극화를 더욱 뚜렷하게 만든다.

교외 시장은 새로운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금요일 오후나 토요일 오전부터 이동이 가능해지면 생활 반경이 넓어지고 주말 소비는 확대된다. 특히 서울과 가까운 강원도권은 고속도로와 GTX 개통 효과로 서울과 생활권이 겹치고 있다. 춘천, 홍천, 원주 등은 수혜를 볼 수 있다. 캠핑·골프·레저 활동의 대중화와 맞물리며 이 지역의 아파트와 주거상품은 주말형 소비와 세컨드 라이프 수요를 흡수할 수 있다. 다만 이는 주거 이전이라기보다 보완적 선택으로 나타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투자 시, 서울 중심 자산을 안정적으로 보유하면서, 교외 지역은 선별적으로 일부만 투자해 리스크를 관리하는 전략이 바람직하다.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양극화가 더욱 뚜렷해질 전망이다. 금요일 오후와 주말 소비는 늘어나 강남, 성수, 홍대 등 문화·레저 중심 상권은 매출이 확대되고 임대 수익성이 강화된다. 반면 대기업 밀집 지역 상가는 직장인 유동 인구 감소로 매출 부진과 공실 위험에 직면할 수 있다. 이는 임대료 하락과 자영업자의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상업시설 투자는 입지와 소비 패턴을 면밀하게 분석하는 선별적 접근을 해야한다.

결국 주 4.5일제는 제도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한국의 노동·소득 구조를 재편하는 과정이며, 그 여파는 부동산 시장에 고스란히 반영될 것이다.

서울 중심권은 고소득 일자리와 인구 유입, 교통 편의성, 공급 희소성에 힘입어 자산 가치를 지켜낼 것이다. 반대로 중소기업 종사자와 자영업자의 구매력 감소는 내 집 마련 장벽을 더 높이고, 교외 지역은 여가 수요 확대에 따른 새로운 기회가 있을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은 입지별 성과 차이가 극명히 갈리며, 시장의 양극화는 더욱 뚜렷해질 수 있다. 투자자는 도심 자산을 지키는 동시에 교외 보완 기회를 활용하고, 상업시설은 철저히 선별하는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송승현 도시와경제 대표(사진=도시와경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