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15대책 보름…주택시장 빗장 걸렸다
언론기사2025.11.02
매매·전세 매물 회수…가격 변화는 미미
정책 신뢰 저하 속 수요는 비규제지역으로
공급 확대는 불투명…'무주택 실수요자' 불안
정부가 서울 전역으로 규제지역을 확대하는 10·15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내놓은 지 약 2주가 흘렀다. 그러나 매매는 물론 전월세 시장까지 규제로 인한 매물 회수가 심화하면서 시장 수요자들의 심리적 안정 효과는 크지 않은 모양새다.

오히려 정책 신뢰도 저하와 부족한 공급에 대한 실망이 겹치면서 '공황구매(패닉바잉)' 수요가 비규제지역으로 옮겨가는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시장 불안감은 줄어들지 않은 상태에서 거래만 끊긴다면 무주택 실수요자들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시장 논리를 존중하면서도 신중하고 세밀한 부동산 정책 설계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규제 걸자…서울 아파트 매물 9천건 사라져

2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기준 서울 매매 거래 매물 건수는 6만4618건으로 10·15 대책 발표 당일 7만4044건과 비교해 12.7%(9426건) 감소했다. 약 2주 만에 9000건이 넘는 매물이 자취를 감췄다.

특히 서울에서도 대책 발표 이전 집값 상승세가 가팔랐던 마포·성동·광진구 등 위주로 '매물 잠금' 현상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마포구 매물 건수는 15일 2280건에서 30일 1811건으로 2주 만에 20.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성동구는 1556건에서 1273건, 광진구는 1064건에서 853건으로 각각 18.2%, 19.8% 줄었다.

심형석 우대빵연구소 소장(미국 IAU 교수)은 "강남구를 비롯해 마포·성동구 등은 확실히 매물이 많이 줄었다"며 "급매가 있으면 매수세는 붙지만 급매물 자체가 많지 않은 상황이다. 집주인들은 오히려 호가를 높이거나 매물을 거둬들이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매물이 잠기자 거래도 막혔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10·15 대책 발표 직후인 지난달 16일부터 28일까지 서울 아파트 매매거래량은 939건으로 집계됐다. 이는 직전 1~15일 거래량인 4648건 대비 약 80% 감소한 수치다.

토지거래허가구역 등 규제지역이 확대되면서 대출 규제가 강화됐고, 정부의 공급 대책에 대한 불신이 커지자 집주인들은 일단 매물을 회수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지해 부동산R114 프롭테크리서치랩 랩장은 "집을 팔고 다른 곳으로 넘어가려 해도 규제가 너무 세서 '갈아타기'를 하려던 집주인들도 물건을 거둬들이는 상황"이라며 "매물 잠김이 심각해지면서 거래량은 줄었지만 금액은 계속 올라가고 있다"고 분석했다.

전세 매물도 마찬가지. 정부가 10·15 대책을 통해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를 사실상 금지하면서 전세 매물은 줄어든 반면 전셋값은 오르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10월 넷째 주(27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 변동률은 0.17%로 37주 연속 오름세를 이어갔다.▷관련기사:집 매매 '얼음' 연말 전월세 불안 커진다(10월23일)

특히 이 조사에서 서울에서 전셋값이 가장 많이 오른 광진구(0.57%)는 한강변 단지를 중심으로 매매가격과 함께 전세가격이 동반 상승했다. KB부동산 관계자는 "기존 세입자 계약 연장, 집주인 실거주 등으로 신규 전세 물량이 줄어든 가운데 가을 이사철 수요와 인근 송파구 재건축 이주 수요 등으로 전세 매물이 부족해 전셋값 강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진형 광운대학교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전세시장 공급이 막히면서 가격이 오르게 되고, 전세로 진입하지 못하는 수요자들이 월세시장으로 뛰어들면서 월세 가격이 증가하는 부작용이 나타나게 된다"며 "시장 메커니즘이 완전히 무너지면서 지역별로 신고가와 신저가가 공존하는 현상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사진=이명근 기자 qwe123@'규제지역 고강도 억제'…부작용 필연

6·27 대책과 9·7 공급대책, 10·15 대책까지 4개월 사이에 정부 부동산 대책이 세 차례나 발표됐지만 집값 상승에 대한 수요자들의 기대심리는 여전히 꺾이지 않았다. 그러면서 규제지역이 확대되기 전 내 집을 마련하려는 공황구매 수요자들이 비규제지역으로 쏠리면서 풍선효과도 나타나고 있다.▷관련기사:"규제 피한 곳 찾습니다"…수요 풍선 얼마나 부풀까?(10월27일)

실제 한국부동산원 주간아파트 가격동향에 따르면 동탄신도시가 속한 경기 화성시는 10월 넷째 주(27일 기준) 0.16% 올라 전주(0.02%) 대비 변동률이 0.14%포인트 확대됐다. 또 다른 풍선효과 수혜지로 언급되는 구리(0.15→0.18%), 안양 만안구(0.17→0.22%) 등도 오름세가 강해졌다.

과열된 부동산 시장을 식히기 위해 주택담보대출 한도를 대폭 제한하고, 풍선효과 차단을 위해 초반부터 서울 전역을 규제지역으로 묶는 등 강력 처방을 잇달아 내놨음에도 시장은 크게 위축되지 않는 분위기다.

집값 안정을 위해 동반돼야 할 공급 역시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정부가 9·7 대책을 통해 공공 주도로 5년간 135만가구 공급 계획을 밝혔으나 실현 가능성은 낮다는 게 중론이다.

특히 최근 구윤철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언급한 '2026~2027년 서울 평균 6만가구 공급' 또한 현실성이 떨어진다는 평가다. 윤 랩장은 "올해 서울에서 분양이 1만가구가 채 안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2년간 평균 6만가구를 공급하겠다는 근거가 어디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말했다.

여기에 10·15 대책에서 규제지역을 확대한 탓에 조합원 지위 양도 등이 어려워지면서 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활용한 공급까지 어려워졌다는 점도 문제다. 정부가 '자가당착'에 빠졌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애먼 실수요자만 선택지 줄어

결국 규제와 공급 불협화음으로 인한 총체적 난국 속 이로 인한 피해는 고스란히 무주택 실수요자들에게 돌아갈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윤 랩장은 "매매가격과 전월세가격이 모두 오르면서 주거비가 동반 상승하는 특이한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월세를 선택하자니 목돈 모으기가 어렵고, 전세를 선택하자니 대출이 까다로워지면서 무주택 실수요자 입장에서는 그야말로 진퇴양난인 상황"이라고 짚었다.

이어 "설령 정부에서 공언한 대로 향후 수년간 공급이 이뤄지더라도 자잿값·인건비 등 제반비용이 상승하는 상황 속에서 합리적인 분양가를 기대하기도 어렵다"며 "결국 재고·분양주택 시장 모두 장벽이 높아지면서 무주택 실수요자들이 선택할 수 있는 내 집 마련 방편들이 사라진 셈"고 덧붙였다.

충격요법을 연달아 쓴 만큼 당분간은 시장 추이를 살피며 근본적인 후속 대책을 고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서 교수는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완화 등 재건축·재개발 활성화 정책 등 시장을 살릴 수 있는 정책이 필요하다"며 "수요와 공급에 의해 가격이 결정될 수 있도록 시장 원리에 입각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