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원하는 곳에 공급”…국토장관 “오르는 곳에 규제”
언론기사2025.09.30
한강벨트 등 집값 오름폭 커지자
정부-서울시, 상승억제 다른 처방
국토부, 토허구역·세제 강화 시사
전문가 “단기 안정 효과 제한적”



정부와 서울시가 급등하고 있는 서울 집값을 두고 결이 다른 처방전을 내놓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공공(LH)이 중심이 돼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계획이다.

서울시는 한강벨트 등 집값 오름폭이 커지는 인기 주거지에 약 20만 가구를 민간 주도로 만들겠다고 했다. 정비 사업에 걸리는 기간을 18년 5개월에서 12년으로 단축해 속도를 내겠다면서 명칭을 ‘신속통합기획 2.0’이라고 붙였다.

시장 전문가들은 정부와 서울시가 집값 억제 관련 효율적인 수단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고 관측한다. 그러나 정작 둘은 “엇박자가 아니다”라고 한 발 빼고 있다.

▶서울시 “정부의 공공 위주 공급, 이미 실패한 방식”=30일 정부와 서울시에 따르면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날 ‘신통기획 2.0’ 계획을 발표하며 서울시의 주택공급 원칙 관련, “공급은 민간이 주도하고 공공은 이를 적극 지원하는 것”이라고 했다.

서울시는 2031년까지 31만 가구 착공을 목표로 삼고, 이 가운데 64%인 19만8000가구는 강남3구를 포함한 한강벨트에 집중하겠다고 했다.

오 시장은 “한국 사회에서는 주택시장 안정화 방법을 두고 수십 년째 해묵은 논쟁이 있었다”며 “한쪽은 공급을 충분히 늘려야 한다고 보고, 다른 한쪽은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지난 정부들의 경험을 보면 오히려 반시장적인 규제가 집값을 올리는 결과를 나타냈다”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오 시장은 “정부가 발표한 9·7대책도 공급을 늘리겠다는 방향만큼은 동의할 수 있지만, 이미 실패한 공공 위주의 방식이 반복됐다”고 말했다.

국토교통부는 ‘9·7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며 민간보다는 공공을, 분양 대신 임대를 확대하는 방향을 설정했다. LH가 직접 시행에 참여해 공공 주도로 2030년까지 수도권에서만 총 135만 가구를 공급(착공 기준)하는 내용이 핵심이다.

일각에선 서울시가 한강벨트에 집중해 물량을 공급하면 주택시장을 재차 자극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오 시장은 이와 관련해 “단기적으로 그런 현상이 나타날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수는 없지만, 장기적으로 서울시의 주택 공급 노력이 부동산 가격 안정화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오 시장은 한강벨트를 추가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지정하는 계획은 검토하고 있지 않다고 했다. 그는 “지난번 지정했던 토지거래허가구역 이상을 추가로 지정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국토부 장관 “집값 상승, 매우 심각”=오 시장이 단기적인 집값 상승보다 장기적인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언급한 것과 달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최근의 서울 아파트값 상승에 대해 “매우 심각하게 바라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가 ‘신통기획 2.0’을 발표한 같은날 취임 30일 기자간담회에서다.

김 장관은 추가 대책과 관련해 토지거래허가구역이나 규제지역 추가 지정 및 금융문제(대출) 등을 언급하며, 서울시와 정 반대의 의견을 냈다.

보유세 조정이나 공시가격 현실화 등 세제개편에 대해서는 “국토부 장관이 세제 문제에 대해 거론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한다”면서도 “필요하다면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특히 “(개인적 의견이지만) 보유세는 늘리는 방향으로 가는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정부 ‘공공’ VS 서울시 ‘민간’…“엇박자는 아냐”=전문가들은 서울시가 이번 공급안으로 정부와 다른 방향을 설정, 민간 주도 공급 대책을 명확히 했다고 분석한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자문위원은 “정부가 서민들의 주거 안정을 목표로 한다면, 서울시는 수요가 필요로 하는 도심 내 공급을 하면서 집값 안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대책으로 기대할 수 있는 집값 안정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지적도 있다.

양 자문위원은 “서울시가 제시한 착공 물량 목표는 공급 가시성을 높이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면서도 “공급 시점이 빨라지더라도 착공해 입주하기까지 최소 7년에서 10년이 걸려 단기적으로는 수급 불균형을 해소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어 “정비사업장에선 인허가 외에도 공사비 부담, 이주비 대출 규제, 분담금 문제 등 사업성 제약도 있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미지수”라고 덧붙였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도 “현재로서는 서울 집값의 방향성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국토부와 서울시는 주택 공급과 관련해 ‘엇박자’를 내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에 대해선 함께 부인했다. 김 장관은 “국토부와 서울시는 다른 기관”이라며 “특별히 갈등과 마찰이 있었다고 보고받지 않았다. 서로 합리적으로 조정하고 대화가 잘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서울시장과 부동산 문제에 대해 함께 노력을 해야겠다는 인식은 같이 하고 있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정부와 충돌하는 부분은 없으며 정부는 정부로서, 서울시는 지자체로서 할 일을 하고 있다”고 전했다. 박로명·홍승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