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보는 국감]가덕도 신공항 '허송세월'…누구 탓일까?
언론기사2025.10.09
국토위, 현대건설 '수의계약 일방 파기' 지적
세부검토 전제로 컨소 진행…계약 아닌 '우협'
정부 연내 재입찰 추진…전문가 "원점 재검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는 부산 '가덕도 신공항 건설 수의계약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책임을 물어 이한우 현대건설 대표에게 오는 13일 증인 출석을 요구했다.

그러나 건설업계 내에서는 내용 없는 '맹탕' 국감으로 끝날 것으로 보는 시각이 우세하다. 애초에 계약을 한 것이 아니라 현대건설 컨소시엄이 우선협상대상자 입장이었던 만큼 '계약 파기'란 말 자체가 성립하지 않아서다.

가덕도 신공항 조감도/자료=가덕도신공항건설공단 제공계약한 적도 없는데…

건설업계 관계자는 "가덕도 신공항 부지조성 공사와 관련해 현대건설은 계약을 하지 않은 우선협상대상자였고 계약할지 말지를 협의하는 과정 중이었다"면서 "애초에 계약을 한 적이 없으니 대표를 부른다고 해도 증인 신청 이유인 '일방적 계약 파기'와 관련한 질문은 할 수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결국 내용 없이 '왜 공사에 참여하지 얂느냐'란 질타에 그칠 것이란 게 업계 관계자들의 시각이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은 정부의 '국가 균형발전 핵심 과제' 중 하나다. 가덕도 일대 여의도 면적의 2배가 넘는 666만9000㎡에 활주로와 방파제 등을 포함한 공항시설 전반을 짓는 사업이다. 추산된 사업비만 13조원이 넘는다.

지난해 5월 입찰을 시작한 공사는 4차례 유찰 끝에 지난해 10월 현대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했다. 국가계약법상 국가를 당사자로 하는 계약은 경쟁입찰이 원칙이지만 아무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수의계약으로 진행됐다.

업계 한 관계자는 "국토부가 공사 기간을 6년에서 7년(84개월)으로, 설계 기간도 10개월에서 12개월로 늘리며 입찰 조건을 바꿨음에도 아무도 참여하지 않았다"면서 "착공 후 84개월의 공사 기간이 여전히 무리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현대 컨소시엄도 발주처가 제시한 기본설계에 대해 세부검토를 통해 작업시간, 공기, 공사비 등이 변동될 수 있다는 걸 전제로 우협에 들어갔던 것"이라며 "약 6개월간 검토 끝에 연약지반, 파고 등 환경을 감안해 안전하게 공사하기 위한 최소 마지노선을 108개월로 산정했지만 정부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현대건설의 우협 지위 포기 이후 아직까지 재입찰 등 진척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다만 정부는 가덕도 신공항 추진 의지를 놓지 않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달 29일 기자 간담회 자리에서 "가덕도 신공항은 약속대로 추진된다"면서 "연내 (재입찰 등) 실질적인 추진이 가능하도록 타임 스케줄을 조정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공사 기간과 관련해서도 한발 물러서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김 장관은 이날 "공사 기간 84개월(7년)을 고수해 집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부산시, 여야 의원, 기업인, 전문가 등으로부터 다양한 의견을 수렴하는 과정에 있다"고 밝혔다.

이는 현대건설의 입장을 일부 받아들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다만 부산시는 여전히 공사 기간 84개월 유지, 2035년 본 개항에 앞선 2029년 12월 우선 개항 주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이 29일 국토부 기자단을 대상으로 간담회를 열고 모두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사진=김미리내 기자 pannil@"아예 원점 재검토해야"

가덕도 신공항 건설 자체를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건설업계 한 관계자는 "84개월 공기가 늘어나지 않는다면 아무도 재입찰에 나서지 않을 것"이라며 "공기를 늘리는 것을 시작으로 이에 따라 인건비, 자재비 등을 따져 공사비가 결정되기 때문에 공사비도 훨씬 늘어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기와 공사비가 늘어나지 않으면 사실상 참여가 어렵다고 본다"면서 "해당 공사를 건설적인 입장이 아니라 정치적인 입장에서 바라보고 있는 것이 문제"라고 덧붙였다.

최원철 한양대학교 부동산융합대학원 특임교수는 "정부가 건설안전을 강조하며 무리하게 공사하지 말라고 하면서 전문 건설사가 공사 기간을 늘려달라는 것을 수용하지 않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며 "가덕도는 연약지반에다 파고가 높고 태풍도 잦은 데다 수심도 있어 전문가 입장에서 봤을 때는 외려 현대건설이 제시한 공기도 부족해 보인다"고 말했다.

그는 "누구를 편드는 것이 아니라 해외에서 인정받는 전문 기술을 가진 건설사가 필요하다고 말하는 공기와 공사비를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서 "대규모 손해나 사고가 날 수도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추진한다고 무턱대고 받아들일 건설사가 어디 있겠냐"고 꼬집었다.

대규모 사회간접자본(SOC) 건설인 만큼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왔다. 최 교수는 "대형 공항은 관광객 이용과 대규모 물류 등이 있어야 유지가 가능한데, 부산은 현재 이런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주변 공항들도 이용객이 적은 상황"이라며 "특히 바다 위에 짓는 공항은 침식으로 인한 유지관리비가 훨씬 많이 들기 때문에 정말 필요한지에 대한 원점 재검토가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제공항만 짓는다고 관광객이 찾아오는 것은 아니다. SOC는 지은 이후 유지관리비가 많이 들기 때문에 빨리 짓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장기적 관점에서 종합적이고 다층적으로 바라봐야 한다"면서 "차라리 대형 공항을 짓는 비용으로 각 소도시를 연결할 수 있는 소공항을 수십개 건설하거나 향후 UAM(도심항공교통) 도입을 감안한 시설을 만드는 것이 더 목적에 맞을 수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발주자의 적정 공기산정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건설사들은 정해진 공사 기간을 지키지 못하면 지체상금을 물어야 한다. 정해진 공사 기간 내 공사를 책임지고 수행할 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이는 발주자 역시 마찬가지다. 발주자는 적정한 공사 기간을 산정해야 하는 의무가 있다. 공기는 안전과 직결되는 문제다. 그동안 준공 기간에 쫓겨 공정을 재촉하다 대형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발주자에게도 이런 책임을 물은 것이다. 하지만 적정 공기를 산정하지 않았다고 해도 발주자는 별다른 처벌을 받지 않는다.

건설업계 전문가는 "현재 공공공사에서도 공사기간이 늘어지며 공사비가 올랐을 때 이를 인정해주지 않고 증명하라고 해 갈등이 빚어지고 있다"면서 "입증을 못 하면 수백~수천억원의 손해를 볼 수 있는 데다 안전문제도 발생할 수 있는 만큼 발주처 역시 공기산정에 대한 책임을 지도록 해야 가덕도 신공항 같은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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