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보유세? ‘은퇴노인 집주인’ 직격탄 전망… 올라간 세금 세입자에게 전가할 수도
언론기사・2025.10.23
구윤철 부총리 “美선 보유세 1%” 발언 도화선
은퇴노인이 판 집 “현금부자가 살 것” 의견도
美 부촌선 재산세가 ‘진입장벽’ 역할해 논쟁거리
주택정책 목적 되짚어야… “거래세 인하·공급 동반 필수”
10·15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보유세 강화’ 발언이 나오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도높은 대출제한·규제지역 확대 등으로 여론의 반발이 일자 집값을 잡기 위한 후속책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경제수장인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1% 보유세’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시장에서는 만약 1% 수준의 높은 보유세가 매겨진다면 고가주택을 장기 보유한 은퇴노인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유세를 부담하기 어려운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내놓으면서 집값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대출 문턱이 한껏 높아진 상황에서 이 매물은 현금부자 혹은 고소득자들의 매수로 이어져 서울 주요지역의 진입장벽이 더욱 공고해 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세입자를 항햔 조세전가로 전셋값이 상승하거나 월세화가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양도세·취득세 등 거래세 인하와 주요지역 중심의 공급대책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21일 오전 인천 중구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2025 APEC 재무장관회의 및 구조개혁장관회의'에 참석하고 있다./뉴스1
◆구윤철 부총리 “1% 보유세” 발언 도화선… 美보유세 따져보니
23일 부동산 업계·정치권 등에 따르면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부 대책에 보유세 인상도 포함됐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의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를 위협하는 것이 아파트값 문제이기 때문에 조금 더 용기를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지도부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보유세 인상을 논의하지 않겠다는 공식입장을 낸 직후에 이어진 발언이다.
보유세 인상 논의에 불을 붙인 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구윤철 부총리가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은 주택 보유세가 1%’라고 말하면서다. 기재부는 서둘러 “부총리의 (공식)입장은 전혀 아니다”라고 입장을 냈지만 이미 여론은 들끓기 시작한 이후였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10·15대책 당일 삼프로TV에 나와 “보유세가 낮은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발한 바 있다.
구 부총리는 ‘1% 보유세’ 발언을 하면서 미국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미국처럼 재산세를 1%로 매긴다고 치면 (집값이) 50억원이면 1년에 5000만원을 내야 한다. 고가의 집을 보유하는데 부담이 크면 집을 팔 것이고, (부동산 시장에도) 유동성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구 부총리가 사례로 든 수치는 미국 평균치로 추정된다. 미국은 주·카운티마다 보유세가 다른데, 텍사스주의 휴스턴의 경우 2.5%, 시카고는 1.38%, 마이애미는 1.02%로 높은 편이며, 하와이는 0.3% 수준으로 낮다. 주 정부 재원 대부분이 재산세에 의존하는 탓에 보유세의 수준이 일반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하와이의 경우 관광 수입이 많아 재산세를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운티에 따라 노인비중이 높은 곳에서는 교육과 관련한 세금을 걷지 않는 경우도 있다.
구 부총리가 언급하지 않은 내용도 있다. 미국의 경우 2년(총합) 실거주를 했을 때 부부공동 명의일 경우 50만달러(한화 약 7억1500만원)까지 양도차익에서 면제해 준다. 미국인 대부분이 주택 매수시 대출을 받는데, 대출액이 75만달러(약 10억7300만원) 이하인 경우 이자납입금은 소득세에 반영, 공제된다. 또 정부에 납입한 재산세도 공제받을 수 있다. 미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평균 80%다.
