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 9년' 법안 등장에 '술렁'..."전세 없애려는 법이냐"
언론기사2025.10.22
현행 임대차 계약기간 최대 4년(2+2년)
법안 통과시, 최대 9년(3+3+3년)으로 확대
전세 매물 급감·월세화·가격 상승 등 전망
실제 법안 통과 가능성은?...
[이데일리 홍수현 기자] 임차인이 최대 9년간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안이 발의되면서 부동산 시장이 술렁이고 있다. 업계에서는 한 번 세입자를 들였다간 최대 9년 동안 보증금이 제한되는 탓에 임대인들이 물건을 거둬 전세대란이 벌어지고, 전세의 월세화도 한층 가속할 것이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한 부동산 중개소에 전세 매물이 나와있다. (사진=연합뉴스)21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2일 한창민 사회민주당 의원 대표 발의로 범여권 의원 10명은 계약갱신청구권 횟수를 기존 1회에서 2회로 늘리고, 갱신 시 임대차 기간을 3년으로 연장해 최대 9년까지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의 핵심은 현재 최대 4년(2+2년)인 임대차 기간을 최대 9년(3+3+3년)으로 확대하는 데 있다. 전세사기와 보증금 미반환 문제에 대응해 임차인의 권리를 강화하겠다는 취지다.

법안은 임대인의 정보 제공 의무를 대폭 강화하는 내용도 담았다. 국세·지방세 납세증명서와 최근 2년 건강보험료 납부확인서를 제출해 임대인의 재정상태를 종합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했다. 또 임차주택을 양도할 경우 새 임대인의 인적 사항과 재정 정보를 임차인에게 서면 통지해야 지위가 승계되도록 했다. 통지 후 임차인이 3개월 내 이의를 제기하면 기존 임대인이 보증금 반환 책임을 지게 된다.

임차보증금에 상한 규제도 신설됐다. 보증금과 선순위 담보권, 국세·지방세 체납액을 더한 금액이 주택가격의 70%를 초과할 수 없도록 했다. 임차인의 대항력 발생 시점도 입주 ‘다음날 0시’에서 ‘당일 0시’로 하루 앞당겼다. 세입자의 입주 날 담보권을 설정하는 전세사기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의도다.

다만 시장에서는 이 같은 개정안이 전세 시장을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갱신계약기간이 길어지는 만큼 임대인들이 초기 전세 보증금이 올릴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아예 전세를 주는 것 자체를 꺼려 전세는 줄고 월세 전환이 가속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과거 사례도 이를 뒷받침한다. 송경호 한국조세재정연구원 연구위원이 2023년 12월 내놓은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이 주택시장에 미친 영향’ 보고서에 따르면, 2020년 계약갱신청구권(4년 보장) 도입 직후 전월세거래량은 평균 25% 감소했고, 특히 전세거래가 차지하는 비중이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신규 전세 가격도 약 9~11% 급등했고, 이는 매매가격에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 성동구의 한 공인중개사 앞에 전월세 시세표가 붙어 있다.(사진=방인권 기자)이처럼 개정안이 임차인에게 마냥 유리한 것만은 아니다. 다주택자들이 전월세 시장에서 공급자 역할을 해온 측면이 있는데, 페널티만 강화하면 전월세 시장이 버틸 수 없다는 지적과 함께 “3인 이상 가구 단위의 수요는 1~1.5인 소형 주택 위주인 기업형 임대로 대체하기도 어렵다”는 말이 나온다.

또한 기존 세입자를 내보내고 새 세입자를 받기 위해 임대인 본인이나 가족이 임시로 실거주하는 사례가 증가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일각에서는 전세제도의 존속 자체에 대한 회의론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전세제도의 경우 오랜 기간 한국 주거문화의 중심축으로 작용해 왔지만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정책 취지와 달리 전세 제도 자체가 설 자리를 잃을 가능성이 있다”면서 “세입자 보호와 시장 자율성의 균형을 맞추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실제 이 개정안이 통과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법안을 대표 발의한 한 의원은 사회민주당 소속으로 범여권이긴 하지만, 원내 1석을 가진 소수 정당으로 법안 통과를 밀어붙일 힘은 부족하기 때문이다.

발의에 동조한 의원들도 대다수가 진보당(윤종오·정혜경·전종덕·손솔)이나 조국혁신당(정춘생·신장식) 등 원내 소수당 출신이다. 민주당 의원 중에서는 윤종군·염태영 두 의원이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