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수로 얻은 압구정 땅 '2조6000억'…"못 돌려줘" 현대건설, 법원 권고 거부
언론기사・2025.11.03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4차 전경 / 사진 = 이재윤 기자 /사진=이재윤현대건설이 '서류 실수'로 취득한 서울 강남 압구정동 현대아파트의 토지 소유권을 법원의 화해 권고에도 돌려주지 못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해당 부지는 1970년대 현대아파트 개발 과정에서 서류 실수로 현대건설 등이 보유하게 됐다.3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현대건설은 지난달 29일 압구정 3구역 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 법원의 압구정 사업부지 소유권이전등기와 관련한 화해권고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해당 토지 소유권을 법원이 실제 소유주에게 조건 없이 돌려주라고 했지만, 현대건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압구정 3구역은 전체 면적 36만187.8㎡로 현대 1~7차, 10, 13, 14차 3946가구가 조성된 아파트지구다. 소유권 문제가 되는 부지는 이 중 현대 3, 4차 아파트의 필지 9곳(총면적 4만706.6㎡)이다. 현재 서울시,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 보유하고 있다.
앞서 건설사가 등기 과정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건물과 대지에 대한 소유권을 모두 넘겼어야 했는데, 건물 소유권만 넘기고 토지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으면서 생긴 일종의 '서류 실수'다. 넘기지 않은 토지 소유권 중 일부는 서울시에 기부채납(공공기여)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시와 현대건설 등이 갖게 된 토지 가격은 2조6000억원 추정된다.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 3, 4차 아파트 소유주 중 125명이 현대건설이 보유한 필지 중 2개 필지(시가 약 1250억원)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서중앙지법은 지난달 16일 조건 없이 땅 소유권을 소유주들에게 돌려주라는 화해 권고를 했다. 화해권고 이후 당사자가 기한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현대건설 측은 안내 서한을 통해 "압구정3구역 토지지분 관련 현안을 원만하고,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조합 및 조합원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게 회사의 기본방침"이라며 "다만 상장사로서 객관적인 의사결정 근거와 절차를 갖추기 위해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아직 전체 토지의 지분 관계에 대한 검토·협의가 진행 중인 상황에서 일부 필지와 관련 일부 구분소유자들에 대한 소유권을 이전하는 결정을 내리기는 어렵다"며 "상장사가 법원의 일방적 결정을 받아들이면 주주에 대한 배임이 될 수 있다"고 덧붙였다.
현대건설은 이 같은 이의신청 내용을 조합에 알리면서 조합원에게는 따로 안내하지 말아 달라고 요청했다. 현대건설 측은 "본 공문의 내용을 조합원에게 안내해 불필요한 불안이나 오해가 없도록 해달라"며 "회사의 입장이 오해되거나 조합원 간 논쟁에 이용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고 했다.
한편 이번 사안이 압구정3구역 재건축 절차와는 무관하다고 강조했다. 회사 측은 "이의신청으로 재건축사업이 지연된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고, 해당 사안은 재건축 절차 진행과 무관하다"며 "앞으로도 조합과 조합원의 신뢰를 바탕으로 사업이 원활히 추진될 수 있도록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