임채욱 지에이치파트너스(GH Partners) 대표는 “미국이 대체로 보유세가 높은 편이지만 주마다, 시·카운티마다 굉장히 세분화 돼 있다”면서 “양도차익 면제, 세제혜택도 있고 재산세도 소득세에 반영, 공제해주는 혜택 등이 있어 미국의 부동산 관련 세제는 면밀히 들여다 봐야 한다”고 했다.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바라본 한강변 아파트 단지./뉴스1
◆“고소득·현금부자는 버틴다“… 일시적 가격하락 가능성
시장에서는 ‘1% 보유세’가 현실화 된다면 ‘고가주택에 거주하는 은퇴노인’이 가장 처음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3구 등 서울 주요지역에서 장기 거주한 이들은 대부분 공적·사적연금을 주 생활비로 사용하는데,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보유세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주요지역에 집을 산 3040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기간 2년을 채웠다면 전세를 내고 이동하거나, 파느니 자식에게 증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 공급 부족 등으로 ‘서울 집값의 우상향’에 대한 믿음이 공고한 만큼 매물 출하는 정부의 생각만큼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에도 집값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보유세를 높인 적 있었지만, ‘똘똘한 한채’로 매수세가 집결하는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액 반영비율을 90%까지 올렸다. 또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은 6.0%까지 상승시킨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전셋값의 상승세를 부추기거나 월세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집주인들이 세금이 오르는 만큼 이를 전셋값에 반영해 보증금을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소득이 부족한 집주인의 경우 월세로 돌려 결국 무주택 세입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보유세는 2023년에 관련 법을 개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금의 안정성을 고려해 현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보유세는 1주택자도 조세저항이 하기 때문에 연구용역과 공청회 등을 통해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한 뒤에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조영광 대우건설 연구원은 “보유세를 인상한다고 해서 고가주택을 보유한 집주인들이 집을 팔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과거 정부를 통해 이미 학습효과가 돼 정권이 교체될 때까지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확고하다”고 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광현 국세청장,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구 부총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뉴스1
◆‘공고한 성벽’ 구축할수도… “거래세 인하·공급책 동반해야”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보유세 인상’이 강남3구를 비롯한 서울 주요 지역의 진입장벽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고가주택을 오랫동안 보유했던 은퇴자가 이 집을 팔려고 했을 경우, 누가 이 집을 살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규제지역의 LTV가 40%로 제한돼 있고, 25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의 상한선이 2억원인 상황에서 현금 동원력이 있는 자산가들이 이 집을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
자산가들은 보유세를 높여도 이를 부담할 여력이 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은 전국 46만1000명으로 이 중 20만8800명이 서울에 거주 중이다. 이들의 자산비율을 살펴보면 부동산 비율이 55.4%로 가장 크고, 금융자산도 38.9%로 상당한 수준이다.
주요 지역의 거주자들은 소득 수준도 높은 편이다. 국세청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9개 시군구 중 1인당 평균 종합소득금액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 용산구로 1억3000만원이었고, 강남구 1억1700만원, 서초구 1억9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일부 부촌에서는 높은 재산세를 의도적인 ‘진입장벽’을 위해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미국 내에서는 재산세·재정 논리로 타 계층의 유입을 유발할 수 있는 개발을 억제하는 ‘배제적 조닝(exclusionary zoning)’은 꾸준한 논쟁거리 중 하나다. 미 링컨 토지주택 연구소(Lincoln Institute of Land Policy)에 따르면 재산세를 재정 기반으로 확대하려는 지역자치단체와 타 계층이 거주지에 유입되는 것을 꺼리는 거주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고가의 재산세를 유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저소득층들이 거주가능한 저가주택(affordable housing)을 배제하기 위해 고가 단독주택 중심의 재산세 기반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임채욱 대표는 “미국의 일부 부자동네에서는 세금을 더 높여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면서 “우리 동네에 아무나 들어올 수 없도록 ‘진입장벽’을 높여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만약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면 양도세·취득세 등 거래세를 인하해 시장에서 거래하는데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서울의 집값은 우상향한다’는 오래된 믿음을 깰 수 있도록 빠른 공급대책도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를 높인다 해도 현금부자, 빚 없이 집을 산 사람이라면 버티려고 할 것”이라면서 “과거 경험치로 10~20년이 가면 언젠가 정책은 바뀔 것이고, 집값은 우상향 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너무 강하다”고 했다.
주택정책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과도한 규제와 세금 부과로 집값을 하락시키는 것이 주택정책의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유세를 감당 못 해 수 십년 살던 집을 떠나게 은퇴노인도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주택 정책의 목표는 모든 국민이 적정 가격으로 양질의 주택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주거 복지 실현’이다.
오지윤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유세를 굉장히 세게 부과하면 일시적으로는 서울 전역의 주택 가격이 빠지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전·월세로 전환이 되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부가 주택정책을 하는 목적을 상기해 봐야 한다”고 했다.
은퇴노인이 판 집 “현금부자가 살 것” 의견도
美 부촌선 재산세가 ‘진입장벽’ 역할해 논쟁거리
주택정책 목적 되짚어야… “거래세 인하·공급 동반 필수”
10·15주택시장 안정화 대책 이후 정부·여당을 중심으로 ‘보유세 강화’ 발언이 나오면서 시장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도높은 대출제한·규제지역 확대 등으로 여론의 반발이 일자 집값을 잡기 위한 후속책으로 언급되고 있는 것이다. 정부 경제수장인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의 ‘1% 보유세’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
시장에서는 만약 1% 수준의 높은 보유세가 매겨진다면 고가주택을 장기 보유한 은퇴노인이 가장 먼저 타격을 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 보유세를 부담하기 어려운 집주인들이 급매물을 내놓으면서 집값이 일시적으로 하락할 가능성은 있다.
