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에선 '모시기' 뒤에선 '소송전'...건설사 주민과 '법적갈등' 왜?
언론기사2025.11.03
방배그랑자이 전경
재건축 아파트 주민들이 대형 건설사들과 불편한 소송전을 겪고 있다. 최근 몇 년 새 건설사들이 '고객만족'을 표방하며 앞다퉈 사회가치경영(ESG) 도입했지만, 주민들과의 갈등은 제대로 풀어내지 못하면 취지가 무색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배 그랑자이' 입주민들과 GS건설 사이에서는 준공 이후 4년여째 갈등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 단지 입주자대표회의(이하 입대의) 회장은 GS건설로부터 공갈미수·업무방해 혐의로 고소당했다가, 경찰 재조사 끝에 무혐의로 결론났다. GS건설은 이 같은 결정에 대한 이의신청을 진행할 예정이다.

앞서 방배 그랑자이에서는 2021년 준공 이후부터 하자 보수기간에도 시공사와 크고 작은 갈등이 이어졌다. 건설 과정에서 자재 방치, 악취, 미시공 문제 등 의혹이 제기됐다. 입대의는 지난 2022년 GS건설을 상대로 집단소송을 제기하기도 했다.

또 한때 주민 간 갈등이 됐던 단지 내 놀이터 시설의 '어린이 사용제한' 논란도 그 원인이 설계보다 부족했던 놀이터 시공 때문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입대의 등에 따르면 원래 어린이집 설계에는 옥상 놀이터가 포함됐다가 시공과정에서 변경됐다. 놀이터 수가 부족해 특정 놀이터로 아이들이 몰리면서 소음 문제가 커진 것이라는 설명이다.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4차 전경 / 사진 = 이재윤 기자 /사진=이재윤현대건설은 서울 강남구 압구정동 현대아파트 주민들과 땅 소유권 분쟁을 진행하고 있다. 앞서 1970년대 현대아파트 준공 과정에서 시공사가 '서류 실수'로 취득한 토지 소유권을 법원의 화해 권고에도 돌려주지 못한다는 결정을 내리면서다.

앞서 현대건설은 지난달 29일 압구정 3구역 재건축정비사업조합에 법원의 압구정 사업부지 소유권이전등기와 관련한 화해권고결정에 대해 이의신청을 제기하기로 결정했다고 통보했다. 해당 토지 소유권을 법원이 실제 소유주에게 조건 없이 돌려주라고 했지만, 현대건설이 이를 받아들이지 않겠다고 한 것이다.

압구정 3구역은 전체 면적 36만187.8㎡로 현대 1~7차, 10, 13, 14차 3946가구가 조성된 아파트지구다. 소유권 문제가 되는 부지는 이 중 현대 3, 4차 아파트의 필지 9곳(총면적 4만706.6㎡)이다. 현재 서울시,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이 보유하고 있다.

앞서 건설사가 등기 과정에서 아파트를 분양받은 사람들에게 건물과 대지에 대한 소유권을 모두 넘겼어야 했는데, 건물 소유권만 넘기고 토지 소유권을 이전하지 않으면서 생긴 일종의 '서류 실수'다. 넘기지 않은 토지 소유권 중 일부는 서울시에 기부채납(공공기여)하기도 했다. 현재 서울시와 현대건설 등이 갖게 된 토지 가격은 2조6000억원 추정된다.

재건축 추진 과정에서 이 사실을 알게 된 3, 4차 아파트 소유주 중 125명이 현대건설이 보유한 필지 중 2개 필지(시가 약 1250억원)에 대해 소송을 제기했다. 이에 서중앙지법은 지난달 16일 조건 없이 땅 소유권을 소유주들에게 돌려주라는 화해 권고했다. 화해권고 이후 당사자가 기한 이의신청을 하지 않으면, 확정판결과 같은 효력을 가진다.

현대건설 측은 안내 서한을 통해 "압구정3구역 토지지분 관련 현안을 원만하고, 조속히 해결하기 위해 조합 및 조합원에게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게 회사의 기본방침"이라며 "다만 상장사로서 객관적인 의사결정 근거와 절차를 갖추기 위해 이의신청서를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건설사와 주민 간 갈등이 극단적으로 치달았던 대표적인 경우는 4년 전 초유의 공사 중단 사태가 발생했던 강동구 둔촌주공아파트(올림픽파크포레온) 시공사의 '유치권 행사'다. 조합이 시공사업단(현대건설·HDC현대산업개발·대우건설·롯데건설)과 맺은 공사비 증액계약을 취소하기로 결정하면서다.

아파트가 절반가량 지어진 상태에서 시공사는 유치권 행사에 돌입했고, 조합은 계약해지 초강수로 맞서면서 공사는 중단됐다. 이후 공사비 증액 등 쟁점사항에 합의하면서 반년만에 재개됐다. 강남 지역 한 재건축사업 조합 관계자는 "시공사들이 사업 수주를 위해 쏟는 비용과 노력 중 일부만 갈등 관리에 써도 법적분쟁까지 안 가고 조율될 수 있는 부분이 많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