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 개편 '아직'이지만…'규제지역' 세부담 후폭풍
언론기사2025.10.30
신규 '조정대상지역' 묶이며 세부담 커져
1주택자도 2년 거주 채워야 양도세 '비과세'
가족 저가매도 시 '증여'…취득세도 3배 늘어
# 서울에 아파트 두 채를 가지고 있는 A씨는 최근 한 채를 자녀에게 매각할지, 증여할지를 놓고 고민 중이다. 갑작스럽게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이면서 양도소득세 중과세율이 적용돼 매각 시 세금 부담이 커졌기 때문이다. A씨는 향후 집값이 오를 것으로 예상해 팔기보다 더 오르기 전 자녀에게 팔거나 증여하는 방식으로 나중에 물게 될 상속세보다 세금을 줄이는 방법을 고민하고 있다.

집값 상승과 함께 강남 3구, 용산을 비롯해 서울 전역과 경기 12곳이 모두 규제지역으로 묶이면서 이들 지역에 주택을 보유한 이들의 셈법이 복잡해졌다. 양도소득세 중과 배제 시한이 6개월여 남은 상황에서 매각, 증여, 보유 사이에서 유불리를 구분하기 쉽지 않아서다.

이재명 정부가 아직 세제 개편 카드를 꺼내지도 않은 상태지만 규제지역 지정만으로도 거래 시 세 부담이 커지는 효과가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조정대상지역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율/그래픽=비즈워치1주택·다주택 모두 양도세 부담↑

이번 규제지역 확대로 가장 먼저 영향을 받는 사람들은 새로 규제지역으로 묶인 곳의 다주택자다. 비(非)조정대상지역의 경우 1주택자는 2년 보유 시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고 2주택이나 3주택의 경우 기본 세율(6~45%)을 적용해 양도세가 매겨진다.

하지만 조정대상지역일 경우 2주택자는 기본세율에 20%포인트, 3주택 이상은 기본세율에 30%포인트가 추가된 양도세가 부과된다. 양도차익에 따라 최고 75% 이상, 즉 차익의 대부분을 세금으로 내야 할 수 있다.

조정대상지역에서의 다주택자 양도소득세 중과는 내년 5월9일까지 적용이 한시적으로 유예된 상태다. 단 적용 유예가 해제되면 내년 5월10일부터 중과세율로 부과된다. 다주택자가 주택을 매각할 계획이라면 5월9일 이전까지 잔금을 받는 일정을 계획해야 중과세를 부담하지 않을 수 있다.

영향을 받는 것은 다주택자뿐이 아니다. 서울 전역이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만큼 1주택자도 주의해야 한다. 조정대상지역 내 주택의 경우 2년 보유뿐 아니라 '2년 이상 거주' 조건까지 충족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만약 갭투자(전세를 낀 매매)로 집을 샀거나, 2년 거주를 하지 않고 임대를 준 뒤 다른 지역에서 전세로 거주한 경우 집 매각 시 2년 이상 보유했다고 해도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아울러 1주택 보유자가 주택을 매각하지 않은 상태에서 갈아타기 할 때 '일시적 2주택'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적용받기 어려울 수 있다. 일시적 2주택은 기존 주택을 3년 안에 처분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이 기간 중간에 임대를 줬거나,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거래 자체가 어려워지면서 3년 내 매각이 되지 않는 경우 비과세를 받지 못하는 상황이 올 수 있다.

우병탁 신한프리미어 패스파인더 전문위원은 "10·15 부동산 대책 이후부터 조정대상지역으로 묶인 서울, 경기 12곳은 1주택자라고 해도 반드시 2년 이상 거주해야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다"면서 "차후 조정대상지역이 해제된다고 해도 2년 거주 요건이 적용되는데, 이를 놓쳐 비과세 혜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가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조정대상지역 취득세율/그래픽=비즈워치저가매매 '증여'…취득세율 12%로 껑충

게다가 앞으로는 다주택자가 가족에게 저가로 부동산을 매매 시 '증여로 간주'한다.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취득세 세율이 기본 3.5%에서 12%로 급등하게 된다. 최근 행정안전부는 이 같은 내용을 핵심으로 한 '지방세법 일부 개정안'을 입법 예고한 상태다.