다만 대출 문턱이 한껏 높아진 상황에서 이 매물은 현금부자 혹은 고소득자들의 매수로 이어져 서울 주요지역의 진입장벽이 더욱 공고해 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세입자를 항햔 조세전가로 전셋값이 상승하거나 월세화가 더 가속화될 것이라는 의견도 있다. 전문가들은 양도세·취득세 등 거래세 인하와 주요지역 중심의 공급대책이 반드시 동반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구윤철 부총리 “1% 보유세” 발언 도화선… 美보유세 따져보니
23일 부동산 업계·정치권 등에 따르면 진성준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전날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서 “정부 대책에 보유세 인상도 포함됐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서울의 서민과 중산층의 주거를 위협하는 것이 아파트값 문제이기 때문에 조금 더 용기를 갖고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같은 당 지도부가 내년 지방선거를 의식해 보유세 인상을 논의하지 않겠다는 공식입장을 낸 직후에 이어진 발언이다.
보유세 인상 논의에 불을 붙인 건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다. 구윤철 부총리가 지난 19일 미국 워싱턴DC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미국은 주택 보유세가 1%’라고 말하면서다. 기재부는 서둘러 “부총리의 (공식)입장은 전혀 아니다”라고 입장을 냈지만 이미 여론은 들끓기 시작한 이후였다. 김용범 대통령실 정책실장도 10·15대책 당일 삼프로TV에 나와 “보유세가 낮은 건 분명한 사실”이라고 발한 바 있다.
구 부총리는 ‘1% 보유세’ 발언을 하면서 미국의 사례를 들었다. 그는 “미국처럼 재산세를 1%로 매긴다고 치면 (집값이) 50억원이면 1년에 5000만원을 내야 한다. 고가의 집을 보유하는데 부담이 크면 집을 팔 것이고, (부동산 시장에도) 유동성이 생길 것”이라고 했다.
구 부총리가 사례로 든 수치는 미국 평균치로 추정된다. 미국은 주·카운티마다 보유세가 다른데, 텍사스주의 휴스턴의 경우 2.5%, 시카고는 1.38%, 마이애미는 1.02%로 높은 편이며, 하와이는 0.3% 수준으로 낮다. 주 정부 재원 대부분이 재산세에 의존하는 탓에 보유세의 수준이 일반적으로 높다는 것이다. 하와이의 경우 관광 수입이 많아 재산세를 높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카운티에 따라 노인비중이 높은 곳에서는 교육과 관련한 세금을 걷지 않는 경우도 있다.
구 부총리가 언급하지 않은 내용도 있다. 미국의 경우 2년(총합) 실거주를 했을 때 부부공동 명의일 경우 50만달러(한화 약 7억1500만원)까지 양도차익에서 면제해 준다. 미국인 대부분이 주택 매수시 대출을 받는데, 대출액이 75만달러(약 10억7300만원) 이하인 경우 이자납입금은 소득세에 반영, 공제된다. 또 정부에 납입한 재산세도 공제받을 수 있다. 미국의 주택담보인정비율(LTV)은 평균 80%다.
임채욱 지에이치파트너스(GH Partners) 대표는 “미국이 대체로 보유세가 높은 편이지만 주마다, 시·카운티마다 굉장히 세분화 돼 있다”면서 “양도차익 면제, 세제혜택도 있고 재산세도 소득세에 반영, 공제해주는 혜택 등이 있어 미국의 부동산 관련 세제는 면밀히 들여다 봐야 한다”고 했다.
◆“고소득·현금부자는 버틴다“… 일시적 가격하락 가능성
시장에서는 ‘1% 보유세’가 현실화 된다면 ‘고가주택에 거주하는 은퇴노인’이 가장 처음 타격을 입게 될 것으로 보고 있다. 강남3구 등 서울 주요지역에서 장기 거주한 이들은 대부분 공적·사적연금을 주 생활비로 사용하는데, 소득이 없는 상황에서 보유세를 감당하기가 어려워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른바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은) 대출’로 주요지역에 집을 산 3040도 타격을 입을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시장에 매물을 내놓을지는 별개의 문제다. 이미 토지거래허가구역 실거주 기간 2년을 채웠다면 전세를 내고 이동하거나, 파느니 자식에게 증여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시장의 풍부한 유동성, 공급 부족 등으로 ‘서울 집값의 우상향’에 대한 믿음이 공고한 만큼 매물 출하는 정부의 생각만큼 이뤄지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과거에도 집값 하락을 유도하기 위해 보유세를 높인 적 있었지만, ‘똘똘한 한채’로 매수세가 집결하는 부작용이 일어나기도 했다. 과거 문재인 정부는 보유세 산정의 기준이 되는 공시가액 반영비율을 90%까지 올렸다. 또 다주택자에 대한 종합부동산세율은 6.0%까지 상승시킨 바 있다.
