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유세 인상 논의, 이 질문이 빠져 있습니다[올앳부동산]
언론기사・2025.10.27
서울 한 부동산중개업소에 붙어 있는 부동산 관련 세금 상담 안내문. 연합뉴스정부가 다음달 부동산 세제 합리화에 대한 연구용역을 진행한다고 밝힌 가운데 시장에서는 내년에 부동산 세제 개편이 단행될 가능성을 주목하고 있다. 이재명 정부 들어 세 차례 부동산 대책을 내놨으나 향후에도 부동산 시장 과열이 지속되면 정부가 ‘최후의 카드’로 보유세 강화를 꺼내들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세제 개편은 보유세를 높이고 거래세를 낮추는 방향이 주로 거론된다. 한정된 자원인 부동산 보유에 따른 이익을 줄이고, 거래는 활발하게 만들자는 취지다. 그러나 내년 6월 지방선거는 물론 세금 인상 자체가 조세저항이 크기 때문에 전문가들은 세금으로 ‘집값을 잡을 수 있느냐’보다 ‘부동산 세금을 거둬서 어디에 쓰냐’에 중점을 둬야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보유세 실효세율, OECD 평균보다 낮아
한·미 관세협상 후속 논의를 위해 미국 워싱턴을 방문했던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지난 19일 인천공항을 통해 귀국하며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이준헌 기자“부동산 보유세는 낮고, 양도세는 높다 보니 매물 잠김 현상이 굉장히 크다. 팔 때 비용(양도소득세)이 비싸다 보니 안 팔고 그냥 (집을) 들고 있다.”
구윤철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6일(현지시간) 주요 20개국(G20) 재무장관회의 참석차 방문한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동행 기자단 간담회에서 이같이 말했다. 또 “취득·보유·양도 단계에서의 부동산 세제를 전반적으로 어떤 정합성을 가지고 끌고 가야 할 것인지를 고민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한국의 부동산 보유세 수준을 가늠하기 위해서는 여러 수치를 살펴볼 수 있다.
일단 국내총생산(GDP) 규모에 비춰보면 한국의 보유세 비율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평균보다 높은 편이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부동산 보유세 비율은 2023년 기준 1%로 비교 가능한 36개 회원국 평균(0.91%)보다 높다. 하지만 이를 ‘세금 부담이 높다’고 해석하는 데는 무리가 있다. 민간 비영리 연구단체인 ‘토지+자유연구소’의 이진수 연구위원은 “한국의 부동산 자산 가격이 GDP에 비해 과도하게 높고, 전체 조세부담률이 낮은 구조적 문제가 반영된 것”이라고 분석했다.
실효세율(자산총액 대비 보유세 비율)로 보면, OECD 회원국 평균보다 현저히 낮다. ‘토지+자유연구소’가 지난달 29일 발표한 ‘OECD 국가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 분석’ 결과를 보면, 한국의 2023년 부동산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실효세율은 0.15%로 OECD 평균인 0.3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비교 가능한 30개국 가운데 20위에 해당했고, 상위권 국가인 이스라엘(1.24%), 그리스(0.94%), 미국(0.83%)보다 훨씬 낮았다.
특히 부동산 세제의 실효세율은 2023년 들어 전년(0.18%)에 비해 크게 후퇴했다. 윤석열 정부가 다주택자와 고가주택 소유자의 세 부담을 대폭 낮춰주는 정책을 시행했기 때문이다.
윤석열 정부에서 종합부동산세의 과세 표준인 공정시장가액비율을 100%에서 60%로 낮췄고,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세 비과세 기준도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였다. 그 결과 보유세 세수는 2022년 26조5000억원에서 2023년 22조4000억원으로 4조1000억원 감소했다.
서울 아파트 단지별 실제 사례로 봐도 평균 보유세액은 2023년 이후 크게 감소했다. 지난해 6월 경제정의실천연합(경실련)이 발표한 ‘서울 25개구 아파트 시세·공시가격·보유세 분석결과’ 자료를 보면 서울 전용면적 84㎡ 아파트 평균 보유세액(각 자치구별로 3개 대표단지를 선정해 산출)은 2021년 325만원(재산세 259만원+종부세 66만원)에서 2022년 291만원, 2023년 169만원까지 줄어들었다. 지난해는 194만원으로 소폭 상승했다. 2021년 0.24%이던 집값 대비 보유세 비율은 2022년에는 0.19%, 2023년 0.13%, 2024년 0.15%였다.
세금을 거둬 어디 쓸 것인가
정부가 보유세율 상향을 추진할 때 가장 큰 문제는 조세 저항이다. 이미 서울·수도권 집값이 크게 오른 상황에서 정치권이 ‘표’와 지지율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세금을 걷어 어디에 쓸지 정부가 비전을 제시하고 사회적 합의를 끌어내는 과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정준호 강원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지금처럼 부동산 세제가 ‘집값을 잡는 수단’으로만 인식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걷은 세금을 어디에 쓸 것인지를 명확히 밝히고 명분에 맞게 과세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예컨대 보유세를 강화해 이를 임대주택 건설에 쓰도록 세제를 설계하는 식이다.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한 지난 15일 서울 도심. 문재원 기자정 교수는 “보유세 강화를 논의할 때 지역 간 자산 격차와 불균형이 커지는 한국 상황을 반드시 고려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일각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종부세를 없애고 재산세로 통합하면 자칫 종부세가 가진, 부유한 지역으로부터의 부의 이전 기능을 상실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종부세가 복잡하고 실효성이 떨어져 제 기능을 못 한다는 비판에도 존치 주장이 이어지는 이유이기도 하다.
‘토지+자유연구소’는 보유세를 기본소득에 연계하는 방안을 제안하기도 했다. 부동산에서 거둬들인 세금을 기본소득으로 주면 부동산을 소유하지 않았거나 저가주택을 소유한 이들에게 부가 이전되는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다.
취득세와 양도소득세는 ?
거래세는 ‘완화’하는 방향으로 개편될 가능성이 나온다.
취득세율은 현재 6억원 이하 주택에는 세율 1%가 적용되지만 6억원 초과~9억원 이하에는 1~3%, 9억 원 초과에는 3%가 적용된다. 여기에 다주택자는 추가로 세율이 부과돼 최대 12%까지 적용된다. 일본의 경우 3~4%를 부과하고 있어 1주택자로만 보면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미국은 주별로 편차가 크다.
특히 양도소득세는 향후 논란이 될 것으로 보인다. 보유세를 강화한다면 거래 활성화를 위해 양도소득세를 낮춰야 한다는 의견도 일부 있지만 2000년대 이후 1가구 1주택에 대해 양도세를 대폭 깎아주는 정책이 결국 투기에 악용됐다는 지적이 끊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박준 서울시립대 국제도시과학대학원 교수는 지난 4월 발표한 ‘양도소득세제 개편 방안 연구’ 논문에서 “1가구 1주택자의 양도소득세 비과세 기준인 12억원은 무주택자에 비해 과도한 혜택이니 해당 조건은 일생 1회로 제한하는 등 개편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는 ‘똘똘한 한 채’ 현상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1주택에 한해 양도 이익의 최대 80%까지 공제)를 폐지하는 대신 종부세 납부분을 양도세 산정 때 공제로 반영하는 대안을 제시하기도 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