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첫 단추 잘 못꿴 집값 대책… ‘文어게인’ 넘어 최악될수도
언론기사2025.10.20
대출규제·지역확대 등 비슷
시장 영향 미비… 집값 상승
文정부 정책 실패 전철 우려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 [연합뉴스 제공]

달포에 한 번부터 대출규제·규제지역 확대에 추가 대책 예고까지….‘

정부도 시장도 다르길 바란 기대는 ‘역시나’였다. 새 정권 출범 초반 집값 상승세와 잇단 규제의 반복은 이재명 정부도 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문재인 정부 때를 고스란히 답습하고 있다.

각종 수요 억제에도 멈출 기미가 없는 집값, 그리고 다시 나오는 규제와 발표 빈도까지 문 정부 때와 닮아 있어 당시 실패가 반복되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벌써 세차례 대책을 내놓았지만 집값 상승폭은 문 정부 때보다 더 가파르다. 일각에서는 공급과 세제 대책이 빠진 규제 일변도의 대책이 최악의 상황을 낳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부동산 대책에 짙게 깔린 ‘문(文) 어게인’의 그림자가 서민·무주택자들의 주거 안정을 불안케 하고 있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는 2017년 5월 취임 후 강남 중심의 집값 급등세를 잡기 위해 6개월 만에 4차례에 걸쳐 부동산 대책을 발표했다.

문 정부는 출범 한 달여 만에 조정대상지역 확대(37개→40개)와 주택담보대출비율(LTV) 강화, 1채의 아파트만 소유할 수 있도록 하는 재건축 규제 등을 담은 ‘6·19 대책’을 내놨다. 예상과 달리 시장에 큰 영향을 주지 못했고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 집값은 상승세를 이어갔다. 이에 문 정부는 더 강력한 방안을 내놨다. 서울 전역과 경기 과천시 일부 지역, 세종 등을 투기과열지구로 묶고 다주택 양도소득세 중과, 대출규제 강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 청약요건 강화를 골자로 한 ‘8·2 대책’이다. 대책 이후 집값 상승세는 잠시 둔화하는 듯했지만 두 달 만인 10월, 전월 대비 상승폭을 2배 이상 키우며 급등했다.

규제 후, 강남발 상승세가 광진구를 비롯한 차상급지로 이동하는 모습도 현재 흐름과 닮아 있다. 2017년 10월 주택매매가격동향에 따르면 강남4구(강남·서초·송파·강동)는 재건축 사업 기대감으로 가파른 상승세를 보였고 입지 여건이 좋은 광진구, 직장인 수요가 많은 중구와 종로구 등이 뒤를 이었다.

잡으려고 할수록 치솟는 집값에 문 정부는 성남 분당·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한 ‘9·5 대책’, 신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조기 도입한 ‘10·24 가계부채 종합대책’을 줄줄이 발표했다.

시장을 잠재우기 위해 내놓은 추가 대책 예고는 서둘러 사야 한다는 불안 심리를 부추겼고 결과적으로 ‘똘똘한 한 채’ 쏠림과 ‘풍선효과’로 이어지며 집값은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6월 취임 직후 수도권 주담대를 6억원으로 묶는 ‘6·27 대책’을 발표했다. 5주 정도 주춤거리던 집값은 금세 규제에 적응했고 최대한의 대출을 이용해 고가 주택을 사는 ‘똘똘한 한 채’ 선호가 두드러졌다. 이어 두 달여 만에 예고했던 공급 방안을 담은 9·7대책을 내놨지만 시장 기대에 미치지 못하며 공급 부족 우려를 더 키웠다.

수요억제책과 공급대책의 병용에도 집값 상승이 이어지자 추석 전후 새로운 규제를 내놓겠다는 예고도 던졌다. 추가 예고는 불 붙은 집값에 기름을 부은 격이었고, 주거 선호지역의 최고가 경신은 계속됐다.

2차 대책이 나온 지 한 달여 만에 이재명 정부는 서울 전역과 경기도 12개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 및 규제지역으로 묶는 10·15 대책을 발표했다. 규제 이후 집을 사기 어려울 것이란 수요자들의 불안은 더 커졌고 토지거래허가제 시행 전인 19일까지 ‘패닉 바잉’이 집중됐다. 달포 만에, 수요 억제 중심으로, 추가 대책 예고까지 곁들인 두 정부의 ‘닮은꼴’ 부동산 대책은 ‘똘똘한 한 채’, ‘풍선효과’, ‘패닉바잉’이라는 공통의 결과를 낳았다.

차이가 있다면 이재명 정부의 집값 상승폭이 더 가파르다는 점이다. 문 정부가 첫 대책을 발표한 2017년 6월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격은 5억7677만원이었는데, 네 번의 대책 발표 후인 11월엔 5억8751만원으로 약 1.8% 상승했다. 반면, 올해 서울 아파트 평균 매매가는 이 정부가 출범한 6월 12억554만원에서 9월말 12억4148만원으로 3% 가까이 올랐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주택 매매 금지법’을 발의하지 않는 한 수요 억제만으로는 인기지역을 중심으로 나타나는 가격 상승세를 잡기 어렵다”며 “이대로라면 문재인 정부의 실패를 따라갈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