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들 “부동산 추가 규제 나와도, 서울 집값 잡기 어려울 것”
언론기사2025.10.13
금융권·학계 7명에게 물어보니
정부가 이번 주 중 ‘9·7 부동산 공급 대책’을 내놓은 지 한 달여 만에 추가 대책을 준비하게 된 것은 6·27 대출 규제 등에도 불구하고 서울을 중심으로 한 수도권 아파트 시장이 오히려 과열되고 있기 때문이다. 거기다 본격적인 가을 이사철이 시작돼 앞으로 더 많은 국민이 집값이나 전셋값이 오르는 것에 피로감을 보일 가능성이 크다. 과거 부동산 실정(失政)으로 타격을 받은 경험이 있는 정부·여당 입장에선 더 이상 대응을 미룰 수 없게 된 것이다.

12일 서울 남산에서 외국인 관광객들이 아파트가 빽빽하게 들어선 도심을 내려다보고 있다. 6·27 대출 규제와 9·7 부동산 공급 대책에도 서울과 수도권 집값 상승세가 계속되자, 정부·여당·대통령실은 이날 고위 당정대 협의를 열고 이르면 이번 주 추가 부동산 대책을 내놓겠다고 밝혔다./뉴스1
정부는 강력한 규제 방안을 ‘패키지’ 형태로 내놓을 계획인 것으로 전해진다. 하지만 전문가들 사이에선 규제 일변도 정책에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 본지가 금융권과 학계 전문가 7명을 대상으로 추가 대책의 효과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5명이 부정적으로 전망했다. 특히 7명 전원이 파격적인 규제 없이 현 상태로는 서울 집값과 전셋값이 연말까지 계속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대출이나 세금 규제가 일시적으로 수요를 위축시킨다 하더라도 만성적인 서울 아파트 공급 부족과 금리 인하 등 집값 상승을 부추기는 거시 변수들의 영향이 더 크다는 것이다.

한강 벨트 이어 분당·과천까지 ‘불장’
KB국민은행 집계로 가장 최근 조사(9월 29일)에서 서울 아파트 값 주간 상승률은 0.43%를 기록했다. 6·27 대책 발표 직전인 6월 23일(0.44%)과 거의 같다. 1년 동안 매주 0.43%씩 오른다면 누적 상승률은 25%에 달한다. 특히 광진(1.41%), 강동(1.36%), 성동(1.27%) 등 한강을 끼고 있는 지역들의 가격 상승세가 가파르다. 광진, 강동의 최근 주간 상승률은 2008년 4월 KB가 아파트 주간 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이래 최고치였다. 과천(1.03%), 성남 분당(1.35%) 등 준(準)강남으로 통하는 경기 남부 지역들도 아파트 값이 빠르게 오르는 중이다.

수요가 몰리는 인기 단지에선 계약 직전 매도자가 호가를 올리거나 매수자에게 계좌번호를 주지 않으며 거래를 미루는 일이 빈번하게 벌어지고 있다. 일선 공인중개사들 사이에선 “부동산 폭등이 시작됐던 2018년과 비슷한 분위기”라는 말이 나온다.


전문가들 “규제로는 집값 못 잡아”
설문에 참여한 전문가 7명 중 5명은 추가 규제가 나온다 하더라도 서울 집값을 떨어뜨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내다봤다. 고준석 연세대 상남경영원 교수는 “시장 규제책은 일시적인 효과만 있는 ‘반쪽짜리’라는 것이 6·27 대책에서 증명됐다”며 “추가 규제가 나와도 시장 영향은 단기간에 그칠 것”이라고 말했다. 이창무 한양대 교수도 “대출이나 세금으로 매매 수요를 억제해도, 억눌린 수요가 전월세 시장을 자극하거나 서울 외곽 및 경기·인천 집값을 밀어 올리는 ‘풍선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했다. 반면 고종완 한국자산관리연구원장은 “당장의 집값 과열을 해소하려면 규제 지역 확대나 세금 강화 등의 규제 말고는 방법이 없다”고 했다.

전문가 7명은 모두 연말까지 서울 및 수도권 아파트 매매·전세 가격이 적게는 1~2%에서 많게는 6%까지 계속 오를 것이라 전망했다. 양지영 신한투자증권 주거용부동산팀장은 “추가 규제가 나온다면 단기적으로 매물이 늘어나면서 상승세가 둔화될 수 있겠으나, 금리 인하 기대감과 계절적 이사 수요가 겹치고 있다는 게 큰 문제”라고 했다.

/그래픽=양진경
”민간 공급 유인책 필요”
전문가들은 앞으로도 서울 강남이나 한강 변, 경기 과천·분당 등지의 고가 주택 한 채에 투자하는 ‘똘똘한 한 채’ 선호 심리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문재인 정부에서 도입된 다주택자 취득세·양도세·종부세 중과 제도가 그대로 남아있고, 보유세 인상도 예상되고 있어 최대한 좋은 입지의 아파트 한 채를 보유하려는 심리가 강해진다는 것이다. 이상우 인베이드투자자문 대표는 “다주택자는 세금 폭탄을 피하기 위해서, 1주택자는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더 큰 집을 찾기 위해 똘똘한 한 채로 옮겨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부동산 시장 안정을 위해 필요한 대책으로는 민간 주택 공급 정상화가 가장 많이 언급됐다. 고준석 교수는 “재건축에 걸림돌이 되는 초과 이익 환수제와 분양가 상한제를 폐지해 신속한 주택 공급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개선해야 한다”고 했고, 양지영 팀장은 “다주택자 보유 매물이 시장에 나올 수 있도록 양도세 중과를 전면 폐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진형 광운대 교수는 “부동산 PF(프로젝트 파이낸싱) 시장을 정상화해 민간 공급 생태계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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