기존에는 가족 간 거래 시 일정 매매대금이 오갔다는 사실이 입증되면 유상거래로 보고 1~3% 수준의 취득세를 부과했다. 그러나 개정안은 자녀, 배우자 등 특수관계인 사이 부동산 거래 시 주변 시세보다 현저히 낮게 거래할 경우 '증여 취득'으로 보고 12% 세율을 적용키로 했다.

지방세법 일부개정안/그래픽=비즈워치비조정대상지역에 적용되는 취득세율은 3.5%(농어촌특별세 지방교육세 별도)다. 조정대상지역 지정으로 세율이 3배 이상 상승한 셈이다. 행안부는 '꼼수 증여'로 조세회피 사례를 막기 위해서라고 개정 취지를 밝혔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상 저가매매는 시가 대비 '3억원 또는 30% 이상'이면 '증여거래'로 간주한다. 매매가 아닌 증여로 보고 증여세를 매기는 것이다.

최근 부동산 가격이 급등하고, 세 부담이 커지면서 매각이나 상속 대신 자녀에게 증여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 28일 법원 등기정보광장에 따르면 서울에서 부동산 증여로 소유권이전등기를 신청한 수증인인 지난달 1728건을 기록했다. 지난해 9월 905건과 비교하면 약 2배가량 증가한 수치다.

예를 들어 현재는 시가 10억원짜리 아파트를 자녀에게 8억원에 매매 시 증여가 아닌 매매로 인정된다. 하지만 10억원짜리 집을 5억원에 자녀에게 팔았다면 3억원 또는 시세 대비 30% 이상 낮게 거래돼 매매가 아닌 '증여'로 과세당국이 판단한다.

기존에는 이 경우에도 취득세를 3.5%를 적용해 내면 됐지만, 조정대상지역 증여로 간주된 거래라면 12%로 산출해 내야 한다. 일반 취득세도 조정대상지역의 경우 2주택부터 취득세가 8%, 3주택은 12%로 껑충 뛴다.

우 전문위원은 "2020년 강남 3구 등 규제지역의 증여가 늘면서 이를 막기 위해 증여로 인정될 경우 증여 취득세를 최대 3배, 3주택자처럼 내게 했던 것"이라며 "조정대상지역 증가와 꼼수 증여 조세회피 방지가 맞물리면서 증여세에 따른 취득세 부담이 더 늘어나게 됐다"고 말했다.

다만 해당 법안은 국회 통과 시 내년 1월부터 적용될 방침이다. 법안이 통과되지 않는다면 적용되지 않는다.

세 부담 높여 시장 안정? "글쎄…"

세법 전문가들은 그러나 이 같은 세 부담 확대가 다주택자로 하여금 시장에 매물을 내놓게 해 가격을 낮추는 효과 등 시장 안정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 않다고 분석했다.

한 세법 전문가는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의 경우도 다주택자가 시행 전까지 기축매물을 내놔 집값이 안정되길 기대한 것이지만 실상 시장이 그렇게 가지 않았다"면서 "본디 매매 계획이 있었던 사람 중 일부는 시기를 당겨 거래할 수 있지만, 그 이외에는 움직임이 크지 않다. 사실상 거래세 부담을 늘려 부동산 시장을 안정화 하는 것은 쉽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향후 양도세 중과가 시작돼 양도차익의 80% 가까이를 세금으로 내야 한다고 해도 집값 상승분이 세금보다 많으면 보유를 선택할 것"이라면서 "본래 매각 계획이 있었던 사람들이 움직이면서 단기적으로는 소폭 영향이 있을 수 있지만 전체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어 "세금은 조세 형평성 차원에서 바라봐야 하고, 과도하게 많이 가진 사람이 많은 이익을 얻었을 경우 더 많이 내게 하는 쪽으로 접근하는 것이 목적에 맞다"면서 "단순히 집값 안정화를 꾀하는 것은 과세의 목적에도, 방법으로도 맞지 않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