일각에서는 전셋값의 상승세를 부추기거나 월세화를 더욱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집주인들이 세금이 오르는 만큼 이를 전셋값에 반영해 보증금을 상승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소득이 부족한 집주인의 경우 월세로 돌려 결국 무주택 세입자들의 부담이 늘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박합수 건국대 부동산대학원 겸임교수는 “보유세는 2023년에 관련 법을 개정한 지 얼마 되지 않아 세금의 안정성을 고려해 현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보유세는 1주택자도 조세저항이 하기 때문에 연구용역과 공청회 등을 통해 상당한 공감대가 형성한 뒤에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고 했다.
조영광 대우건설 연구원은 “보유세를 인상한다고 해서 고가주택을 보유한 집주인들이 집을 팔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면서 “과거 정부를 통해 이미 학습효과가 돼 정권이 교체될 때까지 버티면 된다는 인식이 확고하다”고 했다.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5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발표하고 있다. 왼쪽부터 임광현 국세청장, 윤창렬 국무조정실장, 구 부총리, 김윤덕 국토교통부 장관, 이억원 금융위원회 위원장./뉴스1◆‘공고한 성벽’ 구축할수도… “거래세 인하·공급책 동반해야”
시장에서 가장 우려하는 부분은 ‘보유세 인상’이 강남3구를 비롯한 서울 주요 지역의 진입장벽을 높일 수 있다는 점이다. 당장 고가주택을 오랫동안 보유했던 은퇴자가 이 집을 팔려고 했을 경우, 누가 이 집을 살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규제지역의 LTV가 40%로 제한돼 있고, 25억원 초과 주택의 주택담보대출의 상한선이 2억원인 상황에서 현금 동원력이 있는 자산가들이 이 집을 매입할 가능성이 크다.
자산가들은 보유세를 높여도 이를 부담할 여력이 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한 지난해 ‘한국 부자 보고서’에 따르면 금융자산 10억원 이상 보유한 개인은 전국 46만1000명으로 이 중 20만8800명이 서울에 거주 중이다. 이들의 자산비율을 살펴보면 부동산 비율이 55.4%로 가장 크고, 금융자산도 38.9%로 상당한 수준이다.
주요 지역의 거주자들은 소득 수준도 높은 편이다. 국세청이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국 229개 시군구 중 1인당 평균 종합소득금액이 가장 높은 지역은 서울 용산구로 1억3000만원이었고, 강남구 1억1700만원, 서초구 1억900만원 순으로 나타났다.
미국의 일부 부촌에서는 높은 재산세를 의도적인 ‘진입장벽’을 위해 활용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미국 내에서는 재산세·재정 논리로 타 계층의 유입을 유발할 수 있는 개발을 억제하는 ‘배제적 조닝(exclusionary zoning)’은 꾸준한 논쟁거리 중 하나다. 미 링컨 토지주택 연구소(Lincoln Institute of Land Policy)에 따르면 재산세를 재정 기반으로 확대하려는 지역자치단체와 타 계층이 거주지에 유입되는 것을 꺼리는 거주자들의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서 고가의 재산세를 유지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저소득층들이 거주가능한 저가주택(affordable housing)을 배제하기 위해 고가 단독주택 중심의 재산세 기반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임채욱 대표는 “미국의 일부 부자동네에서는 세금을 더 높여달라는 요구를 하기도 한다”면서 “우리 동네에 아무나 들어올 수 없도록 ‘진입장벽’을 높여달라는 것”이라고 했다.
만약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면 양도세·취득세 등 거래세를 인하해 시장에서 거래하는데 부담을 덜어줘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서울의 집값은 우상향한다’는 오래된 믿음을 깰 수 있도록 빠른 공급대책도 필수적으로 동반돼야 한다.
유선종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보유세를 높인다 해도 현금부자, 빚 없이 집을 산 사람이라면 버티려고 할 것”이라면서 “과거 경험치로 10~20년이 가면 언젠가 정책은 바뀔 것이고, 집값은 우상향 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너무 강하다”고 했다.
주택정책의 궁극적 목표가 무엇인지 짚어볼 필요가 있다는 조언도 나온다. 과도한 규제와 세금 부과로 집값을 하락시키는 것이 주택정책의 목표가 아니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보유세를 감당 못 해 수 십년 살던 집을 떠나게 은퇴노인도 ‘거주이전의 자유’가 있다는 것이다. 국토교통부의 주택 정책의 목표는 모든 국민이 적정 가격으로 양질의 주택에서 안정적으로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주거 복지 실현’이다.
오지윤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보유세를 굉장히 세게 부과하면 일시적으로는 서울 전역의 주택 가격이 빠지는 효과가 있을 수 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 전·월세로 전환이 되는 부작용이 생길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부가 주택정책을 하는 목적을 상기해 봐야 한다”고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