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안전 붕괴 직전" 우려 터졌다…'항공 관제' 인력난 빨간불
언론기사・2025.10.12
최근5년 관제사 정원·현원·결원율/그래픽=이지혜한국 항공안전 시스템의 핵심 축인 항공관제 부문의 결원률이 12%에 달하는 등 인력난이 심각한 상태로 밝혀졌다. 현장에선 "국가 항공안전 시스템이 붕괴 직전"이라는 우려까지 나온다. 관제사 한 명이 항공기 수십 대의 이·착륙과 고도 조정, 교신을 실시간으로 관리해야 하는 구조에서 피로 누적은 개인 문제가 아닌 국가 안전 차원의 문제라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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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기는 쉬어도 사람은 못 쉰다"…5년 째 두자릿수 결원률 지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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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배준영 국민의힘 의원(인천 중구·강화·옹진)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4년 기준 항공교통본부와 지방항공청 소속 항공직 실제 근무 인원은 563명으로 결원률이 12%에 달했다. 필수정원은 638명인데 75명이 부족한 수준이다. 2020년 이후 결원률은 매년 10%를 넘겼다. 관제 인력 공백이 더이상 일시적 현상이 아니라 구조적 문제로 굳어지는 상황이다
더 큰 문제는 전체 근무 인원 중 실제 관제 업무를 수행하는 인력은 386명에 그친다는 것이다. 행정직·관리직을 제외한 이들이 전국 공항과 항공로를 실시간으로 관리하고 있다. 미국 연방항공청(FAA)이 약 1만명의 관제사를 운용하고, 일본도 1200명 이상을 확보하고 있는 것과 비교하면, 한국은 항공교통량에 비해 관제 인력이 현저히 적다.
인천국제공항의 항공기 운항이 가장 많은 오전 8~9시 사이 평균 항공기 이동 횟수는 81회에 달한다. 그러나 이를 관리하는 인력은 단 8명이다. 관리자와 교대자, 휴식 인력을 제외하면 실제 관제를 수행하는 인원은 2~3명뿐이다. 이들은 1~2분 간격으로 이·착륙 유도, 접근 통제, 고도 조정을 반복한다. 현장에선 '비행기는 쉬어도 관제사는 못 쉰다'는 자조섞인 목소리도 나온다.
최근12개월 항공관제사 인력 대비 항공기 운항편수/그래픽=김지영━
무안국제공항 사고·관제사 사망 등에도 제자리…TF도 유명무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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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마 인천공항은 인력이 많은 편이다. 지방 중소공항의 경우 한 조당 2명이 24시간 연속근무를 하는 경우도 있다. 지난해 말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제주항공 사고는 이러한 인력 부족의 구조적 위험을 그대로 드러낸 사례다. 당시 무안공항 관제 인력은 전체 7명에 불과했고, 실제 2~3명이 24시간 연속 운영을 맡은 것으로 전해진다. 사고 후 10개월이 다 돼가는 현재까지도 현장 관제 인원 1명이 늘었을 뿐 정원 확대나 예산 지원 등 실질적 개선책은 나오지 않았다.
지난 7월에는 25년차 베테랑 관제사가 과중한 업무와 낮은 처우와 구조 개선 지연에 절망해 극단적 선택을 했다. 하지만 정부 대응은 여전히 미흡하다.
국토부는 지난 8월 '관제 서비스 역량 강화 TF'를 출범시켰다. 하지만 이후 두 달 동안 의견 수렴 이외 정식 회의는 한 차례도 열리지 않은 것으로 확인됐다. 국토부 내부에서도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 나오며 현장 인력 사이에서는 TF의 실효성에 대한 불신이 깊어진다.
무엇보다 기준이 없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항공 교통량과 난이도에 따라 한 명의 관제사가 감당할 수 있는 업무량을 정하는 과학적 기준이 마련돼 있지 않다. 인력 배치가 사실상 경험과 관행에 의존하고 있다. 항공 교통량은 늘고 있지만 관제사 한 명이 처리해야 하는 업무량은 이미 한계치에 도달했다는 지적이다. 인력 확충과 더불어 피로도·교신 빈도·트래픽 밀도 등을 반영한 업무 강도 기준 정립이 시급하다는 평가다.
저비용항공사(LCC)의 노선 확대와 해외 여행 수요 급증으로 중소공항의 트래픽까지 빠르게 늘고 있다. 그러나 이에 걸맞은 인력 운용 체계와 관제 인프라는 여전히 과거 수준에 머물러 있다.
업계에선 TF의 운영 방식부터 전면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명확한 권한과 책임 없이 회의조차 열리지 않는 구조에서는 문제 해결은커녕 문제 인식조차 불가능하다. TF가 '보여주기식'으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실질적 권한과 예산, 외부 전문가 참여 보장, 그리고 단기·중장기 목표를 구분한 실행 로드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배준영 의원은 "항공안전은 단순한 운송 인프라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생명선이자 안보의 영역"이라며 "관제 시스템이 인력 부족과 구조적 방치 속에 흔들릴 경우, 단 한 번의 오류로도 대형 참사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한국 항공안전의 마지막 보루가 더 이상 방치되지 않도록 정부와 국토부는 지금이라도 근본적인 개선책 마련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