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지방서 1박2일 임장와요” 규제 ‘빈틈’ 수도권에 원정갭투[부동산360]
언론기사2025.10.21
10·15 규제 피한 구리, 원정 투자자 몰려
줄서서 여럿이 매물 보고 현장서 계약
실거주 의무 피한 지역에 과열 조짐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 아파트 단지 일대의 모습. 윤성현 기자

“전남 영광에서 올라와서 남양주 찜질방에 묵으면서 구리 한바퀴 돌고 가신분도 계세요. 1박 2일로 ‘원정갭투’ 오신거죠”구리시 수택동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헤럴드경제=윤성현·정주원 기자] “전남 영광에서 올라와서 남양주 찜질방에 묵으면서 구리 한바퀴 돌고 가신분도 계세요. 1박 2일로 ‘원정갭투’ 오신거죠”(구리시 수택동 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

정부가 ‘10·15 주택 시장 안정화’ 대책에서 규제지역 및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서울과 경기 12개 지역 ‘옆 동네’로 지방 자산가들이 몰리고 있다. 실거주 의무를 피해 세 끼고 매수가 가능하자, 더 늦기 전, 주소를 옮기지 않고 ‘수도권 내 집마련’을 하려는 수요가 빠르게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토허구역 지정이 발효된 20일 찾은 경기 구리시는 서울과 인접한 인창동, 구리역 일대, 장자 호수공원 주변으로 투자 수요가 몰리면서 호가가 급등하고 있었다. 일부 단지는 대책 발표 후, 호가가 5000만원~1억원 가량 뛰었고 실제 신고가 거래로도 이어졌다. 이들 지역은 서울과 가깝지만, 토허구역으로 지정되지 않아 매수 후 4개월 내 전입·2년 실거주 의무가 없다.



“몇 팀씩 줄서서 매물 봐” 규제 직후 호가 최고 1억 올라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구리 인창동의 신축 단지인 ‘e편한세상인창어반포레’는 10월 들어 잇달아 신고가를 새로 쓰고 있다. 12일 59㎡(이하 전용면적)가 9억원(23층), 1앞서 4일에는 85㎡가 11억7800만원(15층)에 거래되며 평형대별 최고가를 경신했다. 이 일대 아파트 몸값은 15일 대책 발표 후 더 높아지고 있다.

구리 인창동 A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서울 입주 단지처럼 손님이 줄을 서서 매물을 보고 간다”며 “문의는 많은데 집주인들이 호가를 계속 올려 실제 거래는 많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인근 중개업소들이 모두 눈코 뜰 새 없이 바쁘다고 현장 분위기를 전했다.

그는 “ ‘e편한세상인창어반포레’의 경우 지난주 현장에서 즉석으로 호가가 5000만원 올랐고, 그 가격에 거래가 체결됐다”고 설명했다.

구리역 인근에 위치한 e편한세상인창어반포레의 모습. [네이버지도 캡처]

구리 수택동 B공인중개사무소 대표도 “대책 발표 직후 부터 주말까지 지방에서 올라와 세 낀 매물을 찾는 손님이 끊이지 않았다”면서 “원래 문을 닫는 일요일(19일)에도 나와서 일을 할 정도로 투자자들의 움직임이 거세다”고 전했다.

B대표는 “수택동 LG원앙아파트 70㎡ 매물은 원래 7억2000만원에 매물이 나와있었는데 지난주 7억5000만원으로 호가가 오르더니 결국 7억7000만원에 거래됐다”고 말했다. 그는 “이 지역은 대부분 구축 단지라 내부 수리된 매물이 많고, 20평대 초반 수리 매물은 보통 5억 후반대에 거래되는데 지난주엔 내부 수리되지 않은 매물도 6억2000만원 선에서 거래된 것으로 확인된다”고 전했다.

경기도 구리시 수택동 일대 부동산 매물의 모습. 윤성현 기자

“갭이 커도 추가 규제 전 사겠다” 몰려

전문가들은 구리를 비롯해 남양주, 일산, 동탄 등 주요 수도권 지역 중 규제지역 및 토허구역 지정에서 제외된 곳이 ‘풍선효과’의 중심지가 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장자호수공원 인근 C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이 지역 전세가율은 약 60%로, 갭이 3억4000만원 이상인 매물은 그동안 매매되지 않았는데 이번에 팔려나갔다”며 “‘언제 추가 규제가 들어올지 모르니 갭이 크더라도 현재 매매가가 싸다고 생각되면 무리해서라도 잡겠다’는 수요가 생겼다”고 설명했다.

그는 “2021년 부동산 폭등기 당시 고점은 아직 회복하지 못했지만, 최근 몇 주 사이 거래가 급격히 늘고 있다”며 “매물을 거둬들이는 집주인들도 많아지고 호가 상승 속도가 워낙 빨라 매도자들이 하루가 다르게 가격을 재조정하는 상황”이라고도 했다.

구리 외에도 남양주 다산e편한세상자이, 화성 동탄역 롯데캐슬 등 비규제지역 아파트 단지 호가도 지난 15일 이후 무섭게 오르고 있다. 동탄역 롯데캐슬 84㎡는 추석 연휴 지전 15억3000만원에 매매가 이뤄졌는데 호가는 18억원까지 부르는 것으로 전해진다. 같은 단지 102㎡는 23억원까지 몸값을 높여가고 있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 대표는 “이번 10·15 규제는 현장 상황에 대한 파악이나 정무적 판단 없이 단순한 수치 기준만으로 규제 대상을 지정해 결과적으로 풍선효과만 키운 셈”이라며 “그동안 집값이 오르지 않은 지역은 억울하게 묶이고, 규제를 피한 곳은 되레 과열되는 ‘최악의 비효율 규제’가 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수원 장안구까지 규제지역으로 지정됐으니, 광교에 가려던 사람은 동탄에 가고 중랑구 사려고 했던 사람은 구리로 갈 것”이라며 “정책이 끊임없는 풍선효과를 불러오고 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