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 부작용 이제 시작” 아파트 거래 뚝, 전셋값 꿈틀
언론기사2025.10.24
23일 서울 마포구 한 부동산 앞에 매물을 구한다는 입간판이 보인다. ‘10·15 부동산 대책’ 여파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이 85% 급감하고 매물도 일주일 사이 7000건 넘게 증발하는 등 주택 시장이 얼어붙고 있다./김지호 기자
정부가 지난 15일 서울 전역과 경기 12개 지역을 규제지역과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는 초고강도 부동산 대책을 내놨지만 서울 아파트값은 통계 집계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규제 발효 전 5일간의 공백과 정부 정책에 대한 시장의 불신이 합쳐져 유례없는 급등장을 초래했다는 분석이 나온다.

23일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10월 셋째 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매매 가격은 전주 대비 0.50% 상승했다. ‘10·15 부동산 대책’ 이후 나온 첫 통계로, 관련 통계 집계가 시작된 2013년 이후 역대 최고치다. 연간 상승률로는 26%에 달하는 폭등세다. 특히 규제 직전까지 최고가 거래가 몰렸던 한강 벨트 지역의 상승세가 두드러졌다. 성동·광진 등 한강 벨트 지역은 주간 상승률이 1%를 넘었다.

그래픽=백형선
동시에 주택 거래는 사실상 중단되고, 매물은 급감하면서 부동산 시장은 ‘거래 동결(Freeze)’ 상태로 접어들었다. 매매 시장에서 밀려난 수요가 전세 시장으로 유입되면서 전셋값도 1년여 만에 가장 큰 폭으로 오르는 등 주거 약자들의 고통이 커지고 있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주택 공급 부족과 분양가 상승, 전월세 시장 불안 등으로 인해 매매 가격은 결국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했다.

아파트 거래 뚝 끊기자 전셋값 꿈틀… “10·15 부작용 이제 시작일 뿐”
서울 내 일부 지역에선 아파트값이 일주일 사이 1% 넘게 오르는 폭등세도 나타났다. 광진구는 전주 대비 1.29% 오르며 통계 집계 후 처음으로 주간 상승률 1%를 넘겼고, 성동구 1.25%, 강동구 1.12%, 양천구 0.96%, 송파구 0.93%, 중구 0.93%, 마포구 0.92% 등이 뒤를 이었다.

◇서울 아파트 거래 동결, 전셋값 꿈틀

고강도 부동산 대책 여파로 서울 아파트 거래량은 90% 가까이 급감했다. 매물도 7000건가량 증발했다. 대출 한도가 급감하고 전세 끼고 집을 사두는 것마저 금지되자 내 집 마련이나 이사를 준비하던 사람들이 주저앉으면서 부동산 시장이 강제적인 동결 상태에 접어든 것이다. 매매 거래 절벽 속 주택 수요자들이 임대차 시장으로 몰리면서 전셋값도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

23일 서울 마포구 한 부동산 사무실이 텅 비어 있다. 정부가 아파트 값을 잡기위해 지난 10월 15일 발표한 고강도 부동산 대책으로 시장은 매물 실종으로 거래가 끊기고 전월세가 급등 조짐을 보이고 있다./김지호 기자
23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10·15 대책에 따라 규제 지역 지정 및 대출 한도 축소가 시작된 16일부터 22일까지 신고된 서울 아파트 매매 거래는 349건이다. 대책 발표 당일을 포함한 직전 일주일(9~15일) 거래량(2371건)에 비해 85.3% 급감했다. 영등포구가 159건에서 3건으로 98.1% 줄었으며 구로구(-97.6%), 노원구(-91.8%), 동작구(-87.8%), 동대문구(-85.8%) 등도 감소 폭이 컸다. 대책 발표 이후 거래가 사실상 중단된 셈이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이 집계한 서울 아파트 매물 역시 대책 발표 당일(15일) 7만4044건에서 23일 6만7027건으로 9.5% 줄었다. 경기도 규제 지역 12곳은 같은 기간 매물 감소 폭이 14.8%에 달한다.

내 집 마련 문턱이 급격히 높아지면서 전세 시장도 꿈틀댈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이번 주(20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0.13% 오르며 지난해 9월 둘째 주(0.17%) 이후 1년여 만에 가장 큰 폭의 오름세를 기록했다. 일부 단지에선 규제 전후 한두 달 사이 전셋값이 10%가량 급등한 사례도 나왔다. 서울 동대문구 ‘이문동웰츠타워’ 전용면적 85㎡는 8월 4억원에 전세 거래가 이뤄졌지만 규제 직후인 이달 22일에는 4억6000만원에 계약이 이뤄졌다. 두 달 사이 15%나 오른 것이다. 노원구 ‘포레나노원’의 같은 평형도 전세 실거래가가 8월 7억3500만원에서 이달 21일 8억원으로 6500만원 뛰었다. 전문가들은 “가을 이사철을 맞아 전세 수요가 급증하는데 매물 씨를 말리는 정책이 나오고 있으니 수급 불일치에 따른 전셋값 급등은 불 보듯 뻔한 일”이라고 말한다. 정수연 제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현금 부자가 아니고서는 내 집 마련이 불가능한 수준의 규제를 냈으니 거래량과 매물이 줄어들고 전월세가 치솟는 건 부작용의 시작일 뿐”이라며 “연말까지 전월세난이 이어지면서 무주택 서민들의 고통이 가중될 우려가 크다”고 말했다.

◇뿔난 민심에 다급해진 與, 재초환 폐지 검토

고강도 규제에도 집값이 뛰고 전월세난이 심화되자, 여당과 정부는 “추가적인 공급 대책은 없다”던 당초 입장에서 급선회하고 있다. 한정애 더불어민주당 정책위의장이 지난 21일 “연말까지 시·군·구별 공급 계획을 발표하겠다”고 밝힌 데 이어, 당 지도부에서 재건축 초과이익 환수제(재초환) 폐지까지 언급하고 나섰다. 문진석 민주당 원내운영수석부대표는 23일 재초환과 관련해 “국토위 차원에서 유예 기간을 훨씬 늘리거나 폐지하는 두 가지 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재초환은 재건축을 통해 얻은 평가 이익 중 조합원 1인당 8000만원을 넘는 부분에 대해 최대 50%를 현금으로 환수하는 제도다. 2006년 처음 만들어졌으나 ‘미실현 이익에 대한 과세’라는 논란과 부동산 경기 침체 등으로 유예되다가 2018년부터 본격 시행됐다. 재초환은 재건축 사업의 경제성을 크게 떨어뜨려 사업 추진 동력을 상실시키기 때문에, 서울 도심 주택 공급을 저해하는 대표적인 규제로 꼽혀 왔다. 부동산 시장에서는 “폐지해야 한다”는 의견이 끊이지 않았지만 민주당은 최근까지 유지 입장을 고수해 왔다. 한 부동산 전문가는 “재초환 도입을 주도하고 지금껏 단 한 번도 양보한 적 없던 진보 정당에서 갑자기 폐지를 거론하는 게 굉장히 어색하다”며 “얼마나 진정성이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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