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규제에 전월세난 가중…전세수급지수, 4년만에 최고치
언론기사・2025.11.09
5일 서울 마포구 부동산 중개업소 모습. 뉴스1 30대 회사원 이모씨는 현재 살고 있는 서울 성동구 하왕십리동 전용면적 59㎡ 아파트 전세를 최근 8억원에 재계약했다. 이씨는 “대출이 줄어 집을 사기도 어렵고 전세를 한번 더 연장하기로 했다”며 “작년엔 6억원대 전세가 있었는데 1년새 1억~2억원가량 올랐다”고 한숨을 내쉬었다. 인근 공인중개사는 “4년 전세 만기가 끝나도 집을 사지 못해 재계약하는 세입자가 많다”며 “이런 매물이 안 나오니까 전세 물건이 계속 줄어든다”고 말했다. 지난 6·27 대출 규제에 이어 10·15 대책으로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이면서 전·월세난이 가중되고 있다. 잇단 대출 규제로 매매 대신 전세를 택한 실수요자가 늘어난 가운데 전세 낀 매매(갭투자)도 차단되면서 전세 매물이 줄고 있는 탓이다.
9일 KB부동산에 따르면 지난달 전세수급지수는 157.72을 기록해, 2021년 10월(162.25) 이후 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전세수급지수는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의미다. 서울 아파트 전월세 물량은 올해 초 5만1897건에서 9일 현재 4만8918건으로 5.8% 줄었다(부동산 플랫폼 아실 집계). 특히 강북 지역 전·월세가 크게 줄고 있다.
강동구 전월세 물량은 연초 6000여 건에서 이달 2000여 건으로 급감했다(-65%). 성북구도 1400여 건에서 660여 건(-54%)으로 매물이 크게 줄었고, 관악구(-52%), 광진구(-46%), 강북·노원구(-35%) 등도 감소 폭이 상당하다. 서울 25개 자치구 중 강남·서초·송파구 등을 제외한 19개 자치구 전월세 물량이 연초 대비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40주째 오름세다.
정근영 디자이너 박원갑 KB은행 부동산 수석연구위원은 “대출이 줄고 갭투자도 안 되니 집을 못 사고 전세로 눌러 앉는 실수요자가 많은 것”이라며 “내년, 내후년 수도권 주택 공급이 계속 줄기 때문에 전세난이 더 심해질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은 내년 주택 전세가격이 연 4%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수도권 상승세는 더 가파를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근 전세 시장은 반전세 등 월세 비중이 늘며 서민들의 주거 부담이 커지고 있다. 전세 사기 여파와 전세대출 보증비율 축소, 금리 인하 등이 맞물린 결과다. 올해 수도권 전세대출 보증비율이 기존 100%에서 80%로 축소되면서 줄어든 금액분을 집주인이 월세로 받는 경우가 늘고 있다는 게 공인중개사들의 얘기다. 여기에 임차인도 대출 여력이 줄어 반전세를 택하게 된다는 것이다.
성북구 길음뉴타운 푸르지오 2단지 인근 공인중개사는 “전용 84㎡ 전세보증금이 5억~6억원인데, 보증금 3억원에 월세 100만원짜리 반전세가 훨씬 잘 나간다”며 “대출이 줄어 반전세를 택하는 세입자가 많고, 집주인도 요즘 예금 금리가 낮아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한다”고 말했다. 몇 년 전만 해도 전세 3개에 월세가 1개였는데, 지금은 그 반대라면서다.
정근영 디자이너 영등포구 신길동에서 부동산을 하는 한 공인중개사도 “신혼부부, 사회초년생은 모아둔 현금이 작아 전세를 끼고라도 집을 사며 자산을 늘려가야 하는데 월세 부담만 커지고 있다”며 “대출을 너무 옥죄면 서민들은 상급지로 더 점프하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