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값 안올랐는데 팔지도 못해"…외곽 노·도·강부터 비명 터졌다
언론기사2025.10.20
20일 마포구의 한 부동산에 매물 정보가 써붙어 있다. 정부가 발표한 10·15 부동산 대책에 따라 이날부터 서울 전 지역과 과천, 분당 등 경기 12개 지역에서 토지거래허가제가 시행된다. 연합뉴스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곳이 지난주 조정대상지역·투기과열지구로 묶인 데 이어 20일부터 토지거래허가구역까지 발동됐다. 실거주 목적이 아닌 매매 거래가 전면 차단된 셈이다. 전례 없는 고강도 규제에 집을 사는 것도, 갈아타기도, 처분하기도 쉽지 않아지자 실수요자 사이에서 분통이 터져 나온다. 올해 집값이 많이 오르지 않은 서울 노·도·강(노원·도봉·강북구)과 경기 등 외곽 지역에서 특히 불만이 거세다.

강북구 미아동에 사는 40대 회사원은 “여긴 국평(국민평형·전용면적 84㎡) 아파트가 10억원이 안 되는 곳이 수두룩하다”며 “오르지도 않은 집 한 채 가진 서민이 무슨 죄가 있다고 내 재산도 마음대로 처분 못하고, 원하는 곳에 이사도 못하게 하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중랑구에 사는 40대 주부도 “내년 세입자 퇴거에 맞춰 다른 지역으로 이사 가려 했는데 계획이 틀어졌다”며 “별로 오르지도 않은 집을 제때 팔지도 못하니 상대적 박탈감이 크다”고 말했다. 온라인 부동산 카페엔 “상급지 토허제랑 집값 안 오르는 동네 토허제랑 같나. 이제 거래 자체가 안 될 것” “옆 동네 오를 때 하나도 못 올랐는데 (규제에) 묶여버렸다” 등의 불만 글이 하루에도 수차례 올라온다.

실제 이번 ‘삼중’ 규제로 서울·경기 외곽 지역부터 타격을 받을 거란 전망이 많다. 문재인 정부의 다주택자 규제 강화로 수도권 부동산 시장은 ‘똘똘한 한 채’ 매수 경향이 강해졌다. 이로 인해 집값은 강남 등 상급지부터 외곽 순으로 오르고, 규제가 나오면 외곽부터 빠지는 양상을 보였다.

정근영 디자이너 올해도 보면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10월 13일까지 6.11% 상승했지만 지역별로 극명하게 엇갈렸다.

송파(15.22%), 성동(13.86%), 서초(11.36%), 강남(11.07%), 마포(10.79%) 등은 10% 이상 오르며 상승세를 주도했다. 작년에 더해 올해는 집값이 더 올랐다. 반면 올해 같은 기간 중랑은 0.44% 오르는 데 그쳤고, 도봉(0.50%), 강북(0.77%), 노원(1.30%), 은평(1.55%)은 상승률이 2%에도 못 미쳤다. 경기도 마찬가지다. 과천(14.11%)과 성남 분당(11.57%)은 집값이 크게 올랐지만 의왕은 고작 0.89% 상승하는 데 그쳤다.

노원구 상계동의 한 중개업자는 “집값 상승 온기가 퍼지기도 전에 매번 규제가 나와 주민들의 박탈감이 크다”며 “다시 집값 하락을 걱정해야 하는 상황이라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다”라고 전했다.
정근영 디자이너
특히 토허제는 허가일로부터 4개월 이내 잔금, 소유권이전등기, 실거주까지 완료해야 해 매매 자체가 수월치 않다. 임차인이 있을 경우 계약 만료 4개월 전에 통보하고, 이 기간 새로 들어올 매수인도 구해야 한다. 또 임차인이 계약갱신권을 쓰면 매매 자체가 어렵다. 이 중개업자는 “매매를 위해 세입자에게 이사비를 주고 나가 달라고 집주인이 읍소해야 하는 상황이 생길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정근영 디자이너
윤지해 부동산R114 수석연구원은 “서울 노원·도봉·강북 등 중저가 지역은 대출 의존도가 높고, 아파트 가격 회복 속도가 더디다”며 “매수세 약화로 인해 아파트값 낙폭이 클 수 있다”고 내다봤다. 반면 “집값 오름폭이 컸던 서울 한강벨트 인접 지역과 경기 과천, 성남 분당 등은 가격 상승세가 다소 진정될 것으로 예상한다”고 말했다.

성동구 옥수동 중개업자는 “처음 대책 발표 땐 혼란스러웠지만 지금 이곳 집주인들은 느긋하다”며 “호가가 다시 오르면 매물을 내놓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토허제 시행으로 시장에 매매 물건이 줄면 오히려 집값이 오를 수 있다는 계산이다. 마포구 공덕동 중개업자도 “잠시 소강 상태가 이어지겠지만 핵심 지역 집값은 안 떨어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양지영 신한 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아파트값이 가장 많이 오른 송파구와 가장 덜 오른 중랑구가 같은 규제를 적용 받게 됐다. 외곽 지역의 불만이 계속 이어질 것”이라며 “상대적으로 자산이 부족한 계층의 주거 사다리가 막혀 버리게 된 건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